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한화오션, 뒤처지는 상선 수주…함정 MRO로 반전 노린다
상선 선별 수주에 경쟁사 대비 수주 저조…방산 강화 전망
안정적인 매출 발생하는 MRO 시장 공들여
2024-05-17 06:00:00 2024-05-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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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정준우 기자] 한화오션(042660)이 경쟁사에 비해 뒤처지는 상선 신규 수주를 방산 MRO(유지·보수·운영) 시장 진출로 대신 채울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등 건조 실적을 바탕으로 미국 함정 MRO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미국이 자국의 낮은 조선업 역량을 이유로 향후 함정 MRO 시장을 우방국들에게 개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 MRO 사업은 한화오션의 미래 주요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한화오션)
 
정체된 상선 수주…방산으로 '돌파'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5월 현재까지 한화오션이 공시를 통해 밝힌 상선 및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액은 4조7928억원이다. HD현대중공업(329180)삼성중공업(010140)이 각각 지난 1분기 5조9000억원과 5조3000억원 이상 신규 수주 실적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비교적 신규 수주 실적이 낮다.
 
한화오션이 국내 대형 조선사 중 낮은 신규 수주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까닭은 선별 수주 때문이다. 선별 수주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한화오션의 선별 수주 전략은 영업이익 측면에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한화오션의 영업손실률은 -4.4%를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 2.3%로 6.7%P(포인트)증가하며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 잠정집계된 한화오션의 매출은 2조2836억원, 영업이익은 529억원을 기록했다.
 
선별수주 전략으로 수익성은 큰 폭으로 개선됐지만 비교적 낮은 수주 실적은 문제로 꼽히고 있다. 한화오션이 앞으로도 수주 물량 대신 수익성을 택할 경우 경쟁사에 비해 낮은 수주 잔고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조선업계 안팎으로 나오고 있다.
 
상선 사업이 선별수주로 인해 비교적 낮은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한화오션은 방산 MRO 사업을 강화해 외형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 MRO 사업은 함정 운영 기간동안 꾸준히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함정 건조 사업은 수주가 불규칙하고 수주에 실패할 경우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흔들리게 된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의 투자자금을 마련했다. 이 중 45%인 9000억원을 방산 사업에 투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한화오션은 9000억원을 들여 호주의 오스탈(Austal)사 인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존스법을 통해 미국 함정의 유지 보수를 자국 조선업계에만 맡기고 있다. 오스탈은 미국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해 함정 MRO 시장에 진출한 상태로 한화오션이 오스탈을 인수할 경우 미국 MRO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확보된다. 오스탈은 미국 제너럴 지난해 1000만달러 규모의 버지니아급 잠수함에갑판 모듈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오스탈 인수에 대해 기술 유출에 대한 보안 조치 등이 전제될 경우 호주정부가 인수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 보고 있다. 이에 한화오션은 오스탈 인수 등을 통해 MRO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민간에 개방되는 미국 함정 MRO 시장
 
함정 MRO 시장은 민간에 개방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세계 함정 MRO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미국이 자국 함정의 유지 보수를 해외 민간 업체들에게도 맡기기 위한 채비에 나섰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함정 정비가 지연되고 있다. 지연 시간을 줄이기 위해 MRO 시장을 해외 민간 업체들에게도 맡길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자국 보호주의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 조선산업이 미군의 함정 MRO 수요를 자체적으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 등 우방국들을 중심으로 MRO 시장을 개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카를로스 델 토로 미군 해군장관은 한화오션 방산 사업장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MRO 시장에서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국내 잠수함 건조 실적에서 한화오션이 월등한 실적을 쌓았기 때문이다. 오는 2026년부터 2031년까지 3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인도되는 장보고-III 배치-II(2세대) 잠수함 3척의 수주는 모두 한화오션이 맡았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잠수함 수주 실적이 향후 MRO 시장에서도 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MRO 시장은 커지고 있다. MRO 수요자인 미 해군의 자료에 따르면 미 해군은 지난 3월 2025년 회계연도(올해 10월~내년 9월) 예산안으로 2576억달러를 요청한 상태다. 직전 회계연도에서 180억달러 증액된 예산안이다. 이 중 유지보수 관련 비용은 총 876억달러로 지난해보다 3.5% 증가했다. 해당 비용 중 함정 MRO 예산은 200억달러 내외 수준일 것으로 추산된다.
 
한화오션은 향후 2040년까지 방산 사업 매출 비중을 3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함정 수주는 기회가 비정기적이라는 특성때문에 안정적인 함정 MRO 사업이 뒷받침되어야 방산 매출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 MRO 시장을 두고 일본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최근 우리나라의 오커스(AUKUS, 미-영-호주 군사동맹) 필러2(Pillar 2) 가입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향후 미국과 방산 기술 교류를 확대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함정 MRO 시장 진출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다.
 
<IB토마토>는 한화오션 측에 향후 MRO 사업 계획 등을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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