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경제'…"민생고에 못 살겠다" 아우성
떨어질 줄 모르는 물가에…"가족들 먹이기 부담 커"
윤석열 대통령 신년 대담, 관심 없거나 혹평 일색
"총선은 민심 보여줄 기회"…3지대 돌풍 '촉각'
2024-02-12 18:00:00 2024-02-13 09:14:57
 
 
[뉴스토마토 김진양·박진아·최병호·박주용·신태현·한동인·최수빈 기자] 역시나 살림살이였습니다. 설 밥상머리 민심의 화두는 단연 경제였습니다. 그 안에 정치는 없었습니다. 먹고살기 바쁜 국민에게 나라 걱정보다는 '결혼·육아·부동산' 등 현실적인 고민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에 따라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의 승패를 가를 변수도 결국 '민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대 화두는 '고물가'…여기저기 '비명'
 
설 연휴 기간 중 본지 기자들이 만난 사람들은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 경제 이야기를 주로 나눴습니다. 떨어질 줄 모르는 '높은 물가'는 최대 화두였습니다. 특히 차례상을 차리고 가족들을 맞이해야 하는 주부들에게 고물가는 가장 큰 걱정거리였습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사진은 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상인들이 배를 팔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6%였는데요. 2022년 5.1%에 비해 상승 폭은 줄었지만 물가안정 목표치인 2%는 여전히 크게 상회합니다. 더욱이 서민들의 지갑 사정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상승률은 각각 6.8%, 6.0%로 전체의 두 배에 육박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실시한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은 평균 30만9641원으로 지난해(30만7528원)보다 0.7% 올랐습니다. 
 
인천에 거주하는 50대 여성은 "1년에 한 번뿐인 설 명절에 물가가 오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가족들을 먹여야 하는 입장에서는 가격 부담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습니다. 강원 지역의 60대 여성 역시 "물가가 오르다 보니 똑같은 가격을 지불해도 구매량이 적어졌다"고 불만을 털어놨습니다. 
 
정치보단 부동산…"집값 여전히 높아"
 
경제에 대한 고민은 연령대별로도 달랐습니다. 20~30대 젊은 층에서는 취업·결혼·육아·대출 등을 많이 이야기 한 반면,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서는 재테크와 연금 등 노후에 직결되는 대화가 중심을 이뤘습니다. 
 
다만 부동산 문제에는 두 세대 모두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청년층에서는 결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내 집 마련에 대한 이야기를 피할 수 없고, 중장년층에서도 자녀의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노후 대책을 마련하는 사람들에게 부동산은 핵심 이슈이기 때문입니다. 
 
서울에 사는 30대 여성은 "기존에 주택을 보유하고 있던 어른들은 집값이 떨어졌다고 걱정하지만 무주택자인 나에게는 (집값이) 여전히 높다"며 "이전 정부에서 부동산 거품이 심해진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대구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은 "최근 대구에 초고층 아파트가 많이 생겼는데 대부분 미분양이라 조만간 대구 경제가 크게 요동칠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경제 문제에서는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정치 현안에는 무심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식구들의 근황을 묻기에도 바쁜데 자칫 민감한 화두가 될 수 있는 정치 얘기는 꺼내고 싶지 않았다는 겁니다. 충청 지역에 살고 있는 50대 남성은 "명절 때 큰 소리 날 수 있으니 정치 얘기는 가급적 덜 하려 한다"며 "주로 사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거주 40대 남성도 "부모님 세대의 정치권에 대한 평가가 내 주변 직장 동료나 지인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며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부모님과 마주 앉은 자리에서는 정치 얘기는 피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수도권·호남 "사과도 안 할 거면 왜 했나"
 
그나마도 설 밥상에 오른 정치 대화는 대체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였습니다.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20대 여성은 "대통령이 부인에게 휘둘리는 것 같다"며 "국정운영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싶다"고 걱정했는데요.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뽑았다는 그는 "난 윤석열을 찍은 것이지 김건희를 찍은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기도 했습니다. 인천에 살고 있는 60대 여성은 "윤석열 대통령이 나라를 후진국으로 만들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 답답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치에 대한 외면은 설 연휴 직전 방영된 윤석열 대통령의 TV 대담의 반응으로도 확인됐습니다. 윤 대통령의 TV 대담을 보지 않았다는 사람이 상당수를 차지했고 그나마 봤다는 사람도 혹평 일색이었습니다. 서울에 사는 60대 여성은 "대통령과의 대담보다 집무실 소개 등 홍보가 더 많은 것 같다 후반부는 보지 않았다" 했고, 인천의 30대 남성은 "KBS가 윤 대통령의 나팔수가 된 지 오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일침했습니다. 호남 지역의 40대 남성 역시 "(대담을) 보긴 했지만 특별히 기억나는 장면은 없었다. 해명 인터뷰 느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7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KBS를 통해 녹화 방송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 대담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TV 대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김건희 여사 관련 이슈에서 특히 높았는데요. 호남 지역의 50대 남성은 "기대를 크게 하지도 않았지만 김건희 여사 문제 등에 속 시원한 대답이 없었다"고 비판했고, 호남의 60대 남성은 "김건희 사과도 안 할 거면 (대담을) 왜 한 거냐"고 꼬집었습니다. 뒤늦게 대담 내용을 접했다는 서울 거주 70대 남성은 "예전에 노무현 대통령이 '그럼 이혼이라도 하라는 말이냐'고 강하게 나갔을 때의 모습을 윤 대통령도 보여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며 "결혼을 잘 못 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그래도 투표는 한다…개혁신당에 '기대감'
 
그럼에도 국민들은 정치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다가오는 4·10 총선에 꼭 참여해 민심을 전달하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다만 아직 어느 쪽에 표를 던질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이 우세했는데요. 서울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은 아직 어느 쪽을 찍어야 할지 정하지 못했다며 "양당제보다는 다당제를 지향해야 한다고 보지만, 이낙연이나 이준석 신당도 딱히 옳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지역의 20대 여성도 "투표 계획은 있지만 아무 정당도 뽑고 싶지 않다"며 "3지대도 고려 중이나 사표가 되는 것도 원하지 않아 공약을 보고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여야가 '운동권 심판론'과 '윤석열정부 심판론'으로 대결 구도를 만들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 사이에서는 정부 심판론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서울 거주 40대 남성은 "최악을 피하려면 차악이라도 뽑아야 한다"며 "민주당이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뭘 해도 윤석열정부보다는 나을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인천의 30대 남성도 "현 정부가 과도하게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것 같아 민주당 후보에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고 충남 지역의 50대 남성 역시 "어느 정도 선이라는 것이 있는데, 지금 정부는 너무 못한다"며 "정권 심판을 위해 민주당을 뽑겠다"고 했습니다.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용산역에서 설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변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통합한 '개혁신당'입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영남 지역에서도, 진보 정당 지지도가 월등히 높은 호남 지역에서도 개혁신당에 대한 기대감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대구에 살고 있는 50대 남성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거기서 거기"라며 "개혁신당의 후보를 본 후 최종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호남 지역의 40대 남성은 "국민의힘은 절대 안 찍을 거고 행보를 봐서 민주당 아니면 이준석의 개혁신당을 생각 중"이라고 답했고, 또 다른 40대 남성도 "개혁신당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호남 거주 30대 남성은 "기존 양당이 아닌 새로운 바람을 보고 싶다"며 '3지대의 돌풍'을 이번 총선의 가장 큰 변수로 봤습니다. 다만 그는 "아직 개혁신당을 확실히 찍겠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입장을 유보했습니다.  
 
김진양·박진아·최병호·박주용·신태현·한동인·최수빈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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