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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관치 수난 흑역사
2023-02-03 18:36:37 2023-02-03 18:41:55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연임을 노리던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정권 교체 이후 단 한 명도 연임하지 못하고 교체됐습니다. 5대 금융지주 중 윤석열 정부에서 회장 임기가 만료된 신한금융, 우리금융, NH농협금융 수장들이 교체됐습니다.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수년간 진행하고 있지만, 관의 영향력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습니다. 이사회를 장악한 CEO가 장기 잡권 체제를 이어가는 것은 견제해야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명박정부 때 '금융권 4대 천황'이라 불리는 인물들이 금융권을 좌지우지했고, 박근혜정부때는 서금회(서강대 출신의 금융인 모임)가 득세한 바 있습니다. 
 
KB 역대 회장들 불명예 퇴진 
 
금융그룹에 대한 정부 개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KB금융(105560)은 과거 최고경영진 인사가 있을 때마다 정치권이나 금융당국의 힘이 작용하며 혼란을 빚고 전임 회장들이 잇따라 불명예 퇴진했습니다.
 
초대 회장인 황영기 전 회장은 우리은행장 시절 파생상품 투자 손실 건과 관련해 경영판단에 책임을 묻는 당국의 중징계로 쫓겨나듯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KB금융은 황 전 회장의 후임으로 당시 국민은행장을 추진하다가 당국과 갈등을 벌이기도 했는데요. 회장 자리는 어윤대 전 회장에게로 넘겨졌습니다. 어 전 회장은 이명박정부 당시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과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과 '금융권 4대 천황'으로 불렸습니다.
 
어 전 회장의 후임으로 온 임영록 전 회장도 관료 출신입니다. 직전에 KB금융 사장을 맡기는 했지만 금융정책 분야에서 경제관료로 잔뼈가 굵은 관료입니다. 임 전 회장은 당시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놓고 극단적 갈등을 벌인 끝에 중징계를 받고 물러나야했습니다.
 
우리금융 관치논란 '진행형' 
 
우리금융지주(316140)의 경우 공적자금을 받아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였던 만큼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가 횡행했습니다. 1대 윤병철 회장(2001~2003)부터 2대 황영기 회장(2004~2006), 3대 박병원 회장(2007~2008)까지 외부인사가 우리금융을 이끌었습니다. 
 
우리금융이 정부 지분을 차츰 줄여가면서 내부 출신 인사가 분위기가 이어지는 듯 했습니다. 공적자금 상환과 민영화 달성이라는 숙원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업력이 있는 내부 출신이 선임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팔성 회장(2008~2013), 이순우 회장(2013~2014), 손태승 회장(2020~2023) 등 내부 출신 인사가 진행됐습니다. 잡음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금융권 4대 천황'으로 불리는 이팔성 전 회장의 경우 친정권 인사로 분류되고, 박근혜정부에서도 서강대학교 출신의 금융인들이 모인 '서금회' 출신으로 알려진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급부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1년 12월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 지분 9.33%를 민간에 매각하면서 최대주주 지위를 상실했고, 우리금융은 사실상 민영화를 달성한 상태입니다. 민영화를 달성했지만 우리금융은 여전히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입니다.
 
농협금융, 경제부처 관료 전유물
 
농협금융지주도 정치권과 중앙회 등 외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곳입니다. 그동안 농협금융 회장 자리는 사실상 외부 인사들, 특히 기획재정부 출신 고위 관료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신충식 초대회장 이후 취임한 신동규·임종룡·김용환·김광수 등 손 회장 이전 회장들은 모두 기획재정부나 금융당국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고위 공직자 출신이었습니다. 역대 6명의 농협금융 회장 중 4명이 경제관료 출신인데요. 이번에 취임한 이석준 회장 역시 관료 출신입니다.
 
과거 기재부 출신 관료가 농협금융의 회장 자리로 내려온 배경은 농협에 부실자산이 많고 농협중앙회로부터 독립되지 못한 경영 때문입니다.
 
농협금융은 2012년 신경분리로 독립적인 지위를 확보했지만, 현실적으로는 100% 모기업인 농협중앙회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석준 회장이 내려온 것도 정권 교체와 '코드 인사'가 배경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농협중앙회가 정권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관료 출신 인사를 차기 회장으로 원했다는 후문입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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