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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들춰보면 ‘여전한 가요계 미정산 논란’
2022-12-09 06:01:00 2022-12-09 06:01:00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한국 아이돌 가수의 노래가 전세계에 울려 퍼지는 시대다. K팝의 위상이 높아진 시대, 하지만 한국 가요계, 나아가 대중문화 전반의 미정산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과거 1세대 아이돌 시절부터 가요계에서 비일비재했던 정산 논란이 개선됐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들춰보니 바뀐 건 없었다.
 
최근 가수 이승기가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로부터 데뷔 후 18년 동안 단 한 번도 음원 및 음반 수익을 정산 받지 못한 사실이 알려졌다. 디스패치 보도에 따르면 200910월부터 20229월까지 이승기 음원 수익은 0원이었다. 그 기간 동안 소속사인 후크엔터테인먼트가 이승기 음원으로 올린 매출은 96억이라고 했다. 심지어 20046월부터 20098월까지 약 5년 동안 수익은 반영되지 않았다. 그 시기 이승기는 내 여자라니까’ ‘다 줄거야등 연달아 히트곡을 냈다.
 
지난달 15일 이승기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후크 엔터테인먼트에 내용 증명을 보냈다. 이에 후크 엔터테인먼트 측은 음원 미정산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승기 측은 후크엔터테인먼트로부터 음원료 지급 정산서를 받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후크 엔터테인먼트 권진영 대표의 폭언을 비롯해 법인카드를 28억 상당 사적으로 유용한 의혹이 제기되자 권진영 대표는 입장을 바꿔 지난달 30일 공식 입장을 통해 개인 재산을 처분해서라도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런 가운데 이승기는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에 전속계약 해지 통지서를 발생했다.
 
 
슬리피 (사진=뉴시스)
 
 
미정산 논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슬리피다. 슬리피는 전기 공급 제한, 도시가스 중단 경고 알림 등을 수시로 겪었고 그때마다 소속사에 호소해 겨우 막으며 살아왔다고 주장해 충격을 줬다. 더구나 당시 슬리피는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어서 논란이 됐다. 심지어 그가 이러한 사실을 알리기 전까지 누구도 그런 삶을 살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결국 슬리피는 2019년 소속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슬리피는 소속사가 정산 자료와 실물 계약서를 제공하지 않고 운영난 등으로 신뢰 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슬리피는 3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올해 6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 미지급 계약금과 미정산 방송 출연료 등 2억 원을 배상 받게 됐다.
 
남성 아이돌 그룹 오메가엑스는 대표의 폭언, 폭행, 강제추행, 부당 정산을 강요한 공갈미수 혐의 등에 대한 형사고소를 진행 중이다. 또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가수 박효신 역시 올해 소속사와 음원 수익, 계약금 미정산 등 이유로 지난 해부터 소속사와 갈등을 겪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변호사는 아이돌의 전속계약부존재 확인 소송을 맡게 되면 가장 먼저 정산서를 받아 봤는지를 묻는다고 했다. 하지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하나 같이 정산서를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대표는 늘 적자라고 하고 자신이 얼마의 수익을 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 모두의 공통된 특징이라고 밝혔다.
 
 
오메가엑스 (사진=뉴시스)
 
 
K팝 시장이 국내를 너머 해외까지 확장되면서 수많은 K팝 그룹이 탄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어린 나이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소속사와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갑을 관계로 굳어지게 된다. 과거보다 법적 보호가 늘고 계약의 형태도 더 세세하게 바뀌게 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틈은 존재한다.
 
그리고 꿈을 향하 열정적으로 달려온 어린 연습생에게는 자신의 권리조차 알지 못하게 만드는 틈이고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소속사에게는 부당함을 당연하게 속일 수 있는 틈인 셈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이 아티스트들이 회사에 정산 내역서를 요구하는 게 당연한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권리이자 회사의 의무임에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승기 (사진=SBS)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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