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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인상·슈링크플레이션…소비자 울리는 얌체상술
투썸플레이스, 지난달 '슬며시' 가격인상
델몬트, 주스 과즙함량 축소
단위당 가격제도 활성화해야
2023-08-09 06:00:00 2023-08-09 06:00:00
 
[뉴스토마토 유태영·고은하 기자] 정부의 전방위적인 가격인상 자제 압박에 프랜차이즈와 식품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이나 소비자들이 알수 없게 슬며시 가격을 올리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규모나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소비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용량을 줄여 실질적 가격 인상을 하는 행태를 뜻합니다.
 
원부자재 가격 인상 압력이 심화되면서 선제적으로 가격을 올리지 못한 기업들이 차선책으로 이윤극대화에 나선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행태에 대해 인위적인 가격 인하 압력은 장기적으로 효과가 없다면서 '단위당 가격제도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델몬트, 주스 과즙합량 축소
 
국내 주스시장 1위 델몬트가 지난달부터 주스 제품의 과즙 함량을 축소했습니다. 글로벌 오렌지주스 원액 가격이 급등으로 인해 가격은 그대로지만 용량은 줄이는 것입니다. 
 
8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주스 브랜드 델몬트를 보유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부터 주스 제품의 과즙 함량과 성분 조정 리뉴얼을 오는 9월까지 순차 적용할 예정입니다.
 
리뉴얼 대표 품목은 델몬트 오렌지, 포도의 180㎖, 400㎖, 1.5ℓ 페트 제품입니다. 제품의 과즙 함량을 종전 10%, 12%, 20%, 80%, 100%에서 8%, 10%, 15%, 45%, 80%로 낮추게 됩니다. 16~43% 과즙을 축소하는 셈입니다. 
 
서울 시내 투썸플레이스 매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투썸플레이스, 지난달 '깜깜이 가격인상'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그룹 계열 특수목적법인(SPC) 트리니티홀딩스코리아가 운영하고 있는 커피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A TWOSOME PLACE)는 지난달 25일 매장에서 판매되는 음료 10개 품목의 가격을 300~500원씩 인상했습니다. 지난해 1월과 10월에 이어 9개월만에 가격 인상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투썸플레이스의 이번 가격 인상에 대해 '깜깜이 인상'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대부분 식품업체에서는 가격 인상에 대해 인상 시점과 인상율에 대해 미리 공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품별 가격인상 폭은 레귤러 기준 망고프라페가 5500원에서 6000원으로 9.1%, 오렌지자몽주스가 6000원에서 6300원, 오렌지·자몽에이드가 5500원에서 5800원으로 인상됐습니다. 스트로베리 피치 프라페가 5800원에서 6100원으로, 플레인요거트드링크가 45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됐습니다. 블루베리요거트드링크는 5000원에서 5300원으로 올랐습니다.
  
투썸플레이스 관계자는 "인건비, 운송비 등을 비롯해 매장 제반 운영비 상승으로 인해 일부 품목 가격을 인상했다"며 "홈페이지에 가격인상에 대한 공지를 했기 때문에 따로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는 이달 4일부터 아이스크림 가격이 약 8% 인상된다고 지난 3일 밝혔습니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여 만에 가격인상입니다.
 
배스킨라빈스의 싱글레귤러는 3500원에서 3900원으로 11.4% 올랐고, 싱글킹은 4300원에서 4700원으로 9.3%, 파인트는 8900원에서 9800원으로 10.1% 올랐습니다. 패밀리는 2만4000원에서 2만6000원으로 8.3%, 하프갤런은 2만9000원에서 3만1500원으로 6.9% 인상됐습니다.
 
SPC 관계자는 가격인상 배경에 대해 "수입 유크림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계속된 원재료비와 제반 비용 상승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CJ제일제당도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소시지 등 닭가슴살 주로 사용하는 제품들의 편의점 판매 가격을 이달부터 최대 15% 인상합니다. 
 
맥스봉 빅소시지(150g)는 기존 3500원에서 3900원으로 11.4% 인상됩니다. 맥스봉 오리지널(50g)도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오릅니다. CJ닭가슴살 청양고추핫바80g·소시지핫바80g·한입큐브80g 등의 가격은 2800원에서 2900원으로 각각 3.6% 인상될 예정입니다.
 
단위당 가격제도 활성화해야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입장에선 생산 원가가 상승하면 가격을 올려야하지만 정부가 가격을 못 올리게 하는 상황"이라며 "제품의 양이나 질을 낮춰서 실질적으로 가격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달성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은 같은 값에 옛날보다 양이 적은 제품 혹은 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결국 슈링크플레이션처럼 소비자가 부담하는 실질적 가격은 상승하는데다 추후에 가격 통제가 풀렸을 떄 기업들이 더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할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우선 단위당 가격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가격은 그대로지만 양이 줄어든 것을 일반 소비자들이 즉가적으로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단위당 가격을 큰 글씨로 명시하도록 해야하고, 소비자들도 단위당 가격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구매해야 한다"며 "정부가 단위당 가격 제도를 통해 가격 인하 정책이 효용성이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부연설명했습니다. 
 
유태영·고은하 기자 t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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