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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부담상한제·실손보험이 중복수령이라고?
금융당국 "이중수령, 과잉진료 부추긴다"
소비자단체 "가계부담 경감 취지 반해"
전문가 "별도 보험료 납부 대가"
2023-05-26 06:00:00 2023-05-26 06:00:0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금융당국이 본인부담액상한제에 따른 환급금과 실손의료보험금을 함께 수령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소비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습니다. 보험료는 이중으로 내고 보험금은 한 쪽에서만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가계부담을 덜기 위해 마련한 제도가 보험사 이득을 취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보건복지부는 본인부담상한제와 실손보험금 중복 수령을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금융위와 복지부 모두 중복 수령을 방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 합의를 본 상황으로 알려졌습니다. 금융위 관계자는 "본인부담상한제와 실손보험금 중복 수령을 방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본인부담상한제는 환자가 부담하는 건강보험의 본인 부담금이 개인별 상한액을 초과할 때 초과금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대신 내 주는 제도입니다. 환자가 낸 치료비 중 본인부담상한제에 해당하는 금액을 환급해주는 방식인데요.
 
실손보험 가운데서도 2009년 9월 표준약관 제정 이전 보험계약이 체결된 1세대 실손의 경우에는 실손보험금을 받더라도 본인부담상한제의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약관 상 본인부담상한제와 관련한 내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즉 금융위와 복지부는 이렇게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과 실손보험금을 둘 다 받는 경우를 막겠다는 것입니다.
 
소비자단체는 본인부담상한제와 실손보험금의 중복 수령 방지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보험사에 실손의료보험 본인부담상한제 적용에 대해 보험금 심사기준을 개선하는 등 소비자 예방 방안을 마련하라고 보험사에 권고한 바 있습니다. 또한 국민이 준조세로 납부한 건강보험재정으로 사기업인 보험사를 지원하는 것은 중증·만성질환으로 인한 가계부담 경감을 위한 본인부담상한제 도입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표준약관 제정 이전의 상품은 중복해서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며 "실손보험의 경우 손해보험이 아닌 제3보험이기 때문에 반드시 손해보험의 이득금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부담상한제 적용 대상 환자들은 대부분 중증 이상의 증상이 있는 환자들로, 이중수령을 한다고 해서 과잉진료 등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위험이 없다"며 제도 개선의 타당성을 지적했습니다. 이득금지 원칙이란 보험가입자가 손해보험에 의해 실제 손해만큼의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손해보험의 원칙을 말합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건강보험료와 실손보험료는 이중으로 내고, 보장은 한 쪽으로만 해주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본인부담상한제에 해당하는 비용이 건강보험료에 반영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법률적으로도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박기억 변호사는 "본인부담상한제와 실손보험금은 모두 보험 가입에 따른 혜택으로, 문제가 있는 이중 수령이라 볼 수 없다"며 "실손보험에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한 소비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중복 수령을 막을 경우 실손보험에 가입한 것이 차별의 근거가 되는 셈"이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박 변호사는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과 요양급여는 서로 구별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법원의 판례 역시 대체적으로 이를 수용해 판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2021년 11월 부산지방법원은 1세대 실손보험금에 대해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을 공제하지 말고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시민이 수납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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