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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평택캠퍼스 4공장 파운드리 라인 공사중단…재개는 내년 하반기 유력
4공장 PH2, 파운드리 라인 공사 '내년 9월 말~10월' 재개 검토
"파운드리 낮은 수율, 적자 등 고려한 조치"
5공장 기초공사 상반기 재개 가능성…내부선 "패키징 적기 투자 실기" 자성도
2024-03-26 15:33:20 2024-03-26 15:34:27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전자의 평택캠퍼스 4공장(P4) 페이즈(Phase)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이 이달 말 공사를 중단할 예정인 가운데, 재개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파악됐습니다. 아울러 지난 2월 일부 작업을 중단했던 5공장(P5) 기초공사 재개는 올 상반기 내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평택캠퍼스 4공장 클린룸 중 하나인 페이즈2는 파운드리 시설용입니다. 앞서 삼성전자는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D램을 포함한 메모리 라인이 들어설 예정인 페이즈3 공사를 먼저 실시하고, 페이즈2 공사는 일시 중단키로 했습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가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가장 큰 문제는 파운드리 수율(양품 비율)이 낮다는 점이 고려된 조치로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관계자는 "4공장 페이즈2 파운드리 라인은 현재로선 무기한 홀딩"이라며 "내부적으로는 내년 9월 말에서 10월까지 중단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사 중단이 아니라 순서를 조정하는 것"이라며 "공사를 언제 재개하는지에 대해선 확정된 바 없다"고 했습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사진=삼성전자 제공)
 
다만 이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 사장이 최근 주주총회에서 '파운드리 선단 공정 강화'를 언급한 것과 배치되는 행보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입니다. 경 사장은 파운드리 경쟁력에 대해 "기술 자체가 우수하고 수율이 높고 고객이 원하는 생산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이 3가지 요건을 준비 잘해서 (TSMC에) 뒤처지지 않고 쫓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나노 수율은 50% 중후반대에 머물러 있고,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1.3%로 대만의 TSMC(61.2%)와 50% 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납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발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라 AI용 D램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전략으로도 해석됩니다. 페이즈3 클린룸이 AI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탑재되는 고성능 D램을 생산하는 라인이기 때문입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은 다음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로 연결한 메모리반도체입니다. 6세대인 HBM4에서는 성능을 고객별로 최적화한 맞춤형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트렌드포스는 전체 D램 시장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2.6%에서 2023년 8.4%, 올해 20.1%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HBM은 여러 칩을 적층해 완성하는 패키징이 기술력을 좌우합니다. 이와 관련해 삼성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4공장에 패키징 라인을 염두에 둔 건 이미 2019년~2020년부터"라며 "패키징을 수행하는 온양캠퍼스 기능을 평택캠퍼스로 옮겨오려 했었다. 그 해 현지 실사까지 마쳤으나 실현되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에 삼성이 패키징에 더 투자했어야 하는데, 이 점을 실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의 평택캠퍼스 5공장 라인 구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전망입니다. 한 관계자는 "4월 총선 전후로 실시될 삼성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평택캠퍼스와 관련한 얘기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5공장 기초공사 재개는 올 상반기 내로 진행될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관계자는 "5공장의 철골들이 수만 톤씩 주문이 돼 있다"며 "오랫동안 노천에 놔두면 녹이 슬어 폐기 처분해야 한다. 6월내로는 공사 재개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일각에선 4·10 총선 이후 공사 재개 시점이 유동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흘러나옵니다.
 
2층으로 지어진 1~4공장과 달리 4층으로 지어지는 5공장에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SML의 '하이 NA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등 최신 기기를 반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5공장은 4층으로 지어지는 만큼 하이NA EUV를 들여올 충분한 공간적 여유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이 NA EUV는 2나노 등 초미세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장비로 ASML이 독점 생산하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 기업 인텔이 초도물량 6대를 선점했고, 삼성전자와 TSMC도 2025년 확보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시장에선 당분간 삼성전자가 실적이 부진한 파운드리보다는 D램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이엔드 스마트폰 회복 불확실성과 최선단 공정 파운드리 실적 개선 지연 및 HBM 주요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메모리 정책은 철저히 수익성 위주로 전개되리라 예상된다"고 진단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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