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혜진기자] 나는 기업이 던지는 떡밥을 잘도 받아먹는 비합리적인 소비자의 전형이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른바 `봉`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고객이다.
1만원 할인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20만원짜리 상품을 구매하고, 할인된 상품의 원래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어쩐지 훌륭한 소비자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나 같은 소비자를 위해 기업은 우수고객 우대 정책을 만든다.
달콤한 혜택의 유혹 때문에 우수고객 지위를 유지하고자 그 흔한 가격비교도 하지 않고 단골 쇼핑몰을 애용한다.
어느날 단골인 C홈쇼핑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아이쇼핑을 즐기다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면서 나의 분노가 깨어났다.
며칠 전 우수고객 전용 쇼핑존에서 12%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한 명품 화장품을 로그아웃 상태에서, 즉 일반회원인 상태에도 같은 가격으로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백화점 상품을 남들보다 매우 싸게 샀다는 생각에 느꼈던 기쁨과 보람은 멍청한 자신에 대한 회한과 부끄러움, 그리고 지난 몇년간 충성해온(?) C홈쇼핑에 대한 배신감으로 변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전화했다. 돌아온 대답은 "다른 사람이 같은 혜택을 받는다는 사실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다"는 답변이었다.
마치 내가 나한테만 더 큰 사탕을 주지 않는다며 떼쓰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정 잘못이 내게 있는 걸까?
고객센터에 분노에 찬 목소리로 전화하자 상담원은 "문제가 있는 일”이라며 “담당부서에 알아보고 시정하겠다”고 친절하게 답했지만 다음 날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다.
결국 전화상담원을 거치지 않고 실무자에게 직접 전화했다.
그는 계열사에 백화점이 없는 C홈쇼핑이 A백화점을 유치하면서 화장품은 우수고객 폐쇄매장에서만 판매기로 했지만 최근에 A백화점이 몇 개의 브랜드를 일반고객에게도 판매할 수 있도록 풀어주면서 상품 관리에 착오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몰랐던 사실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제서야 우수고객 전용 쇼핑존에서 내가 지적한 상품들이 사라졌다.
우수고객이라 이름 붙은 나 같은 사람들이 사실은 로열티 고객, 다른 말로 기업에 충성하는 고객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며 씁쓸해졌다.
쇼핑존이 갑자기 썰렁해져서 영문도 모른 채 항의를 하는 소비자도 있을 수 있겠다.
대한민국 수많은 쇼핑몰 중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한 어딘가에 소비자를 현혹하는 겉만 번지르르한 수많은 떡밥이 뿌려져 있을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알려진 일인데 나만 몰랐던 걸까? 내가 홈쇼핑 업체들의 `우수고객`이란 착각에 빠져 있을 때 기업들은 나를 `봉`으로 여긴다는 사실을 나만 몰랐던 것 같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