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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사용료 갈등)①송출중단 불씨 남았다…유료방송·홈쇼핑 평행선
성장 멈춘 유료방송·홈쇼핑, 수수료 갈등 '송출 중단'으로
유료방송 '모바일 매출 수수료 산정 반영' 주장
홈쇼핑 "기술적으로 어려워"…'방송판 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2024-01-01 06:00:00 2024-01-02 09:09:06
유료방송을 둘러싼 미디어 생태계의 콘텐츠 사용료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유료방송과 홈쇼핑의 송출수수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유료방송의 콘텐츠 사용료,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유료방송의 재송신료(CPS)까지 다수 사업자의 관계가 맞물려 있는데요. 이들 사업자를 둘러싼 콘텐츠 사용료 갈등은 해묵은 이슈이기도 하지만 방송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산업의 성장 둔화 속에서 사업자들의 갈등은 극에 달했습니다.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콘텐츠 사용료 논란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유료방송업계 홈쇼핑사의 송출수수료 갈등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사업자가 유료방송 채널 이용 대가로 지급하는 사용료인데,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립니다. 홈쇼핑은 "과거에 비해 유료방송의 채널 영향력이 줄었으니 송출수수료를 줄여달라"고 주장하는 반면, 유료방송은 "송출수수료를 줄이면 콘텐츠 사용료 재원이 줄어들어 급격하게 낮출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홈쇼핑·유료방송 모두 성장 둔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국내 방송산업 실태조사(2022년 말 기준)'에 따르면 2022년 유료방송의 방송사업매출 중 홈쇼핑 송출수수료 규모는 2조415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4% 증가했습니다. 
 
유료방송은 가입자에게 받는 수신료와 홈쇼핑의 송출수수료를 재원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콘텐츠 사용료를 지급합니다. 가입자 감소로 수신료가 줄었는데 송출수수료마저 감액되면 콘텐츠 사용료 지급 여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유료방송 중에서도 인터넷(IP)TV와 케이블TV(종합유선방송·SO)의 사정은 다릅니다. 2022년 IPTV사업자의 송출수수료 매출은 1조4795억원으로 전년 대비 11.7% 증가한 반면 SO는 7561억원으로, 2021년(7470억원)보다 1.2% 늘어난 데 그쳤습니다. 이 기간 IPTV 매출은 5.6% 증가한 4조8945억원을 기록했지만 SO의 매출은 가입자 감소 여파로 전년 대비 2.7% 감소한 1조8037억원이었습니다.
 
(자료=방송통신위원회)
 
실적 부진은 홈쇼핑도 마찬가지입니다. 홈쇼핑(홈쇼핑PP) 중 TV홈쇼핑 사업자들의 매출도 전년 대비 3.9% 줄어든 2조899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TV홈쇼핑 매출은 지난 2020년부터 지속 감소해 3조원을 밑돌았습니다.
 
작년엔 정부의 중재 기구가 가동될 만큼 갈등이 커졌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작년 11월부터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홈쇼핑(057050)의 송출수수료 '대가검증협의체'를 운영중입니다. 지난해 수수료 협상 막바지 현대홈쇼핑이 송출 중단 의지를 보이자 케이티스카이라이프(053210)는 정부에 대가검증협의체 가동을 요청했습니다. 대가검증협의체는 양측의 협상이 공정했는지 검토하는 기구로, 지난해 처음 가동됐습니다. 현재 위원들 간 논의와 의견 청취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모바일 매출 반영해야" VS. "측정 어렵고 대세 변함 없어"
 
유료방송업계는 TV홈쇼핑 시청 후 상당수가 모바일·인터넷을 통해 결제하고 있다며, 모바일 매출을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제 TV홈쇼핑 방송에서 모바일 결제를 유도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이 모바일 매출에 기여한 만큼의 매출 산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홈쇼핑업계의 입장은 다릅니다. 수수료 산정 기준에 모바일 매출액을 넣어도 전체 매출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술적으로 이를 집계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엇보다 산업 전반의 성장이 둔화됐기 때문에 결국 양 사업자가 '적게 주고 적게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합니다. 기존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면 결국 '방송판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상권이 죽었는데 임대료를 그대로 달라고 하면 계속 이어갈 수 없다"라며 "(채널에서)빠지고 싶어도 못 빠지는 상황인데 어느 순간에는 아예 안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도 모바일 매출을 고려하도록 했지만, 사업자 간 '합의' 요소로 정해놔 의견이 분분합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사업자마다 협상 내용에 따라 상황이 달라 정부에서 (일괄적으로)적용하라는 기준은 없다"며 "일부 사업자는 (모바일 매출을)반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10월 현대홈쇼핑이 KT스카이라이프에서의 송출 중단을 공지했다. (사진=KT스카이라이프 방송화면 갈무리)
 
송출 중단 불씨 여전…"제재 장치 필요"
 
방송 송출 중단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작년엔 정부 중재로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올해는 더 많은 홈쇼핑사가 협상에서 송출 중단을 선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송출중단은 국지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라며 "(지난해는)실적이 더 악화됐기 때문에 협상에서 송출 중단을 언급하는 회사가 생길 수 있고, IPTV도 수수료 효율이 안 나와 IPTV와도 갈등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사업자 간 마찰이 반복되다보니 송출수수료를 사업자끼리 '합의'하는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유성진 숭실대학교 교수는 "유료방송 사업자 별 협상력에 따른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고, 실질적으로 협상에 적용될 합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합리적 송출수수료 구조 정착을 위해 방송 매체별 홈쇼핑 매출 기여도를 정부가 모니터하고, 송출 중단을 협상 수단으로 남용하지 않도록 제재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증권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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