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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팬덤②)이름값 하는 앨범값…BTS·블핑, 앨범가 선두
앨범 제작 평균 단가 1만원선
앨범 생산가 1만원선 마진율 170% 달해
CD 통한 음악 감상 5.7%에 그쳐
팬싸컷·랜덤 포토카드 등 기획사 상술 '점입가경'
2024-01-30 06:00:00 2024-02-02 14:53:54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K팝 아티스트의 글로벌 인기로 앨범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요. BTS와 블랙핑크의 평균 앨범 가격은 3만원이 넘었습니다. 제작 단가는 1만원선으로 알려지는데요. 4대 기획사의 대표 그룹 앨범 마진율은 평균 170%에 달합니다.
 
높은 마진율에 따른 기획사의 폭리 추구도 문제지만, 앨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기획사의 상술로 인해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10대 팬덤은 '울며 겨자먹기'로 여러장의 앨범을 구매하고 있습니다. 1인당 앨범 구매량이 받쳐줘야 랜덤 포토카드를 확보할 수 있고, 팬사인회 등의 기회를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인데요.
 
수백만장의 앨범 판매 소식이 들리지만 실제 앨범을 구매한 이후 음악을 감상하는 비율은 5.7%에 그칩니다. 앨범 속 CD 역시 하나의 '굿즈(Goods)'로 전락했다는 한탄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4대 기획사 대표 그룹 앨범 평균가 대비 마진 167.3%
 
30일 <뉴스토마토>가 자체 조사한 4대 기획사(하이브(352820), JYP Ent.(035900), 에스엠(041510),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대표 그룹 앨범 평균가는 2만6726원입니다. 
 
앨범 평균가는 BTS와 블랙핑크가 3만465원으로 트와이스(2만421원), NCT(2만5554원)보다 각각 49.1%, 19.2% 높았습니다. 
 
표=뉴스토마토
 
제작 업체마다 다르긴 하지만 평균 제작 단가는 1만원대로 집계되는데요. 여기에는 CD 생산, 포토카드, 케이스 제작 비용이 포함된 가격입니다. 4대 기획사 대표 그룹의 앨범 평균가(2만6726원)와 비교하면 167.3%의 마진이 남게 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아이돌 앨범 단가가 5000원선인데 이것도 패키지마다 다르다"며 "케이스에 금박을 입히고 하는 것들은 단가가 올라가서 1만원까지도 하는데 2만원 이상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앨범 판매 늘리기 위한 기획사의 각종 상술 
 
문제는 앨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기획사의 각종 상술인데요. 마케팅이라고 하기엔 사실상 강매로 해석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기획사는 랜덤 포토카드, 팬사인회 참여 기회 등으로 팬덤의 앨범 구매를 부추기는데요. 앨범 안에 아티스트의 랜덤 카드를 모두 얻기 위해서는 여러장의 앨범 구매가 필요합니다. 사실상 뽑기인 셈이죠.
 
한 시민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정규 3집 앨범을 구매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 소비자원 조사 결과 소비자가 1개의 음반을 구매시 얻을 수 있는 굿즈 수량은 3.4개인데요. 음반 1종류에서 발매된 랜덤 굿즈는 평균 27.7개로 소비자가 모든 랜덤 굿즈를 획득하고자 한다면 최소 8.2개의 음반을 구매해야 합니다. 하지만 랜덤 굿즈가 중복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 8.2개 보다 더 많은 음반을 구매해야 합니다.
 
김성환 음악 평론가는 "기획사가 포토카드 몇 종을 집어 넣는다고 공지를 하는데 5인조 그룹이 앨범이 나와서 개별 3종씩만 넣어도 무려 15종이 들어간다"며 "소장 목적을 가진 팬 입장에서는 여러 장 구매를 강제하는 것인데 차라리 굿즈샵에서 파는 포토카드가 오히려 정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장에서 수요가 있으니 이를 막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습니다.
 
팬사인회 참여 응모권 한장이 앨범 한장 
 
팬사인회와 연동되는 앨범 구매량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앨범 한 장이 팬사인회 응모권 한 장과 다름이 없기 때문인데요. 팬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직접 보고자 한다면 앨범 구매량을 늘릴 수 밖에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팬사인회 공지를 하면 응모 기간 앨범 판매량이 5배 정도 늘어난다"며 "기획사도 이를 알기 때문에 초동 기록을 위해서라도 앨범 구매 대상 쇼케이스, 팬사인회를 발매 첫 주에 몰아서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내 핫트랙스를 찾은 시민이 음반을 고르는 모습.(사진=뉴시스)
 
한 소비자는 "팬덤이 커졌는데 팬싸(팬사인회) 인원을 늘리지 않으니 팬싸컷이 내려가지 않으니 팬싸를 가는 사람만 간다"며 "팬들 사이에서도 팬싸컷이 어느 정도인지는 말이 달라서 결국 직접 사면서 알아보라는 말을 제일 많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스포티파이에서 음악을 듣고 CD로 음악을 듣는 사람이 없지만 포카(포토카드) 수집, 팬싸 응모권 때문에 앨범을 구매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팬들이 주장하는 앨범을 얼마나 사야 팬사인회에 갈 수 있다는 '팬싸컷'에 대해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앨범 한 장당 응모권이기 때문에 많이 살수록 본인이 소유한 응모권이 늘어나 확률이 늘어나는 것을 두고 팬싸컷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추첨 방식이기 때문에 당첨은 순전히 운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지난해 1억만장 이상 앨범이 판매됐는데, 실제 CD를 이용한 음악 감상 비중은 6%에도 못 미친다"면서 "사실상 CD는 굿즈로 전락한지 오래이며, 팬덤을 악용한 기획사의 상술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제재 방안을 내놓기 쉽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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