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오는 25일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별세 3주기가 됩니다. 이튿날인 27일은 이재용 회장의 취임 1주년을 맞는데요.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쇄신에 대한 요구가 재계 안팎에서 제기됩니다. 이 회장은 지난 1년간 '세상에 없는 기술'과 '인재 양성'을 꾸준히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는데요. 재계에선 '승어부' (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경영 목표로 내세운 이 회장이 부친인 이 선대회장의 경영 업적을 승계하고 발전시킬 새로운 경영 철학을 내놓을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 회장의 취임 때와 마찬가지로 취임 1주년을 기념하는 별다른 행사를 열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취임 일성을 밝힌 바 있습니다. 앞서 2020년 12월에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승어부'를 언급하며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고도 언급했는데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연합뉴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취임 후 전방위적으로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습니다. 초격차 기술과 인재 육성 외에도 글로벌 행보, 투자, 동행 등의 키워드로 지난 1년 행보를 압축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강점을 내세워 민간 외교관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데요. 지난 21일부터 4박6일간 이어지는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하는 것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일본, 미국, 프랑스, 베트남 방문 등에 동행하며 투자 협력을 지원했습니다.
동시에 올리버 집세 BMW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해외 경영인들을 만나며 대규모 투자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취임 후 첫 행보로 광주의 협력회사를 찾는 등 중소기업 등과의 동행이라는 사회적 가치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 1주기를 맞아 과제도 산적합니다. 당장에 주력 산업인 반도체 업황 악화로 실적이 급감한 게 가장 시급한 문제인데요. 삼성전자 1~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6402억원, 6685억원을 기록, 조 단위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그나마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으로 상반기와 비교해 실적이 개선됐지만 지난해 3분기보다 77.9% 줄어든 수준입니다.
반도체 사업 부진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건데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 IT(정보통신) 수요 위축으로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오고 재고가 쌓인 겁니다. 여기에 미중 갈등으로 인한 수출 규제 강화가 반도체 업황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도화선이 됐습니다.
미래 신사업 육성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 회장이 신수종 사업으로 점찍은 바이오, 인공지능(AI), 6세대 이동통신(6G) 등에서 사업성과가 빛을 발할지 주목되는데요. 이 회장은 반도체에 이어 바이오 분야 육성을 위해 10년간 7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해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 회장 주도 하의 삼성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이 구체적으로 어떤 곳이 될지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미래 먹거리 발굴과 신사업 육성을 위해서라도 M&A는 필수적입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2017년 9조원을 투입해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M&A를 멈춘 상황입니다.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 역시 1차로 벗어날 문제로 꼽히는데요.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 합병과 이를 위한 회계 부정을 지시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로 2020년 9월 재판에 넘겨져 4년째 법원에 출석 중입니다.
일주일에 1~2회 열리는 재판에 이 회장이 직접 출석해야 하는데, 이 때문에 장기 출장에 제약이 생기는 상황입니다. 재판부가 삼성 사건이 11월쯤 종료될 것을 시사한 만큼 1심 결과는 연내 나올 가능성이 커졌는데요. 진행 중이 재판 결과에 따라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공산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등기 임원으로 복귀하는 시점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립니다.
이재용 회장과 모친 홍라희 여사가 지난해 고 이건희 선대회장 2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모습.(사진=연합뉴스)
이 회장 취임 1주년과 이 선대회장의 3주기가 비슷한 시점에 이뤄지면서 삼성 내부에서 '신경영 선언'(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재조명하는 등 추모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는데요. 25일에는 경기도 용인 선영에서 이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참석한 가운데 3주기 추도식이 열립니다. 추도식에는 삼성 전현직 사장단이 대거 참석할 전망입니다.
이 선대회장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대표되는 신경영 선언을 통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시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런 배경 하에 이 선대회장의 경영성과는 취임 당시 10조원이었던 매출액이 2018년 387조원으로 약 39배 늘었으며, 주식의 시가총액은 1조원에서 396조원으로 400배 가까이 성장했는데요.
재계 관계자는 "신경영 철학의 핵심은 현실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자기반성을 통해 변화의 의지를 갖자는 것"이라며 "질 위주 경영을 실천해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경쟁력을 갖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신경영 선언 역시 올해 30주년을 맞았는데요.
재계에선 이에 버금가는 이재용표 '뉴삼성' 비전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18일 이 선대회장 추모 국제학술대회에서 "디지털 경영, 개성 경영, 콜라보 경영, 인권 경영 등으로 미래 세대에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제2의 신경영'이 필요하다"고 제언한 바 있습니다.
연말에 예정된 임원 인사에서 이 회장이 조직 쇄신을 실행할지도 귀추가 주목되는데요. 임원 인사는 12월 초 실시됩니다. 재계 일각에선 반도체와 가전 분야에서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만큼 해당 부문에서 고강도 인사 단행이 이뤄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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