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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트원, ‘꼼수’ 리픽싱에 CB 쏟아내는 투자조합…세력 개입 의혹도
발행주식총수 12.56% 일시 출회…출처는 재매각 CB 추정
주식전환가액 한번에 '반토막'…에이트원 리픽싱 꼼수냐 묘수냐
물량 출회 앞두고 종목 추천 문자 무작위 발송…리딩방 개입했나
2022-12-02 16:25:00 2022-12-02 16:25: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가상현실 기술기반 훈련시스템 개발업체 에이트원(230980)(전 솔트웍스)이 전환사채(CB)에 따른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로 주가급락을 이어가고 있다. 소액공모 과정에서 전환가액이 절반 수준으로 하락한 CB 물량이 일시에 시장에 출회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에이트원의 CB 처분 과정에서 주식 리딩방 등 특정세력이 관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다.
 
발행주식총수 12.56% 일시 출회…출처는 재매각 CB 추정
 
에이트원 최근 거래소 공시 목록.(사진=한국거래소 KIND 캡처)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이트원은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3거래일 연속 투자주의 종목에 지정됐다. 사유는 소수계좌 및 단일계좌 거래집중 종목에 따른 지정이다. 이 기간 에이트원의 주가는 25.09% 급락했다.
 
에이트원의 주가 급락을 불러온 것은 3개의 기타법인에서 출회된 대규모 물량 출회였다. 주가가 하루만에 22.55% 급락한 지난달 24일 기준 직전 5거래일을 포함해 3개 계좌에서 출회된 순매도 물량은 에이트원 발행주식총수(7441만5819주)의 12.56%(935만1260주)에 달한다.
 
일시에 시장에 풀린 주식들은 앞서 에이트원이 만기 전 취득 후 재매각한 100억원 규모의 CB에서 비롯됐다. 에이트원은 지난해 4월 AI(인공지능), XR(확장현실) 등 신규사업 진출을 위해 100억원 규모의 6회차 CB를 발행한 바 있다.
 
당초 해당 CB의 주식전환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에이트원이 CB를 발행한 이후 주가 하락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지난 4월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한도인 1784원까지 낮아진 상태였다. 에이트원은 지난 1월 해당 CB의 콜옵션을 한도(50%)까지 행사한 상황이었고, 주가가 리픽싱 한도까지 내려간 지난 5월에는 잔여 CB(50억원)의 풋옵션도 모두 행사됐다. 
 
주식전환가액 한번에 '반토막'…에이트원 리픽싱 꼼수냐 묘수냐
 
에이트원은 해당 CB를 모두 취득하자 이미 리픽싱 한도까지 내려간 CB의 추가 리픽싱을 위한 ‘묘수’를 부렸다.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0억원 규모의 소액공모(발행가 888원)를 실시한 것.
 
CB 리픽싱의 경우 신주발행에 따른 리픽싱 조항도 존재하는데, 이는 주가하락에 따른 리픽싱 한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더구나 에이트원 6회차 CB의 경우 주식전환 전 전환가액을 하회하는 신주 발행 시 전환가액을 신주 발행가로 한다는 특약 사항까지 포함됐다. 10억원의 소액공모 한번으로 에이트원은 100억원 CB의 전환가액을 1784원에서 888원으로 50.22% 낮출 수 있게 된 것이다.
 
CB의 추가 리픽싱이 가능해지자 에이트원은 해당 CB를 피노누아 투자조합(34억원), 알티온 투자조합(33억300만원), 테라텀 투자조합(33억3000만원) 3곳의 투자조합에 매각했고, 전환가액이 낮아지자 모든 CB는 즉시 주식으로 전환됐다. 
 
2일 에이트원 홈페이지가 비공개로 전환돼있다. 왼쪽은 모바일 강제 접속 화면. (사진=에이트원 홈페이지 캡처)
 
물량 출회 앞두고 종목 추천 문자 무작위 발송…리딩방 개입 의혹
 
문제는 해당 CB가 시장에 출회되는 과정에서 에이트원을 추천하는 문자 등이 무작위로 발송됐고, 네옴시티, 합병 등 각종 테마가 붙었다는 점이다. 이에 일각에선 주식 리딩방 등 특정세력이 개입했을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17일 발송된 에이트원 종목추천 문자.(사진=박준형기자)
실제 에이트원은 한국거래소로부터 ‘스팸관여과다종목’으로 지난 18일과 21일 양일간 투자주의 종목에 지정되기도 했다. 스팸관여과다종목은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된 영리 목적 광고성 정보의 신고 건수와 주가, 거래량이 일정 기준 이상 증가한 종목이 지정된다.
 
에이트원이 스팸관여과다종목으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16일 주가가 5.61% 상승한 데 이어 17일에는 10.63% 급등했다. 15일 900원선에서 거래됐던 에이트원 주가는 4거래일만에 1220원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CB 투자자 등 특정세력이 이득을 보고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는 점이다. CB 투자자들은 최근 장내매도를 통해 20억 원가량의 차익을 실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리딩방 등의 추천문자로 고점에 진입한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종가 기준(811원) 손실률이 33.52% 에 달한다.
 
업계에선 해당 종목이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조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거래소 시장조치가 발동된 상황에서 특정세력의 차익실현 등이 확인될 경우 금융당국의 조사 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미 투자주의를 내보낸 상황에서 특정세력의 차익실현 등의 이벤트가 생겼다면 시장감시 시스템상에서 적출이 될 것”이라면서도 “거래소는 감시는 초동조사 단계인 만큼, 금감원과 검찰 등에 넘어가기 전 범죄여부 확인까지는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리딩방 불공정거래를 증명할 수 있다면 실제 조사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단순히 주가가 상승·하락한다는 이유로 실제 심리·조사로 이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가짜뉴스 등을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고 큰 차익을 거둔 일부 세력이 빠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주주가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최근 에이트원의 CB를 매입한 투자조합과의 관계 및 주가 급등락 관련 문의를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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