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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우리금융 회장 '진흙 속 진주' 찾기
2023-01-20 06:00:00 2023-01-20 06:00:00
우리금융지주(316140) 차기 회장 인선을 두고 금융권이 시끄럽습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금융당국과의 갈등 끝에 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회장 인선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우리금융이 1차 후보군(롱리스트) 명단을 밝히지 않으면서 우리금융 내부는 말들이 많습니다. 일단 외부 출신과 내부 출신의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내부 출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손 회장이 자리를 물러났는데 외부 출신이 오면 낙하산 논란이 더 커질 것이라 내부 출신에 더 무게가 실린다는 관측에섭니다.
 
하지만 1차 후보군 검토 단계에서 거론되는 전현직 우리금융 임원들의 이력을 보면 단순히 낙하산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볼 수만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 있던 전직 CEO를 포함한 수 많은 퇴직자들이 정치권 누구에 줄이 닿았더라,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있었더라 등등의 말이 많습니다. 어떤 인사의 경우 이름 있는 여권 정치인과 같은 문중이더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금융 회장을 뽑는 일은 '진흙 속에 진주'를 찾는 일이 될 것입니다. 물론 경영 성과나 경험, 전문성, 도덕성, 리더십은 당연한 자격 조건입니다. 우리금융은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인수합병에 나서야 할 시기입니다.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금융인으로서 성적과 경험이 입증돼야 합니다.
 
우리금융 조직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기강을 잡으려면 뒷말이 많은 인물은 곤란하겠습니다.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민다거나 정부 인맥을 등에 업지 않은 인물을 뽑아야겠지요. 다만 수십년을 금융·기업인으로 살아왔는데, 정치인이나 정부 인맥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입니다.
 
경영 능력과 도덕성도 중요하지만, 차기 회장의 자격은 실질적인 민영화를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이 돼야 할 것입니다. 지난 2021년 12월 우리금융의 최대주주였던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 지분 9.33%를 민간에 매각하면서 우리금융은 사실상 민영화를 달성한 상태입니다. 우리사주조합이 최대 주주이고, 3~5%대 지분을 나눠 가진 민간 주주가 있습니다.
 
다른 금융지주와는 다르게 우리금융 사외이사의 선임권한도 과점주주에게 있습니다. 정부가 우리금융지주의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과점주주에게 사외이사의 선임권한을 내줬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은 여전히 정치권이나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입니다. 대통령 인맥이 직접적으로 내려오는 과거보다는 덜하겠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의 거취를 압박하는 당국의 행태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경영진 개인의 신변을 지키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지난 석달여간의 관치 논란에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한 영업력에도 심각한 지장을 주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현직 회장의 거취, 후임자 하마평에 파묻혀 있는 셈입니다. 연말연초에 끝났어야 할 우리금융 임원 인사는 줄줄이 밀려있고, 현장 일선의 지점장 인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내부에서는 "이럴 거면 왜 민영화했냐"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원죄가 쉽사리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 민간 은행이지만 국책은행에 가깝다는 치욕적인 꼬리표를 단번에 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렇기에 새 회장은 우리금융지주가 민간 금융사로서 본연의 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인물이어야 할 것입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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