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특허' 유출 일당 검거했지만…늘어나는 첨단기술 해외 유출
포스코 특허 '에어나이프' 빼돌리다 덜미
최대 6600억원상당 부당이득 유출 차단
핵심기술 유출 꾸준히 늘어…처벌은 솜방망이
"고의적 유출 형량 강화 등 처벌 무겁게 해야"
2023-05-31 15:35:43 2023-05-31 17:15:12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포스코가 특허 등록한 철강 분야 국가 첨단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려던 일당이 관세당국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이들이 유출하려던 기술은 해외 철강사가 5년간 최대 66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할 수 있는 규모였습니다. 
 
문제는 국가 첨단 기술의 유출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처벌 강화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관세청은 국가 첨단기술인 강판 도금량 제어장비(에어나이프) 기술을 도용한 장비를 수출하려던 업체 대표 등 5명을 특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1일 밝혔습니다.
 
에어나이프는 용융 알루미늄이나 아연을 도금한 강판에 가스를 분사해 도금량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장비입니다. 도금강판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핵심 설비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세청은 지난해 7월 '기술유출 범죄 전담 수사팀'을 설치하고 피해신고 센터를 운영하는 등 기술 유출 범죄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관세청 최초의 첨단기술 해외 유출 적발 사례입니다.
 
관세청은 국가 첨단기술인 강판 도금량 제어장비(에어나이프) 기술을 도용한 장비를 수출하려던 업체 대표 등 5명을 특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1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유출 전 적발한 에어나이프. (사진=관세청)
 
전 포스코 협력사 직원 기술유출 '덜미'
 
이번에 검거한 일당은 포스코가 특허 등록하고 국가 첨단기술로 지정된 도금량 제어장비 기술을 도용해 제작한 에어나이프 7대(58억원 규모)를 해외에 수출하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조사 내용을 보면, 주범 A씨는 포스코 협력업체에서 근무하다 퇴사하고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후 같은 협력업체에서 에어나이프 도면 제작자로 근무하던 B씨를 영입해 포스코 기술을 도용한 에어나이프 4대를 제작한 뒤 2020~2021년에 걸쳐 수출했습니다. 수출 규모는 35억원에 이릅니다.
 
A씨는 B씨가 퇴사하자 포스코가 특허 등록한 에어나이프 개발자인 C씨를 부사장으로 채용했습니다. 이후 일부 구조만 변경한 에어나이프 3대(23억원)를 다시 제작해 지난해 수출을 시도하다 적발됐습니다.
 
인천세관 수사팀은 국내 기업 특허 기술을 도용한 에어나이프가 해외로 수출된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 지난해 11월 세관에 신고한 에어나이프 3대를 선적 전 압수했습니다.
 
이번에 압수한 에어나이프 1대당 기대이익(업계추산)은 연간 최대 440억원입니다. 이를 고려해 에어나이프 3대가 수출됐다고 가정하면 해외 철강사는 5년간 최대 66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A씨는 수출 과정에서 특허권 침해 문제를 예상, 물품명을 '코팅장비'로 위장·신고하는 등 용의주도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또 세관의 수사를 예상하고 회사 내 자료저장장치를 폐기하거나 제작도면 파일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도 시도했습니다.
 
관세청은 국가 첨단기술인 강판 도금량 제어장비(에어나이프) 기술을 도용한 장비를 수출하려던 업체 대표 등 5명을 특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1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노시교 인천세관 조사국장이 31일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관세청)
 
국가 핵심기술 유출 8년간 47건…"처벌 강화해야"
 
산업통상자원부가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반도체·전기·전자·조선 등 분야에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142건에 달합니다. 특히 산업기술 중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 유출은 2016년부터 올해까지 4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문제는 국가핵심기술이 한 번 유출되면 막대한 국가 손해로 돌아옵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2022년 산업기술 해외 유출에 의한 피해액은 25조원으로 추산됩니다.
 
그러나 기술유출 사건에 대한 법원의 양형 기준이 낮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가 핵심기술 해외유출에 대한 법정형은 '3년 이상 유기징역'이지만, 실제 법원의 기본 양형 기준은 '1년∼3년6월'에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술유출은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에도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문제"라며 "고의적인 유출은 책임소재가 명확하기 때문에 형량을 강화하는 등 처벌을 무겁게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최근 글로벌 패권경쟁의 핵심요소인 첨단기술에 대한 주도권 쟁탈전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가 핵심기술의 해외유출 방지를 위해 수출입 단계에서의 단속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우리나라 선도기술 분야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조선, 철강 분야 등에서 국가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관세청 수사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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