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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신경영 30주년' 앞둔 삼성전자, 키워드 '혁신과 인재'
별도행사는 하지 않을 예정…이 선대회장 입원 전만해도 매년 기념식 열어
이재용 회장 '승어부'로 '뉴삼성' 승부수…기술과 인재양성 꾸준히 강조
2023-06-05 06:00:00 2023-06-05 06:00:00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삼성전자가 오는 7일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 30주년을 맞습니다. 1993년 6월7일 고 이건희 회장이 계열사 사장단을 독일로 불러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대대적인 혁신을 요구한 프랑크푸르트 선언입니다. 
 
5일 삼성과 재계에 따르면 신경영 선언일에 별도 행사는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삼성은 지난 2014년 이 선대회장이 입원하기 전만해도 매년 신경영 기념식을 열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이후 이 선대회장의 입원과 이재용 당시 부회장의 재판 등을 거치며 2017년부터는 별다른 기념행사를 열지 않고 있습니다. 
 
신경영 선언의 결정적 계기는 '세탁기 사건'이었는데요. 불량 부품을 칼로 깎아 조립하는 것을 보고 격노한 이 선대회장이 "삼성은 이제 양 위주의 의식, 체질, 제도, 관행에서 벗어나 질 위주로 철저히 변해야 한다"면서 삼성 제2의 창업을 선포한 일화입니다. 양적 목표 달성에 치우친 나머지 기업의 장기적 생존전략 같은 질적 요인을 소홀히했다는 통렬한 자성이 담긴 일갈이었는데요. 
 
이 선대회장은 신경영을 선포한 1993년 6월7일부터 8월4일까지 68일간 독일, 스위스, 영국, 일본에 이르는 대장정을 통해 사장단, 국내외 임원 등 1800명과 간담회를 실시했습니다. 사장단과는 800시간, 임직원 상대 350시간 등 총 1200시간에 넘는 강의를 했는데, 이를 풀어 쓰면 A4 용지 8500매에 해당하는 분량에 달합니다.
 
1993년 '신경영' 발표 당시 이건희 선대회장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재용의 '승어부'…뉴삼성으로 '기술·인재' 강조
 
이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은 삼성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이자, 생전 경영철학을 보여주는 일화로 꼽힙니다. 동시에 전 임직원이 위기감을 자각하고,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계기가 됐습니다. 30년이 지난 현재,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진정한 효도)'를 언급한 이재용 회장의 비전이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12월 "제가 꿈꾸는 승어부는 '더 크고 강한 기업'을 넘어 국민이 '신뢰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회장은 선대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계승한 '뉴삼성' 비전으로 취임 후 '기술'과 '인재'를 강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이 회장은 그간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며 기술 개발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역설했습니다. 그는 조부인 이병철 창업 회장이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포한 '도쿄 선언' 40주년 즈음엔 "끊임없이 혁신하고 선제적으로 투자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실력을 키우자"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회장 취임 후 '기술이 생존'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발산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회장은 올초에도 삼성전자 천안·온양 캠퍼스 등 반도체 사업 주요 거점을 찾아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습니다. 지난 3월엔 경북 구미 소재 구미전자공고에선 "젊은 기술 인재가 제조업 경쟁력의 원동력"이라며 인재 육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2023년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상생행보, 글로벌 경영 등 주력…하반기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도 관심
 
특히 상생 행보와 조직문화 개선, 글로벌 경영 등에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지난해 10월 취임 후 첫 공식 행보로 광주에 있는 협력회사를 방문한게 대표적입니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이 회장의 동행 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이외에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해외 경영 행보에 주력하는 행보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신경영으로 양적 경영의 악순환을 끊고 질적 성장으로 삼성의 근본적 체질을 개선했다"며 "JY표 삼성 시대는 질적 성장 위에 '뉴 삼성'의 비전을 더해 전력 질주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삼성전자는 최근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습니다. 이 회장이 취임 소회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언급한 데에서도 위기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의 새 먹거리 발굴과 하반기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 등이 관심을 모읍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바이오, 로봇,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등을 중심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갈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책임 경영 필요성이 부각되며 이 회장의 하반기 등기 임원 복귀 가능성이 점쳐지는데요. 삼성·SK·현대차·LG그룹 등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합니다. 이 회장이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등기 이사로 선임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으나, 당시 주총에서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을 통해 주주가치 증대 필요성이 대두되는 시점"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공급 중심의 치킨게임의 결과로 낸드플래시 업황이 재편되고 경쟁사들의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했는데, 이는 삼성전자의 중장기 상대적 경쟁력 강화의 근거가 될 것"이라면서 "이후 수익성 위주의 경영전략으로 급선회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영 전략상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연합뉴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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