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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더 글로리’ 김 히어라 “‘이사라’의 지옥, 아직 시작도 안됐다”
“오디션에서 뽑히고도 ‘왜 나를?’이라 할 정도로 놀랐다. 이유 있었다”
“’이사라’ 못된 짓, 이유 찾으려 했었지만 결국 ‘그냥 나쁜 아이’였다”
2023-03-29 07:01:02 2023-03-29 07:01:0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름이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 버리기 힘든 독특한 이름입니다. 그래서 살면서 이름에 대한 질문을 가장 많이 듣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독특한 이름만큼 연기도 독특합니다. 일단 독특하기만한 건 아닙니다. 그 안에서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 너무도 강렬하게 드러나고 있는 무언가, 그 무엇이 있어 보였습니다. 아마도 그 무언가를 작가와 감독은 단 번에 잡아내고 이 배우에게 이 역할을 맡겼던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배우의 강렬함, 그 강렬함이 뿜어내는 발산의 힘. 그리고 그 발산의 힘이 만들어 낸 총천연색 스펙트럼. 그걸 한 번쯤은 봐야 직성이 풀리지 않았을까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냐고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속 빌런 5인방 가운데 한 명 이사라캐릭터를 떠올리면 그 의문,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사라를 연기한 배우 김히어라. 방송에선 사실 큰 존재감을 발휘한 바 없습니다. 반면 그는 공연계에선 최고의 톱스타 중 한 명입니다. 그런 그가 OTT로 넘어와 자신의 쓰임새를 100점 이상 존재감으로 증명 시켜 버렸습니다. 이제 그는 더 글로리가 만들어 낸 글로리중 한 명으로 글로벌 주목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배우 김 히어라. 사진=넷플릭스
 
인터뷰 당일 김 히어라는 더 글로리속 금발의 긴 헤어스타일이 아닌 백발에 가까운 탈색된 짧은 헤어스타일로 변신해 나왔습니다. 신작 촬영을 앞두고 외모 설정에 들어갔습니다. 짧은 탈색된 헤어스타일, 왠지 모르게 더 글로리이사라에 더 가깝게 보였습니다. 몸도 좀 더 마른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날카롭고 더 강렬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얘기를 나눈 김 히어라. 성격 좋은 옆집 언니 누나 딱 그 모습입니다. 우선 더 글로리예상 밖의 범위까지 잘 돼 정신을 못 차리겠다고 웃습니다.
 
김은숙 작가님 대본이라 당연히 잘 될 거라 생각했었죠. 그런데 어느 정도였지 이 정도로 예상의 범위를 넘어선 성공은 상상도 못했죠. 지하철에서 모든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더 글로리만 보는데 이게 뭐지싶었어요. 이런 게 잘되는 건가 싶을 정도였어요. 전 방송 관련 출연이 몇 편 안돼서 피부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 상상이 잘 안됐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이런 게 잘되는 건가 싶어요.”
 
김 히어라, 국내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속 한 에피소드에 주인공으로 나온 바 있습니다. 그래서 어디서 봤는데싶은 낯익은 느낌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일 뿐입니다. 김 히어라는 더 글로리출연을 위해 정말 길고 긴 오디션을 봤다고 합니다. 얼핏 떠올리기만 해도 대략 두 어 달 정도는 됐던 것 같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이사라배역은 아니었 다네요. 그 과정은 분명 흥미로웠습니다.
 
'더 글로리' 스틸. 사진=넷플릭스
 
일단 전 출연 제안을 받은 게 아니라 오디션으로 합류했고요. 김은숙 작가님 안길호 감독님 작품이니 당연히 하고 싶었죠. 우선 오디션에 참여했는데 딱 5장짜리 대본을 주셨어요. 각각의 인물 대본인데, 연진 혜정 사라 동은 그리고 다른 여자 배역까지. 오디션을 보면서 전 다 해봤어요. 동은도 해봤어요(웃음). 근데 사라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받은 사라의 대본 속 대사가 뭔가 귀여운한 느낌이 강해서(웃음). 근데 나중에 제가 그 사라 역이더라고요. 하하하. 아니 대사만 놓고 보면 약간 그런 면도 있잖아요. 아유 창피해서. 하하하.”
 
김 히어라가 이사라역을 싫어했던 이유는 딱 하나 자신의 성격과 전혀 다른 캐릭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감독은 김 히어라를 이사라로 낙점했습니다. 김 히어라는 사실 좀 의외였다고 합니다. 극 속의 이사라와 자신의 성격 자체가 전혀 어울리지 않았고 자신도 쉽게 이입이 되지 않았다네요. 하지만 오디션에서 본 쪽 대본 속 이사라. 그건 김 히어라가 보지 못했던 다른 점을 김은숙 작가와 안길호 감독이 본 것이었습니다.
 
“’왜 나를?’이었죠. 그런데 나중에 작가님과 감독님이 오해하지 말고 들어라라고 하시면서 우리가 찾던 사라의 눈빛이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사라가 마약 중독자이잖아요(웃음) 그래서 연신 오해하면 안된다라고 하시면서 설명해 주셨죠. 대화를 통해 내가 갖고 있는 기본기들이 사라를 표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저도 충분히 납득이 됐고 두 분을 믿고 가보자 싶었죠.”
 
배우 김 히어라. 사진=넷플릭스
 
더 글로리속 빌런 5인방, 그들 가운데 이사라, 분명 차이점이 있습니다. 이사라를 제외한 다른 네 명은 삶에 대한 집착이 너무도 강렬하게 표현돼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악착같이 자신의 삶을 위해 눈 앞에 누구에게라도 해꼬지를 할 수 있는 잔악함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이사라는 달랐습니다. 그는 삶에 대한 큰 욕구가 없습니다. 마약 중독자 특유의 성격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뭔가 다른 지점에서 그런 표현력을 담아냈던 것 같습니다.
 
