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공모가 밑도는 공모주…수요예측 제역할 못해
대부분 하루만에 공모가 하락·절반도 안되는 6곳
2024-03-29 16:35:24 2024-04-01 08:10:26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지난 1년간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의 절반이 공모가보다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기업들이 몸값을 비싸게 매겨 입성한 영향이 큰데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적정한 기업가치를 산정해야 할 기관들의 수요예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 동안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 80개사(스팩·리츠·이전상장 등 제외) 중 거의 절반(39개사)이 현재가가 공모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공모가에서 반 토막이 넘게 떨어진 곳도 쏘닉스(088280)(-50%), 큐라티스(348080)(-50.1%), 나라셀라(405920)(-52.5%), 버넥트(438700)(-53.1%), 씨유박스(340810)(-55.5%), 시지트로닉스(429270)(-59.9%) 등 6개사에 달합니다. 반면 우진엔텍은 공모가 5300원에서 370.8% 오른 2만4950원을 기록 중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대부분 실적 부진에 기인합니다. 공모가보다 전일 주가가 낮은 기업 중 기재 생략인 #HB 인베스트먼트(-15.1%), 쏘닉스(088280)와 아직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에이텀(355690)(-32.8%), 시큐레터(418250)(-39.8%)를 제외한 36개사 중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지난해보다 늘었거나 흑자전환에 성공한 곳은 단 4곳에 불과합니다. 열에 아홉은 매출액이 줄었거나 순손실이 늘었습니다. 기술특례로 상장했다가 아직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한 곳도 다수입니다. 
 
지금 신세는 초라하지만 이들도 상장 당시엔 공모가의 200%, 300%씩 급등했던 화려한 과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강세는 오래가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부진한 실적을 따라 주가도 하락해 투자자들의 박탈감만 더 키웠습니다.  
 
불과 상장 1년도 안 돼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IPO 과정에서 적정한 기업가치를 매겨야 할 수요예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비판이 제기됩니다. IPO 열풍에 휩쓸려 수요예측 경쟁률과 공모가만 높였고, 결국 실적이 발표되면서 본모습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논란이 커지자 최근엔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자발적으로 부여하는 주관사도 늘고 있습니다.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질 경우 공모주 투자자들이 공모가의 90% 가격으로 주관사에 주식을 되팔 수 있는 제도입니다. 공모가 뻥튀기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자발적 노력이지만 애초에 공모가를 제대로 정했다면 굳이 필요하지 않았을 제도이기도 합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수요예측 제도가 완전히 잘못 작동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적정 공모가를 책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겠다고 시장에 손을 대면 더 망가질 것" "투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금융시장에 맡겨둬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 1년간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의 절반이 공모가보다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한국거래소 전경. (싸진=뉴시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