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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속 '장애' 읽기)우리, 인간적으로 아이는 건들지 맙시다!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 없는 일방적 악마화 ‘우려’
2023-08-02 06:00:00 2023-08-02 06:00:00
상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일은 웹툰 작가 때문이고, 그의 아들은 성추행범이며, 발달장애인은 천하에 위험한 괴물입니다. 제가 이해한 게 맞나요? 요즘 돌아가는 분위기가 딱 이렇게 느껴집니다.
 
제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교실에서 성기를 노출했습니다. 당시 아들의 사회적 정신연령은 갓 돌 지난 아기 정도였을 겁니다. (중학생인 지금은 만 3세 정도로 많이 성장했습니다). 그때 아들은 “크크크. 이 작고 연약한 여자친구들아. 내 고추를 보고 놀라거라”하는 의도에서 바지를 내렸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데 말을 못 하니 “선생님, 나 지금 쉬 마려워요”라는 말을 행동 언어로 대신한 것입니다. 그래도 반 친구들이 받을 충격을 모른척해선 안 되죠. 2학년이 되면서 반 엄마들에게 아들 행동에 이해를 구하는 편지를 썼습니다.
 
반 엄마들은 포용의 자세로 아들을 받아들였고 자녀들에게 ‘특별교육’도 시켰습니다. “동환이 손이 바지춤으로 향하는 걸 발견하면 얼른 선생님한테 말씀드려”. 그러면 선생님은 아들이 바지를 내리기 전 화장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비록 3개월 같이 지내다 특수학교로 전학했지만 같은 반 엄마들도, 이해하고 도우려 애쓴 친구들도 참 고마웠습니다.
  
초등학생이면 화장실 정도는 혼자 다녀옵니다. 성기를 노출하면 안 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죠. 하지만 제 아들은 발달장애인입니다. 느린 속도로 성장하고 수십, 수백 번의 반복 교육이 이어져 몸으로 체득해야만 배웁니다. 한 두 번의 획일적 성교육과 몇 번의 혼남으로 해당 행동이 소거된다면 애초에 장애 진단을 받지도 않았을 겁니다. ‘주변 이해’와 ‘인력 지원’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모두 충족된 후에야 아들은 더 이상 교실 안에서 성기를 노출하지 않았고 반 친구들도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요즘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이슈를 살펴봅니다. 지난주 JTBC ‘사건 반장’을 보다가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여학생 앞에서 바지 내려’가 아예 떡하니 자막으로 붙어 방송되고 있는 겁니다. 아무리 시청률이 중요하다 한들 솔직히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인간적으로 아이는 건드리지 맙시다. 네? 
 
‘행동’만을 부각하면 발달장애인은 설 곳이 없습니다. 발달장애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특정 행동만을 문제 삼으면 발달장애인은 존재 자체로 민폐 덩어리가 돼 버립니다. 생후 100일 된 아기에게 “공공장소에선 조용히 해야지. 우는 행동은 민폐야”라고 비난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발달장애 당사자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유로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원인을 알아야 지원할 방법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발달장애입니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그 어떤 이해의 마음조차도 필요 없다는 듯 보입니다. 
 
일부 특수교사까지 가세합니다. 현장의 힘듦을 강조하기 위해 발달장애인이 얼마나 위험하고 더러운 존재인지 부각하고 조회수에 눈먼 언론은 이때다 싶어 받아적습니다. 물어뜯는 발달장애인, 버스에 똥 싸는 발달장애인. 댓글 창을 보면 무서울 정도입니다. 제 아들은 어느새 집에만 가둬놔야 하는 괴물이 되어있더군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제 아들은 본인이 원해서 자폐인으로 태어난 게 아니라는 사실이요. 전 세계적으로 발달장애인이 인구수의 일정한 비율을 유지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입니다. 최근 그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라는 건 더 신기한 일이고요. 
 
이런 상황에서 발달장애인을 괴물로 만들어 우리가 얻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엄마인 내가 비장애인으로 태어나도록, 쌍둥이 누나가 비장애인으로 태어나도록, 발달장애인 일정 비율에 대신 속해있는 아들에게 미안하기만 합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류승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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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군자, 아니 대천사가 아니고서야 주호민 아들마냥 바지를 내려까 성기를 노출하며 성추행+폭행까지 가해도 참고 이해하며 발달장애인이니 그럴 수 있다며 어울려 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발달장애는 면죄부나 특권도 아니고, 면허증도 아닙니다. 내가 원해서 장애인으로 태어난 것도 아니라 억울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초법적인 이해나 특혜를 당연히 바라며 그걸 해주지 않는다고 발달장애인은 천하의 위험한 괴물이 되었다느니, 집에 가둬놔야만 하냐느니 그런 소리가 나올 일은 아닙니다.

2023-08-06 20:11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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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만을 부각하면 발달장애인은 설 곳이 없습니다. 발달장애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특정 행동만을 문제 삼으면 발달장애인은 존재 자체로 민폐 덩어리가 돼 버립니다. 생후 100일 된 아기에게 “공공장소에선 조용히 해야지. 우는 행동은 민폐야”라고 비난하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 사회는 그것을 이해하고 봐주지 않습니다. 생후 100일 수준이건 뭐건 사회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 규칙을 지켜야 하고, 그 규칙을 벗어나 민폐를 끼치면 배척받죠.

2023-08-06 19:43 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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