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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유안타증권 매각설 재점화…우리금융과 멘데이트 체결
10년만에 매각 재추진…매각가 1.2조 규모 조정될듯
얼어붙은 시장·기업가치 거품 제거에 비은행권 M&A 적기
2022-12-27 06:00:00 2022-12-27 08:32:12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대만계 증권사 유안타증권이 국내 진출 10년 만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안타증권 인수 주체로는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유안타증권 매각되나…우리금융과 멘데이트 체결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유안타그룹은 최근 유안타증권(003470)을 우리금융지주에 매각하기 위해 멘데이트(딜 주관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는 당초 1조5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 수준으로 낮췄으며, 별도의 인수합병(M&A) 매각주관사 없이 우리금융지주와 직접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빠르면 내년 초에 딜이 성사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초 유안타는 매각가로 유안타증권의 자본총계(3분기 말 기준 1조5739억원) 수준인 1조5000억원을 매각가로 제시했으나, 고객예탁금과 자기자본, 50%를 넘어서는 지분율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 1조2000억원에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유안타그룹은 지난 2014년 옛 동양증권을 인수해 국내에 진출했다. 유안타증권은 유안타 그룹이 인수한 이후 꾸준히 ‘매각설’에 휘말려왔다. 그간 매각설을 모두 부인해왔지만, 최근 금리 인상 여파로 증시 부진과 자금시장 경색으로 내년 증권업계의 한파가 예상되자 결국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이번 딜이 유안타그룹와 우리금융지주 양쪽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한다. 유안타그룹의 경우 내년 증권업계의 한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유안타증권 매각을 통해 투자 원금의 3배가량의 매각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유안타그룹은 동양증권 인수 당시 유상증자 1500억원을 포함해 총 2750억원을 투입했다. 이후 지분 장내매수와 CB인수 등을 포함해 현재까지 유안타그룹이 투입한 금액은 4147억원 가량이다. 동양증권 인수 당시 27.06%였던 유안타아시아의 지분율은 지난 23일 기준 58.62%로 50%를 넘어섰다. 
 
지속되는 '매각설'…업황 악화에 딜 성사 되나
 
유안타증권의 매각설은 그간 꾸준히 제기됐다. 당시 유안타아시아의 지속적인 지분 매수와 함께 지난 2020년 3월부터 궈밍쩡, 서명석 공동대표 체제에서 궈밍쩡 단독 대표 체제로 전환되면서 매각설에 힘을 보탰다.
 
앞서 유안타그룹은 동양증권 인수 이후 서명석 동양증권 대표이사와 황웨이청 유안타증권 국제경영부문 수석부사장을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했었다. 서명석 대표는 유안타증권의 전신인 동양증권시절부터 동양증권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동양그룹 사태 이후 대만 유안타그룹이 동양증권을 인수한 뒤에도 한국인 대표로서 유안타증권과 함께 해왔다.
 
유안타그룹은 2019년 황웨이청 대표를 본사로 복귀시킨 이후 M&A 전문가인 궈밍쩡과 서명석 공동대표 체제를 가동했으나, 지난 2020년부터 궈밍쩡 단독 대표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당시 궈밍쩡 대표의 짧은 업력과 유안타아시아의 지분 매입으로 업계에선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됐었다.
 
당시 유안타증권은 대주주의 지분 매입에 대해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가부양을 통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가 목적이라며 매각설을 일축했지만, 최근에는 업황 악화가 예상되면서 ‘매각설’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에도 증권 업계의 보릿고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자금 경색으로 증권사 수익도 감소하고 있다”며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얼어붙은 자금시장, 기업가치 거품 제거에 비은행권 M&A 적기
 
우리금융지주는 완전한 금융지주 설립을 위해 증권사 인수를 타진해 왔던 만큼, 중소형 증권사의 매각설이 돌 때마다 1순위 인수 후보로 꼽혀왔다.
 
우리금융은 과거 국내 1위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보유했지만, 민영화 과정에서 비은행 자회사들을 매각했고, 5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다른 국내 금융지주사보다 사업포트폴리오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 이후 컨퍼런스콜을 통해 증권사 M&A를 최우선하겠다고 강조해왔지만, 작년 증권사들의 실적이 고공행진을 기록하면서 인수 시기도 미뤄졌다. 그러나 최근 자금시장 경색이 지속되면서 지금이 M&A에 뛰어들 적기라는 판단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시장이 얼어붙어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일각에선 오히려 비은행권 M&A의 적기는 판단도 나오고 있다”면서 “비은행권의 기업가치 거품이 제거되면 싼 가격에 인수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비은행권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으며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증권사를 인수했을 때 우리금융이 가지고 있는 우리은행과 우리종합금융 등 계열사와의 상당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종금은 여신업무가 가능하기 때문에 자본 규모가 작은 증권사를 인수하더라도 대출 등을 통해 IB영역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지난 2010년 메리츠종금증권은 종금업 라이선스를 통한 조달 부문 경쟁력을 바탕으로 IB부문을 확대하는 등 시너지를 낸바 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는 비은행권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증권사와 보험사 등 매물이 나올 경우 모든 매물을 대상으로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금융지주의 인수 최우선 순위는 증권사 인수”라면서 “다만, 아직 M&A와 관련해 구체적인 사항이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매각설에 대해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과거부터 수차례 유안타증권 매각설이 돌았지만, 현재 매각의사는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에 떠도는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전했다.  
 
유안타그룹이 유안타증권 매각을 위해 우리금융지주와 멘테이트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각사 제공)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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