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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의 밴드유랑)되살아난 반세기…명반들의 ‘리터치’
핑크 플로이드 50주년 ‘프리즘 앨범’ 전격 리마스터링
린킨파크 20주년, 다프트 펑크 10주년 음반도 나와
국내도 산울림 전집, 넬 ‘C’ 등 LP 제작 돌입
2023-03-08 17:00:10 2023-03-08 21:10:31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검은 배경에 빨주노초파로 프리즘을 투과해 뻗어가는 색상들. 이 고유의 표식(핑크플로이드 'The Dark Side Of The Moon'·1973)이 대중음악에 인장처럼 찍히고 흐른 반 세기 여의 시간. 
 
기술의 거듭된 발전이 마침내 실존보다 더 실존 같은 '타임슬립'을 촉발시키고 말았다면. 세계 대중음악사의 오래토록 묵혀있던 수북한 먼지를 털고, 마침내 비밀의 빗장은 열릴까. 
 
'전설'로 통하는 음악가들의 기념 주기를 맞아 리마스터링 버전이나, 생전 녹음본이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습니다. 잘 만든 명반 한 장이 세계 대중음악사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의미와 가치는, '싱글 앨범'이라는 모순형용이 나부끼고, 파편화된 음원과 과잉 팬덤으로 왜곡된 오늘날 음악 시장을 돌아보게 합니다.
 
세기의 록 그룹 핑크 플로이드는 'The Dark Side Of The Moon' 발매 50주년을 맞아 오는 24일 전격 리마스터링 음반을 냅니다. 돌비 애트모스(서라운드 스피커에 천장 스피커를 추가해 3차원 입체음향을 구현하는 첨단 기술)를 적용한 블루레이·DVD는 반 세기를 기다려온 세계 음악 팬들을 난생 처음 겪는 '핑플 프리즘'으로 안내할 예정. 악기들의 음파가 스피커를 타고 흐르는 게 아니라, 공간을 빙빙 순회하는 경험은 특별할 터. 1978년부터 핑크플로이드 '제 6의 멤버'처럼 활동한 제임스 거스리 엔지니어가 달라붙어 21세기 스타일로 음향을 쫙 펴냈습니다. 
 
세기의 록 그룹 핑크 플로이드는 'The Dark Side Of The Moon' 발매 50주년 기념 리마스터링 음반. 사진=핑크플로이드 공식홈페이지
 
'광기'와 '정신세계'를 주제로 한 이 콘셉트 앨범은 세계 대중음악계에 '짜임새 있는 음반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진 작품입니다. 사이키델릭과 재즈 화성의 영향이 범벅된 사운드 사이로 심장 박동(Speak to Me), 알람 소리(Time), 동전소리(Money), 웃음 소리(Brain Damage)가 흘러나옵니다. 덧없이 흘러가는 시간부터 자본주의와 반전주의, 극단적 허무주의 같은 사회상을 거울처럼 비춰냅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 역시 명반 'Random Access Memories' 10주년을 기념한 에디션 음반을 냅니다. 오는 5월 12일 데모 등 미발매 보너스 트랙 9곡(35분)을 수록한 선물을 팬들과 나눌 예정. 디스코, 팝, 펑크, 댄스를 넘나들며 전자음악의 대중화를 선도했던 팀이 지난해 해체 이후 처음으로 내는 작품이라 세계 대중음악 평단과 팬들을 달구고 있습니다.
 
세기의 록 그룹 핑크 플로이드. 사진=소니뮤직코리아
 
이대화 대중음악 평론가는 "10주년, 혹은 50주년 같은 중요한 시기마다 기념도 하고 수익과도 연결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음악 산업계가 오랜 역사를 통해 찾아낸 것 같다"며 "당장의 트렌드보다도 클래식을 만들려 노력하는 것이 음악인 커리어에 얼마나 중요한지 끊임없이 환기시키는 이벤트들이라 음악계에 긍정적인 영향도 준다고 생각한다"고 봤습니다. 실제로 핑크 플로이드는 프리즘 앨범의 50주년을 기념해 세계 음악 팬이자, 애니메이터들을 대상으로 한 뮤직비디오 제작 공모전도 열고 있습니다.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랩록 신을 달구던 밴드 린킨파크도 지난달 'Meteora' 20주년 기념반을 냈습니다. ‘Numb’, ‘Faint’ 같은 명곡들이 실려 랩과 록의 경계를 허문 대표작. 프론트맨이었던 보컬 고 체스터 베닝턴(1976~2017)의 생전 음성이 실린 미발매곡 ‘Lost’도 실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솔로 데뷔 30주년이자, 20주기(1998년 5월 2일)인 X재팬의 고 히데를 기념한 공연 행사들이 준비 중입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산울림의 45주년 기념 릴 기반 전집 LP, 밴드 넬의 앨범 'C' LP 등이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산울림 45주년을 맞아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는 릴 테이프 기반의 LP 전집 프로젝트. 사진=PRM
 
명반의 재발매는 꾸준히 있어온 것이 사실이나, 음원 단위로 파편화된 오늘날 시대에 음악의 굵은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역할을 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는 "창고에 수백만장의 미발표곡들을 쌓아놓은 지미 헨드릭스나 프린스, 그리고 생전 음반보다 사후 음반의 음악사적 가치가 높은 투팍이나 냇 킹 콜과 나탈리 콜의 'Unforgettable' 정도가 아니고서야 미발표곡이 미발표곡인 이유는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다만 김작가 평론가는 "싱글 단위로 음악이 파편화되고, 팬덤 비즈니스가 과잉되면서 음악의 보편적 소구력이 줄어드는 시대를 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미 검증 끝마친 구 시대의 명반들은 영화나 광고, 유튜브 같은 새로운 플랫폼에서도 영향력이 세고, 새로운 팬들까지 유입시킬 수 있는 장악력이 있다. '구시대의 리터치 콘텐츠'가 경쟁력을 갖는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지난달 'Meteora' 20주년 기념반을 낸 린킨파크. 보컬 고 체스터 배닝턴(1976~2017)의 생전 음성이 실린 미공개 곡 'LOST'가 실렸다. 사진=워너뮤직코리아
 
최근 LP 붐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과 겹쳐 향후 이런 흐름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옵니다. 국내 직배사(글로벌 음반 유통사들의 한국 법인)도 분주하게 대응 중입니다.
 
남가영 워너뮤직 인터내셔널 마케팅부 차장은 "재발매의 음악적 가치와 기념비적인 기록을 이미 인지하고 있기에, 음반 발매 만으로도 유의미한 이벤트로 여긴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앞으로 팝 음악을 들으며 성장하게 될 미래 새로운 세대들에게까지도 뮤지션과 해당 앨범이 현재진행형에 있음을 상기시킬 것"이라고 봤습니다.
 
홍승연 소니뮤직코리아 홍보팀 대리 역시 "'전설'이 된 아티스트를 기념하고 그들이 지금의 음악 산업에 어떤 역사를 기록했는지를 알리는 데 큰 목적을 두고 있다"며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형태로 음악을 소비하고 있는 지금, 과거의 유산(아티스트, 음반)을 통해 그 당시의 시대정신(Zeitgeist)까지 공유한다는 점에서 가치를 갖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세계적인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펑크의 명반 'Random Access Memories'가 10주년 기념반으로 5월 나온다. 미공개 보너스 트랙 9곡을 수록할 예정. 사진=소니뮤직코리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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