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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10% 상승시 생산자물가 2% 올라"
한은 "임금 가격 전가율 최대 20배 높아져"
2022-12-05 12:00:00 2022-12-05 16:08:03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임금이 10% 상승하면 생산자물가가 2% 오르는 등 가격 전가율이 과거 보다 최대 20배 가량 높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임금과 중간재 비용이 동시에 뛰면서 기업들이 비용 부담을 흡수하지 못해 생산자물가가 크게 올랐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5일 발간한 'BOK이슈노트-최근 임금 흐름에 대한 평가 및 가격전가율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별 패널자료를 이용해 임금이 생산자물가에 미친 영향(임금의 가격전가율)을 추정한 결과, 2021년 이후 제조업, 서비스업 모두에서 한계비용(임금·중간재 비용)의 가격전가율이 큰 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 과정에서 나타난 임금 상승은 중간재 수입비용이 동반해 큰 폭 상승하면서 생산자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조업의 경우 임금이 10% 상승할 때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과거(2013~2020년)에는 0.1% 상승한 반면 최근(2021년 이후)에는 2.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비스업은 1.6%에서 3.0%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또 임금 뿐만 아니라 중간재 비용의 생산자물가 전가율도 상승했다. 제조업의 경우 중간재 가격이 10% 상승하면 생산자물가는 과거 5.3% 상승했으나 최근에는 8.2%까지 올랐다. 제조업은 경쟁국 가격 요인도 예전보다 강화되면서 생산자물가에 끼친 영향이 0.1%에서 0.2%로 확대됐다. 서비스업 역시 중간재 비용의 생산자물가 전가율이 0.5%에서 0.7%로 소폭 상승했다.
 
오화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과거 위환위기나 금융위기와 달리, 임금(노동비용) 뿐 아니라 중간재 비용 및 경쟁국 가격도 상승하면서 기업이 이를 흡수할 여력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동비용이 중간재 수입비용, 경쟁국 가격과 함께 상승한 경우는 과거 경기회복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글로벌 외환위기, 금융위기 시에는 노동비용이 상승한 반면 중간재 비용 및 경쟁국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었다. 
 
오 차장은 "최근에는 과거와 다르게 임금상승이 중간재 비용 상승과 동시에 나타나면서 기업의 원가비용 상승분을 흡수할 여력을 저하시켜 가격전가 행태가 과거에 비해 더 강화됐다"며 "이 같은 결과는 향후 중간재 수입물가가 안정될 경우 임금의 생산자물가 전가율이 2021년 이전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이 오르는 것에는 좋은 측면이 더 많지만 물가로 전이될 수 있어서 주의 깊게 봐야 한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과 중간재 비용이 같이 오르면 하나만 올랐을 때보다 가격 상승 압력을 흡수하기 어려워 물가를 올리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라고 꼬집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배추를 고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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