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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 여전한 코인시장②)해외 주시하는 국내 금융당국…법적 규제 속도
'디지털자산기본법' 발의에 업계 주목…"투자자보호 위한 실질적 법안"
전문가들 "과도기 자율규제 병행 필수…거래소별 코인 평가기준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2022-11-04 06:00:52 2022-11-04 06:00:52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올해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든 테라·루나 폭락 사태를 계기로 가상자산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자율규제보단 법적규제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다단계, 유사수신, 시세조종, 내부자거래, 미공개 공시 등으로부터 투자자들을 보호하려면 자율규제만으론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국회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14개나 제출된 상태다. 
 
현재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해 지난해 9월부터 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세탁이나 불법 거래를 방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질적인 이용자 보호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가운데 최근 국회에서 이른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발의돼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장이 지난 5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 긴급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사진)
  
지난 1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디지털 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안(디지털자산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해당법안에는 이용자 자산 보호를 비롯해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등 디지털자산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벌칙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에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해 시장 관리와 감시 역할을 맡긴다. 금융위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금융감독원장에게 위탁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는 이에 대해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업계 일각에선 산업 진흥 없이 규제 수위가 높아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그러나 해당 법안 통과시 거래소에서 일어날 자전거래 등 불공정 거래 행위의 상당부분을 제재할 수 있게 되는 만큼, 투자자보호에 의미가 있는 법안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박선영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윤창현 의원의 발의안은 기존 발의된 14개의 가상자산 관련 법안의 교집합적인 측면에서 가장 시급한 부분을 담은 것으로, 불공정 거래를 막는 조항만 담겨있어 형식상으론 자율규제다. 다만 국내에서 해당 법안이 나왔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디지털자산 기본법은 국제적 정합성에 맞춰 준비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단 불공정 거래 관련 내용만 담겼지만 향후 좀더 보완해 종합적인 버전이 준비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국회는 내년에 국제기구의 논의 방향을 고려해 디지털자산의 발행·상장·공시와 디지털사업자의 진입·영업행위 등에 대한 추가적인 제도적 규율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규제에 대해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국가는 유럽이다. 최근 유럽연합(EU) 의회 경제통화위원회는 가상자산규제법안 '미카(MiCA: Markets in Crypto-Assets)' 입법안을 잠정 승인했다. 현재 최종 승인까지 전체 유럽 의회 투표만 남겨둔 상황으로, 적용 시점은 오는 2024년이다. 미카는 가상자산 발행 및 거래에 관한 투명성, 가상자산 공시의무, 내부거래 규제, 발행인 자격요건 규제, 인증 및 관리·감독을 주 내용으로 한다. 특히 루나 사태로 문제시됐던 스테이블 코인과 거래소, 월렛 제공업체 등 서비스업체의 당국 등록 의무화 등 기존보다 수위가 센 규제가 담겨있다. 
 
미국에선 지난 6월 의회에서 '책임있는 금융 혁신법안(RFIA)'을 발의하며 비트코인과 스테이블 코인 등을 포함하는 디지털자산 관련법이 공식적으로 입법화했다. 이 법안은 디지털자산의 성격 규정과 스테이블코인 규제, 소비자 보호, 과세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담고 있다. 영국은 재무부에서 지난 4월 스테이블코인의 역내 허용과 디지털자산 샌드박스, 유관 기업 혁신지원 등 디지털자산의 국가적 육성을 위한 글로벌 가상자산 기술 허브 계획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가상자산 업권법'이 만들어지는 동안 과도기에는 투자자보호를 위해 마련한 업계차원에서의 자율규제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뭉쳐 만든 DAXA(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는 최근 유통량 정보문제를 보인 위믹스 코인에 대해 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유의종목을 공통으로 지정한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의미가 있는 조치였다고 평가한다. 다만 공통 가이드라인 리스트는 공개하지 않고, 자체 상장 기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조치하는 것에 대해 비판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별 상장 코인이 제각각인데 이들 코인이 어떤 기준에 의해 상장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진 않고 있는 실정이다.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법이 있어야 제대로 투자자보호정책을 펼 수 있는데 지금은 과도기적 시점"이라며 "법이 시행되기 전 최근 DAXA에서 유의종목 지정에 공통으로 나서는 등의 조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본다. 그러나 원화거래소만 뭉쳐있고, 중소거래소가 소외적으로 돼있는 부분, 평가 기준에 대해 투명하게 공유하지 않고 있는 부분은 개선해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가상자산을 평가하고 심사할 때 업체마다 평가기준이 찬차만별이라 일관성있는 평가를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황 교수는 "루나 사태 때도 해당 코인에 대해 업체별 평가가 달라 혼란을 주는 경향이 있었는데 오히려 1~2군데로 좁혀서 평가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며 "가장 큰 문제는 평가기준을 일관성 있게 공유하지 않고 있다는 것인데, 혼란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평가기준을 공유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가기관을 축소해 책임감을 높이는 한편, 투명한 평가기준 공개를 하도록 유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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