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낡은 노동법' 개정, 노동자 범위 늘려야
2022-12-12 06:00:00 2022-12-12 06:00:00
'낡은 노동법'을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사는 1953년 노동법이 낡은 노동법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지만 그 방향성은 달리 하는 것 같다.
 
경직된 노동시장, 후진적 노사관계를 바꿔야한다고 주장하는 쪽은 경영계다. 현행 노동법이 노동시장 경직성과 노사간 힘의 불균형을 뒷받침해 대립적 노사관계가 심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경쟁력과 미래세대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즉, 경영계가 주장하는 낡은 노동법은 노동자들에 대한 '과도한' 법의 보호막이다. 노동시간 유연화로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을 가능케하고,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으로 최저임금 제도를 약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사측에서 보장하지 않았을 때 노동자들이 사측에 맞설 수 있는 권리인 '단결권'을 약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노동자들이 말하는 노동법 개정의 방향은 다르다.
 
노동조합법 2·3조의 개정을 촉구하는 1042명의 전국 법률가·교수·연구자들은 낡은 노동법을 개정해 파업 등 노동자들의 정당한 쟁의권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말하는 노동자들은 최근 수년간 급증한 특고·프리랜서·플랫폼 등 비임금노동자, 기타 자영업자 등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20년 특고·프리랜서·플랫폼 노동 등 비임금 노동자가 전년 대비 35만명 증가해 7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통계청 10월 고용동향에 집계된 취업자 수(2841만8000명)의 4분의 1에 달한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걸어온 길과 가야할 길'이라는 논문을 보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용어는 2007년 12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으로 법 조문상 처음으로 등장했다. 논의 자체는 이를 거슬러 올라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더 이상 '특수한 형태'가 아닌 일반적인 노동형태이며, 그 역사도 결코 짧지 않다는 의미다.
 
특고의 숫자가 급증하고 이들의 노동자성과 사용자성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제기되자 1990년대부터 정부 차원의 논의가 활발해졌다. 일부 직종을 시작으로 산재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 고용보험 적용이 확대됐다.
 
그럼에도 1988년부터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적용해 온 최저임금 제도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노동시간 규제 또한 적용받지 못한다. 법상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집계한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21년 기준 1915시간이다. 가까스로 2000시간 아래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가장 오래 일하는 다섯 국가에 든다. 하지만 여기에 특고 등 '노동자'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노동시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생계상의 어려움을 딛고 파업에 나선 것은 과로와 최저임금의 보장 때문이었다. '안전운임제'는 생계를 보장받고자 하는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요구인 셈이다.
 
앞으로 정부와 경영계가 강조하는 새로운 기술, 새로운 사회, 새로운 노동형태는 더욱 많아질 전망이다. 규제혁파와 노동자의 정의 중 무엇이 더 우선돼야 할까. 특고는 노동자가 아니라며 '불법', '엄단'을 운운하기 보다는 노동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약자 보호가 우선이 아닐까.
 
용윤신 경제부 기자 yony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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