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지배구조 엉망인데 ESG 평가 '우수'
은행장, 이사회 의장·운영위원장 겸직
사외이사도 직접 추천…이사회 관리는 전략기획부 담당
2024-03-07 06:00:00 2024-03-07 10:12:08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IBK기업은행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국책은행일수록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준의 지배구조 투명성이 요구되는데요. 기업은행장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데다 사외이사 후보를 직접 추천하는 등 이사회를 고스란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사회 장악한 은행장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한국ESG기준원으로부터 'A(우수)' 등급을 받았습니다. ESG 평가 등급은 환경, 사회, 일반상장사 지배구조, 금융사 지배구조 영역별 등급과 ESG 통합 등급이 부여되는데요. 등급은 S등급부터 D등급까지 총 7개 등급으로 분류되며, 절대평가로 등급별 점수 기준에 따라 등급이 분류됩니다. 
 
기업은행은 환경(A+), 사회(A+), 지배구조(A) 부문 별로 우수 등급을 받았습니다. ESG기준원에 따르면 A+는 '매우 우수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상태', A는 '비교적 우수한 지속가능경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체제 고도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태'를 말합니다.
 
기업은행은 지난 2022년 지배구조 평가 등급에서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를 야기한 디스커버리 펀드 사태 관련 금융당국 제재를 받으면서 B+로 한 단계 강등된 바 있습니다. 펀드 사태 이슈가 일단락되면서 지배구조가 한 단계 상향 조정된 것인데요. 금융사들의 ESG 경영 현황을 평가할 때 특별히 주목하는 요소가 내부통제 기능인데,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기능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업은행 이사회는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이사회 의장,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모두 맡고 있습니다. 김 행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운영위원회는 금융위원회에 제청할 사외이사후보를 추천할 수 있습니다. 당연한 결과지만, 사외이사의 경영진 견제 기능이 작동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사회 내 보수위원회와 리스크관리위원회, ESG위원회 위원장 모두 이사회 결의에 의해 선임되는데요. 행장이 이사회를 고스란히 통제하고 있는 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을 수행해야 할 사외이사는 거수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최근 기업은행이 공시한 지난해 사외이사 활동내역에 따르면 각 위원회에 상정된 안건은 100%에 가까운 찬성률로 가결 처리됐습니다.
 
사외이사 중 직접적인 금융회사 경험이 없는 교수 출신이 대거 포진하고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현재 재직 중인 사외이사 4명 가운데 3명이 학계 출신입니다. 최근 금융당국이 교수 출신 등 학계 편향적인 이사회 구성을 지적하면서 민간 금융사들이 금융 전문가 영입을 고민하고 있는 점과도 배치되는 부분입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모두 맡고 있으며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24일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사회 견제 기능 문제 없다" 자평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행은 이사회와 경영진의 상호 균형을 맞춘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말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 수를 이사회 구성원 총 수의 과반수로 두고 있어 사외이사가 아닌 자의 이사회 의장 겸직으로 인한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진 견제 기능 저해를 방지하고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습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지난 1년 동안 기업의 ESG분야에서 노력과 성과를 측정해 내·외부 관계자에게 설명하는 보고서입니다.
 
기업은행은 산업은행 회장과 수출입은행장 등 국내·외 주요 금융기관들도 기관장이 최고의사결정기구(이사회)의 수장을 겸임하고 있는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효율적·효과적인 정책금융 역할 수행을 위해 최고경영자(CEO)가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대주주인 정책금융기관으로서 타 금융지주사 대비 경영 자율에 일부 제약요건이 있음에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소기업은행법에 근거해 설립된 특수은행이라는 이유로 금융당국 권고를 따르기는 어렵다는 게 기업은행의 입장인데요. 당국은 사외이사 지원 조직을 이사회 산하에 설치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요. 기업은행은 경영진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은행 내 전략기획부가 해당 업무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감사원, 국회,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등 다양한 외부기관으로부터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점, 관련 법에 의해 사외이사 임면을 금융위에서 하는 점, 사외이사 증원을 위해 정부 승인이 필요한 점 등 정책금융기관의 특수성 때문이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은행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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