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평화의 섬 제주에서 바티칸까지-30)메콩강의 눈물
2022-12-15 17:39:19 2022-12-15 17:39:19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풍광, 마음도 함께 달린다. 기진맥진하여 여기가 한계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어제 오늘이 그렇다. 그러나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몸이 고무공처럼 가볍게 통통 통 튈 때가 있다. 그런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 저녁은 푹 쉬어야지!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
 
구김살 없고, 너무나도 행복한 모습으로 달려오는 아이들의 함박미소가 담긴 사진을 얻고 싶어 카메라를 들이대면 아이들은 그만 도망가고 만다. 그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정화를 시키지만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욕심은 채울 수가 없었다.
 
가난해도 비굴함과 하늘을 원망하는 듯한 눈동자가 아닌 온화하며 평온함은 지닌 눈동자의 그 길 위의 사람들, 그 길 위의 여인들. 꾸며도 꾸며도 천박한 아름다움이 있는가 하면 흙 속에 묻혀있어도 빛나는 자연스런 보석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
 
화장기 대신 먼지를 뒤집어쓴, 강렬한 태양 아래 삶은 어쩔 수 없이 그늘질 수밖에 없지만, 그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띠울 때면 60이 넘은 사내의 가슴도 요동을 친다. 내 가슴에 밀려오는 감정의 물결은 깊은 신비감이다. 불만과 불행으로 절어 있어야하는 환경에도 호수처럼 맑고 깨끗한 표정, 웅숭깊은 눈동자, 풍요로운 벌판의 고요 같은 평온한 미소에 내 가슴은 아직도 철없이 반응한다.
 
문화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평등하다. 문화에는 열등함도 우월함도 없다. 거기에는 민족적 특성과 독특한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흔적만이 깃들어있다. 그것을 사랑과 존경을 담은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것은 일종의 예의이다. 예의를 표하는 것이야말로 친구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다. 한 나라의 역사와 삶 속에는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살아 숨 쉬고 있다. 그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아는 것도 기본자세이다. 그냥 아름다운 풍광과 역사 유적지를 찾아다니는 것은 친구가 되기 위한 자세가 아니다.
 
캄보디아 전통의 나무집이 대부분이다. 캄보디아 전통 집은 나무 기둥을 사용한 2층 집이 대부분이다. 1층은 빈 공간으로 하여 통풍이 잘 되게 하여 더위를 피하고 야생동물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다. 1층은 휴식공간으로 한쪽에 평상을 놓고 해먹이 걸려있다. 간단한 가재도구와 부뚜막이 있어 부엌 역할도 한다. 사방이 뻥 뚫린 구조라 그늘과 선선한 바람이 든다. 2층은 칸막이 없는 큰 방 하나로 되어 있다. 사계절 더운 나라이니 아무 데서나 누우면 잘 수 있는 구조다.
 
대부분의 집 앞에는 ‘삐엉’이라는 큰 물독이 있는데 건기에는 물이 부족하여 빗물이나 지하수를 담아 놓고 쓰는 것이다. 
 
도로는 지면보다 1-2m 정도 높다. 대지는 저지대여서 논이거나 물이 고여 있다. 물과 나무의 나라 캄보디아에는 자연이 주는 재료로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짓고 산다. 열대기후로 다양한 수종의 나무들이 자란다. 집은 나무 기둥을 세우고 널빤지로 바닥을 깔고 벽을 막았다. 우기에는 이런 가옥의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오른다.
 
동남아 대부분 지역에서 만나는 수상가옥은 비가 많이 오고 무더운 자연환경과 연관이 있다. 이런 가옥은 홍수를 피할 수 있고, 통풍이 잘되고, 습기를 피할 수 있으며 동물의 공격으로부터도 안전하다. 또한 종교적인 세계관과도 연결된다. 가옥의 아래는 동물이 사는 공간이고 위는 사람이 살고, 그 위는 신의 공간이다. 동남아인의 삶에서 신은 늘 고려의 대상이며 삶의 일부이다. 지금도 역시 그렇다.
 
프놈펜으로 넘어올 때 메콩 강을 건넜다. “아! 메콩 강이다.”하는 탄성이 절로 났다. 거기서 보이는 강의 풍광이 좋거나 웅대해서가 아니다. 내가 꼭 만나고 싶은 강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지역이 정치적으로 안정된다면 세계 경제성장의 중심지가 될 ‘강(江)’으로 주목해야 하겠기 때문이다. 5개 국가를 거쳐 흘러오는 메콩 강은 인근국가의 수많은 애환의 역사와 더불어 유구히 말없이 흘러 왔다. 다리 위에는 강바람의 시원함을 즐기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중국 남부 테베트 고원의 해발 4900m에서 발원한 메콩 강. 이 강이 관통하는 지역은 중국 윈난 성을 시작으로 광시장족자치구를 거쳐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으로 이어진다. 이들 지역은 아직까지 극빈국이 대부분이지만 풍부한 노동력과 지하자원을 바탕으로 머지않아 메콩 강의 기적을 만들어낼 저력을 갖고 있다.
 
지금 내가 달리는 캄보디아 저지대 중앙에 있는 톤레사프 호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호수이다. 이 호수는 톤레사프 강을 통해 메콩 강으로 연결된다. 비가 많이 오는 여름에는 주변에서 흘러 들어오는 물을 받아들여 저수지 기능을 하고, 물이 불어날 경우에는 다시 톤레사프 강을 통해 메콩 강으로 흘려보낸다.
 
메콩 강은 상류로 올라갈수록 유역이 좁으며, 중국지역의 강수량이 적으므로 유량은 주로 라오스·타이·캄보디아·베트남의 강수량에 의해 좌우된다. 계절풍의 영향을 받아 우기와 건기의 차가 크며, 유량(流量)은 여름부터 가을에 증가한다. 
 
메콩 강 거대한 삼각주는 수많은 작은 물길로 거미줄처럼 이어져있다. 이 물길에서 흘러나오는 토사들은 아이러니 하게도 물을 거의 1급수로 끌어 올린다. 흙속에는 오염원을 분해하는 강력한 힘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메콩 강에는 산천어 종류의 어류와 재첩 같은 조개류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기도 하다. 메콩 강에는 300kg가 넘는 잉어나 메기 가오리 등 대형 어류들이 많다. 그것은 우선 수심이 깊고 유속이 빠르며 유기물이 풍부하다. 홍수 때마다 많은 유기물들이 유입된다. 고여 있는 물은 썩지만 흐르는 물은 썩지 않는다. 신선한 먹거리들이 고기들의 성장을 돕는다.
 
중국은 풍부한 수량으로 곡식 생산과 물류의 젖줄이 되고 있는 메콩 강을 란찬 강이라고 부르며 1990년대부터 11개 대형 댐을 만들어 수력발전에 활용하고 있고, 추가로 18개의 댐을 더 지으려고 하고 있다. 11개 댐만으로도  메콩 강 수위가 급격히 낮아져서, 비가 조금만 적게 와도 동남아 5개국에 식수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댐 건설과 잇따라 라오스와 태국의 댐 건설로 메콩 강 생태계는 완전히 달라졌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곡창지역인 메콩유역의 농사에도 치명타를 먹이고 있다. 
 
강명구 평화마라토너가 평화달리기 69일차인 지난 8일 캄보디아의 한 거리에서 경찰에게 간식을 건네받고 있다.(사진=강명구 평화마라토너)
 
강명구 평화마라토너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