딱 맞습니다. 이사라는 그냥 사니 깐 사는 거에요. 어릴 때부터 약에 많이 의존해 있던 개인사가 있었다고 설정했고 작가님과 감독님도 말씀해 주셨어요. 그냥 삶에 의지가 많이 없는 아이였어요. 그 이유는 그냥 약 때문이에요. 약에 대해 의존성이 강해지면서 중독이 되다 보니 목표 의식이 하나가 되는 거에요. 삶 자체의 동력이 약 하나에요. 다른 무엇에도 큰 자극을 받지 못해요. 그런 설정이 기본 바탕이 됐었죠.”
 
그런 이사라가 도대체 왜 문동은에게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까. 학창시절 이사라와 문동은 사이에 어떤 드러나지 않은 개인사가 있을까. 아니면 김 히어라 본인이 만들고 설정에 캐릭터에 투입시킨 개인사가 있었을까. 김 히어라는 그런 점을 고민했었다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건 큰 의미가 없었답니다. 그 이유는 더 글로리제작발표회에서 김은숙 작가가 언급했던 발언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더 글로리' 스틸. 사진=넷플릭스
 
도대체 왜 이렇게 못된 짓을 했을까. 그런데 결과적으로 고민했던 게 작가님 감독님과의 대화에서 해답을 찾았어요. ‘이유를 찾지 말자였어요. 그들은 그냥 나쁜 사람들이에요. 가해의 행동에 어떤 이유를 부여하면 동은의 행동이 또 다른 가해가 되는 거잖아요. 동은은 피해자에요. 그리고 그 반대에 선 다섯 명은 가해자이고. 가해의 행동에 이유를 찾지 말자. 그냥 대본 안에서 있는 그대로만 하자. 그나마 변별력을 주려 했던 건 내가 이사라를 연기해서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그것만 좀 고민했던 것 같아요.”
 
파트2에 등장하는 몇몇 장면은 더 글로리신드롬 원동력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그 중심에 김 히어라가 있었습니다. 그 장면은 교회에서 마약 중독으로 인해 환상을 보는 것, 그리고 이사라가 자신의 아빠(목사) 그리고 엄마에게 떼를 쓰는 장면입니다. 두 장면에는 꽤 흥미로운 뒷 얘기가 있었습니다. 김 히어라의 설명을 듣고 그 장면을 다시 보면 좀 더 섬뜩해질 수도 있을 듯합니다.
 
우선 교회에서 마약에 중독돼 뱀을 보는 환상이 표현된 장면이 등장하는 데, 그 장면에서 나오는 뱀. CG아니에요(웃음) 실제 뱀이에요. 하하하. 나름 경력이 많은 분(?)이라고 하더라고요. 안전하게 잘 촬영했어요. 그리고 떼를 쓰는 장면을 두고 금쪽이라고 온라인에서 나오는 걸 봤는데 대본에 ‘마치 엑소시스트 모습 같다’라고 쓰여 있었어요. 그걸 보고 저 나름대로 악을 쓰면서 표현했죠(웃음). 전 나름 사탄처럼 한 건데 주변에선 귀엽다고 하더라고요. 하하하.”
 
배우 김 히어라. 사진=넷플릭스
 
파트1이 공개된 뒤 화제가 되지 않았는데 파트2가 공개된 뒤 알려진 것 중에 모두가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김 히어라의 그림 솜씨 입니다. 극중 김 히어라가 연기한 이사라, 현직 화가 설정입니다. 그리고 극중 이사라가 그린 그림들. 대부분이 실제로 김 히어라가 그린 그림입니다. 가장 유명한 거대한 캔버스에 그려진 초록색 하이힐 그림. 그것 역시 실제로 김 히어라가 그렸다고 하네요. 참고로 김 히어라, 전시회까지 했었던 아마추어를 넘어선 그림 실력자입니다.
 
제가 그림을 그리는 걸 작가님과 감독님 모두가 모르셨더라고요(웃음). 제 그림을 보시더니 그림체가 사라의 그림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두 분다 마음에 들어 하셨어요. 말씀하신 거대한 초록색 하이힐 그림은 100호짜리 캔버스에 그린 건데, 원래는 좀 디테일한 느낌이었는데 그걸 보시고 감독님이 좀 거칠었으면 한다라고 하셔서 제가 다시 수정한 거에요. 지금 그 그림들 다 제 작업실에 있습니다(웃음). 파트3가 나오면 모르죠 그때 다시 활용할 수 있을지. 하하하.”
 
마지막 질문에 꼭 하고 싶었습니다. 김 히어라가 바라 본 이사라의 최후. 다른 5인방 가운데 가장 수위가 얕은 형벌을 받은 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 말, 실제로 파트2가 전부 공개가 된 뒤 온라인에 꽤 많이 나오는 의견입니다. 김 히어라는 그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답니다. 그리고 본인이 생각하는 이사라의 형벌과 최후. 그는 이렇게 바라봤고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배우 김 히어라. 사진=넷플릭스
 
이사라는 감옥에 갔잖아요(웃음). 징역 살고 나오면 되는 거고. 그게 너무 약한 처벌 아니냐.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어요. 재준이나 명호나 연진이 혜정이에 비해 너무 약하지 않느냐. 그렇게 보실 수도 있죠. 그런데 사라는 감옥에 갔다가 나온 뒤부터 지옥이 아닐까요. 감옥에서 나온 뒤 감당해야 할게 너무 많을 거 같아요. 우선 나오고 나서 다시 약에 손 대겠죠. 그렇게 망가지는 사라를 누가 감당할까요. 사라의 지옥은 아직 오지도 않은 거 같아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성남 엔터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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