'채상병 특검법' 디데이…이탈표 촉각
재의결 매직 넘버는 '17표'…윤 대통령 치명상 불가피
2024-05-28 06:00:00 2024-05-28 06: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사망사건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운명의 날을 맞았습니다. 21대 국회 임기 종료를 하루 앞두고 재표결을 진행하면서 '통과냐 폐기냐'의 갈림길에 선 것인데요.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최소 17명(여야 의원 전원 참석 가정)이 이탈한다면 채상병 특검법은 그 즉시 법률로 확정됩니다. 이번 국회를 끝으로 떠나는 여당 '낙천·낙선·불출마' 58명 의원 중 일부가 불참할 경우 재의결 정족수는 더 낮아집니다. 여야가 국민의힘 '샤이 찬성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 땐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은 한층 가속화할 전망입니다. 부결되더라도 예상 밖 이탈표가 나올 경우 윤 대통령의 정치적 내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당선인들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계단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을 촉구하고, 공수처 통신사실확진자료 확보 수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개 반기에 '5+α'…변수는 '샤이 찬성표'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의 재의결을 실시합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사용으로 21일 다시 국회로 돌아왔는데요. 재표결되는 법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만 통과될 수 있습니다.
 
현재 21대 국회의 재적 의원은 296명으로, 구속된 1명(윤관석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295명이 모두 투표를 한다고 가정할 경우 3분의 2가 되려면 197명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 합니다. 민주당(155명), 정의당(6명), 새로운미래(5명), 개혁신당(4명), 기본소득당(1명), 진보당(1명), 조국혁신당(1명), 무소속(9명 중 민주당 탈당자 7명)을 합치면 야권 성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의원은 모두 180명입니다. 이들을 제외한 17명이 채상병 특검법의 '매직 넘버'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에서는 김웅·안철수·유의동·최재형·김근태 등 총 5명이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난 2일의 표결에서 퇴장하지 않고 본회의장에 남아 찬성표를 던진 김웅 의원과 재표결 시 찬성 의향을 표한 안 의원과 유 의원 외에 최 의원도 "당당하게 특검을 받으라"고 소신을 밝혔고요. 비례대표인 김근태 의원이 표결 하루 전날 다섯번째 이탈자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민주당은 최대 4명가량이 추가로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박주민 해병대원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단장은 지난 26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 의원) 7명 정도 연락 중이며 그중 6명과 직접 만나 대화했다"며 "6명 중 3명이 찬성 입장을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김규현 변호사도 같은 자리에서 "국민의힘 의원 중 1명이 개별로 연락을 취해 와 재표결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압박하는 민주당…표 단속 나선 국힘
 
이 같은 여세를 몰아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탈을 막판까지 압박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본회의를 하루 앞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은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국민 생명과 직결된 사안보다 중요한 국익이 어디있겠나. 역사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선택을 기억할 것"이라고 거듭 호소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국민의힘 내에서도 찬성 표결하겠다고 소신을 밝히는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해병대원 특검법은 양심의 문제다. 국민의힘에서 이런저런 구실을 갖다 대며 특검을 반대하고 있지만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어 "국민의힘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에 대해 표 단속에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매우 부적절한 수사 방해이자 '표틀막'이다"라며 "더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양심과 소신에 따라 행동하기를 촉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법안 부결을 위한 총력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검법에 대한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소속 의원들에게 '본회의 총동원령'을 내린 것인데요. 주말 사이에도 전·현직 원내지도부가 모두 나서 의원들을 개별 접촉해 본회의 참석과 반대 표결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최대한 많은 의원이 본회의에 출석해 부결 가능성을 키운다는 전략입니다.
 
채상병 특검 재표결의 결론이 어떻게 나더라도 윤 대통령은 정국 주도권은 물론, 여당 장악력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가결이냐, 부결이냐'에 따라 치명상의 정도만 다를 뿐입니다. 당장 전당대회를 코 앞에 두고 있는 국민의힘과의 '수직적 당정 관계'부터 큰 변화를 맞을 전망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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