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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의료계 갈등①)도마 위 오른 암 과잉진료
보험업계, 일부 요양병원 수사 의뢰
의료계 "일부 의료기관 문제…국민 불신 조장" 반발
2022-11-07 06:00:00 2022-11-07 06:00:00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사기가 조직화하면서 보험업계와 의료기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보험사들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직적 보험사기가 일어났는지 자체 단속을 벌이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의료계에서는 보험사들이 의료기관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손해보험사들은 암 환자 과잉 진료가 의심되는 요양병원 7곳을 수사의뢰했다. 이들이 브로커와 결탁하거나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리베이트를 제안하고 입원비 본인부담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 유치에 나섰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요양병원은 환자에게 암 면책 치료를 받고 병원비 300만원 이상이 되면 치료비를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고 제안하거나, 환자들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의 자기 부담 부분인 공제액까지 합산한 영수증을 발행해 보전해주는 불법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원 치료를 하는 환자에게 외래 치료를 받은 것처럼 영수증을 허위로 발급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한 손해보험업계는 이외에도 △영수증 부풀리기 △입원·통원 허위 영수증 발급 △장기 입원 허위 청구 △입원 기간 내 통원치료 유도 등의 혐의를 특정해 10개의 요양병원을 블랙리스트에 올려둔 상태다.
 
이에 더해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올해 연말까지 보험사기 특별 단속을 실시한다. 비급여 항목의 보험금 허위 청구가 늘어나자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하며 사례 적발에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시행하던 제도인데, 이 기간 백내장 보험사기에 가담한 안과병원 35곳을 적발했다. 이후 신고 포상금 제도를 올 연말까지로 연장 시행하기로 했다.
 
실손보험 손해율이 줄지 않자 보험사기에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연구원 '실손의료보험 비급여 보험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실손보험 손해율은 100%를 상회하고 있다. 특히 백내장 관련 비급여 검사가 2020년 급여화됐음에도, 비급여 항목인 다초점렌즈 진료 수가와 진료량이 크게 증가했다. 이로 인한 2020년 실손보험 보험금은 3%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보험사의 보험사기 단속이 의료기관들을 향하자 의료계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보험사기 가담자를 옹호하고 싶지는 않고 환자와 일부 의료기관이 결탁했다는 것도 부정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사례는 극히 일부이고, 진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적절한 진료가 이뤄졌는지, 처방이 적절했는지 등 '적정 진료'를 따지는 것은 보는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협회의 보험사기 특별신고 제도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직접 성명서를 내고 "보험업계의 보험사기 특별신고 및 포상금 제도는 자극적인 광고이자 국민과 의료계 간의 신뢰를 파탄하는 행위"라 규탄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5월 3억7000여만원의 보험금을 허위 수령한 택시 운전자 보험사기단 검거와 관련해 전북 전주시 전북지방경찰청 기자실에서 경찰관계자들이 갖고 수사 자료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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