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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 연동제’ 여전히 논란…건보 재정 절감 vs 신약 발목
5월부터 청구액 높은 품목, 인하율 더 적용
건보공단 "건강보험 연간 100억원 이상 절감"
제약업계 여전히 불편 심기…"신약 개발 의지 꺾어"
일각선 "이익만큼 약가 인하 당연"…논란 평행선
2024-04-29 18:30:00 2024-04-30 12:23:44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다음 달부터 사용량·약가 연동제에 대한 전면 개편을 앞두고 있지만 논란은 여전합니다. 건강보험 재정을 연간 100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다는 입장과 달리 높은 인하율이 신약 개발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논리가 상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업계는 약이 많이 팔릴수록 약가가 깎이는 구조를 지목하며 수익에 직접적 타격을 받는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9일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세부 운영 지침'을 5월부터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제도는 의약품 사용량을 관리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공단과 업체가 분담하는 겁니다.
 
약품비가 일정 수준 오른 약제에 대해 협상으로 가격을 조정합니다. 재정 영향이 큰 약제를 관리하는 주요한 약가 사후관리 제도라고 보면 됩니다.
 
단 한 번 투약으로 완치까지 기대하는 '원샷 치료제'와 같이 고가의약품이 늘어나고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등에 따라 공단은 재정 건전성을 위해 제도 개선을 추진했습니다.
 
개정 지침은 사용량 증가율만을 기준으로 하는 지금의 참고 산식 한계를 보완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습니다. 참고 산식을 청구액에 연동해 청구액이 높은 약제는 인하율을 높입니다. 반대로 청구액이 낮은 약제는 인하율을 낮춥니다.
 
차등화 구간은 50억원, 300억원으로 설정했습니다. 동일제품군 기준 연간 청구액 분포를 고려한 결정입니다. 각각 청구액 상위 5%, 1% 시점에 해당하며, 상위 1%인 고재정약제는 부담 효과가 큰 점을 감안해 참고산식 인하율을 높였습니다.
 
정해민 공단 약제 관리실장은 "공단은 사용량 모니터링(관찰)을 통한 대상 선정부터 약가 인하까지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 전반을 관장해 왔다"며 "이를 통해 연평균 약 400억원의 건보재정을 절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번 개편으로 연간 약 100억원 재정 추가 절감 효과가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개정된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세부 운영 지침은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합니다. 시행일 기준으로 모니터링과 협상이 진행 중인 약제부터 개정 지침이 적용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9일 발표한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세부 운영 지침'에 따르면 이번 개편으로 건강보험 재정은 연간 약 100억원 추가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사용량·약가 협상 제도가 제약 업계에서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약가가 낮아지면 신약 연구개발(R&D) 재정 마련 어려움으로 이어져 제약사의 신약 개발 경쟁력을 낮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분석보고서를 보면 2020년 R&D 재원은 자체 부담이 1조8893억원으로 전체의 95.9%를 자치했습니다. 정부·공공 재원은 3.7%에 불과했습니다. 스위스의 경우 계속된 약가 인하로 채산성이 부족해져 자국 내 공급업체 철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약업계로 넓게 보면 계획치보다 이익을 훨씬 많이 거둔 약품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한 약업계 관계자는 "공적인 비용을 제약회사 이익을 보장하는 쪽으로 잡으면 안 된다"며 "5년 동안 수익을 낼 것을 계획해 R&D 예산을 짰는데 2년 만에 R&D 비용을 회수하고도 남을 만큼 수익을 냈다면, 약가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보건의료를 수익 관점에서 보면 약사법이나 의료법을 규제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국민 건강 차원에서 자본의 논리로만 규제를 풀면 의료 영리화가 돼 돈 있는 사람만 치료받는 차별화가 벌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 높였습니다.
 
'약가 연동제'와 관련된 논란은 당분간 평행선을 좁히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복지부는 지난 2022년 10월 국정감사 종합감사에서 이미 한 차례 제약업계 목소리에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서면으로 보낸 '사용량·약가 연동 제도 인하가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국내·글로벌사 간 협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질의한 내용에 관해 "인정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힌 겁니다.
 
현재 청구 금액 증가율과 보험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최대 10% 이내에서 약가를 인하하고 있기에 국민 수요가 높은 약제를 생산한 제약사에 페널티(벌칙)를 부과하거나 혁신 신약 개발을 저해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9일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세부 운영 지침'을 5월부터 전면 개편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이규하 경제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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