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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홍콩ELS 3월 조기 결론' 속도전
현장검사 진행 중인데 "불완전판매 인정하라"
판매 잘못 인정하면 금융사 과징금 폭탄
2024-02-13 06:00:00 2024-02-13 09:30:31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에 대해 홍콩 H지수 기초 ELS(주가연계증권) 관련 자율배상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금융사가 불완전판매 책임을 스스로 수긍하는 부분이 있다면 배상금 일부를 선지급하라고 주문하고 있는데요. 지난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당시 자율배상과 판박이입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3월 내 결론을 내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현장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금융사 책임으로 무리하게 몰아간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금감원장 방침 따르지만 금감원 내부 고민 많아"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13일부터 홍콩ELS 판매사에 대한 2차 검사에 나섭니다. 2차 검사에서는 설 연휴 전까지 진행했던 1차 검사에서 발견된 문제점과 위법·위규 소지를 유형화, 체계화하고 이를 각 판매사에 대입시켜 책임분담 기준안을 만드는 작업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당국은 판매사가 스스로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경우 당국의 책임분담 기준안 마련에 앞서 자체적으로 배상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입니다.
 
이 원장은 지난 5일 '2024년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일부 문제점에 대해서는 해당 금융기관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배상규모 등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서로 시각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본인들이 수긍하고 자발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면 투자자들의 유동성에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원장은 "이쪽(피해고객)이 바라는 게 100이고, 저쪽(판매사)이 수용하는 게 50이라면 최소한 50이라도 먼저 (배상을) 진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금감원이 이달 중 가이드라인을 내놓기 전에 금융사가 먼저 자율배상 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당국은 손실이 발생한 ELS 상품을 판매한 금융사가 일부라도 선제적으로 배상하면 투자자의 자금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DLF 사태 때 금융사가 자율조정을 진행했지만 우선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배상기준을 마련한 후 본격적으로 진행됐는데요. 라임펀드 때도 분조위에서 배상기준을 마련하고, 금융권의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했습니다.
 
금감원은 자율배상이 어렵다는 금융사에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금융사는 없어 보입니다. 당국은 홍콩 ELS 판매사 조사와 배상결론까지 석달 내 결론을 내겠다며 속도전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ELS사태가 총선 테마로 급부상한 가운데 개인 투자자에게 초점을 맞춘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DLF 사태 당시 한 시중은행의 현장검사를 완료하는 데만 두 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며 "3월까지 홍콩 ELS의 모든 판매사 검사와 배상안 마련을 완료하겠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최다 판매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다른 판매사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인데 원장 방침에 따르고 있지만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기초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관련 판매사의 자율배상을 권고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홍콩ELS 투자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앞에서 집회를 개최한 모습. (사진=뉴시스)
 
은행권 "DLF·라임 때와 달라"
 
당국의 압박에도 은행권은 먼저 자율배상을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DLF 사태 배상금 일부 선지급한 사례도 있으나 이번 ELS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당시 환매연기 사모펀드는 펀드가 만기 돼 손해가 확정되지 않으면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가 없는 구조였는데요. 은행들은 미상환금액을 모두 손실로 보고 배상을 진행한 뒤, 사후 다시 정산하는 방식을 가졌습니다.
 
반면 ELS는 H지수에 따라 배상 전 원금 회수율이 높아질 수 있고, 현재 기준으로 환매시 원금의 절반가량을 돌려받기 때문에 배상 기준이 나오기 전 선지급 의미가 크게 없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게다가 2019년 DLF 사태에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자율배상을 결정한 투자자는 각각 1200명과 1300명 수준으로 3000명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홍콩 ELS의 은행권 판매잔액은 15조9000억원으로 계좌 수만도 24만8000개가 넘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불완전판매가 있더라도 그 유형이 정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율배상에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KB금융지주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ELS 손실 대응 방안'을 묻는 말에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 검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손실 배상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은행은 '배상'이라는 점에서 자율배상을 진행할 경우 불완전판매를 인정하는 모습이 된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향후 분조위나 소송, 금융당국 징계 등에서 은행이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는 부분입니다.
 
2021년 3월부터 시행된 금융소비자보호법에는 징벌적 과징금이 도입됐는데요.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에 해당 하면 수입의 50%까지 각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설명의무 위반과 부당권유 둘 다 해당하면 투자액이나 대출액의 최대 100%까지도 과징금이 나올 수 있습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자율배상에 나서면 금융사 스스로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게 되는 셈인데요. 자칫하면 투자자에게 내줘야 할 배상금보다 훨씬 더 많은 과징금을 물어야 합니다. 투자자별로 손실액의 20~40%를 배상금을 주고도 투자액의 최대 50% 가량의 과징금을 내야할 수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홍콩ELS 손실액의) 최소 50%라도 먼저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이 원장이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금감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금융감독원)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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