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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계 신년특사…대통령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엔 '난색'
시민단체 또 횡령·배임 혐의 등 고발 '사법리스크'여전
여권 고위 관계자 "대통령실은 이호진 '잡범'인식"
2022-12-15 06:00:00 2022-12-15 08:04:23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신년을 앞두고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로 단행될 예정인 특별사면 및 복권에 경제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인 가운데서는 박찬구 금호석유(011780)화학 회장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이 대상자로 거론된다. 다만 이 가운데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황제 보석' 등 부정적인 인식과 잇달아 제기되는 사법 리스크 등을 이유로 정치권과 대통령실 등에서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정치권과 재계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신년 특사 대상자 선별을 위한 실무 작업에 돌입했다. 20일쯤 사면심사위원회를 진행할 방침이다. 늦어도 28일에는 사면 및 복권을 단행할 방침이다. 
 
경제인 대상자 중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횡령과 배임 등으로 징역형이 확정된 이후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다. 그러나 또 다른 혐의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이 이번 사면 대상에 포함되면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와 금융정의연대는 티브로드 지분 매각 과정에서의 2000억원 편취 의혹과 김치·와인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141억원 편취 의혹에 대해 지난 7월 이 전 회장과 김기유 전 경영기획실장을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에 배당됐지만, 아직 수사가 착수되지 않은 상태다.
 
이들 단체는 당시 "티브로드 매각 과정에서 배임은 국세청 조사4국과 몇몇 언론을 통해 이미 지속해서 문제가 제기됐던 사건"이라며 "검찰은 김치·와인 일감 몰아주기 사건에 대해 이호진 전 회장을 불기소 처분했으나, 해당 계열사 전체에 손해를 끼치고 총수의 개인 소유 회사가 이익을 독점한 횡령과 배임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물은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지난 2018년 12월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횡령·배임 혐의와 관련한 파기환송심 1차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전 회장은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자신의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서 김치와 와인을 매수하도록 한 혐의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로 검찰의 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김기유 전 실장만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 단체는 2019년 10월에도 정관계 고위 인사를 대상으로 한 골프 접대 의혹과 관련해 이 전 회장과 김 전 실장을 뇌물공여, 업무상 배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7월28일자로 이 전 회장에 대해 각하 처리하고, 김 전 실장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사유로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에 앞서 이 전 회장은 채권, 주식, 부동산 등으로 불법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회사 자금 400억원을 횡령하고, 골프 연습장을 헐값에 매각하는 등 회사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11년 1월 구속 기소됐다.
 
이 전 회장은 1심이 진행되던 2011년 3월 말 간암 치료 등 이유로 구속 집행이 정지됐고, 2심은 2012년 6월 간암 수술 등 사유로 보석을 허가했다. 이후 이 전 회장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2018년 10월 간암 수술을 이유로 보석을 허가받은 이 전 회장이 음주와 흡연을 하고, 거주지와 병원 이외의 장소에 출입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이른바 '황제 보석'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여러 차례의 기자회견과 의견서 제출로 보석 취소를 요구했고, 결국 이 전 회장은 그해 12월 2차 파기환송심에서 보석이 취소돼 다시 구속됐다. 
 
대법원은 2019년 6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등 혐의에 대해 징역 3년,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이 전 회장은 이후 형기를 마친 후 지난해 10월 만기 출소했지만, 특정경제범죄법상 5년간 취업제한 규정에 적용받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은 형기를 모두 마쳤기 때문에 사면 대상은 아니다. 다만 취업제한 등을 풀기 위한 복권에 이호진 전 회장이 포함되도록 그룹에서 전방위적으로 총력전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의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에서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해 '잡범'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대통령실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 8월 광복절을 맞아 당시 형 집행을 종료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을 복권하고, 집행유예 기간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특별사면·복권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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