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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48초 환담에 막말마저…"빈손·비굴 외교" 질타
"이 XX" 비속어 사용 외교참사…일본과도 '약식회담', 과거사 언급도 못해
2022-09-22 15:30:29 2022-09-22 21:41:26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5박7일 일정으로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빈 손으로 귀국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뉴욕에 머물고 있는 윤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기시다 일본 총리와 '30분 약식회담'에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48초 환담'을 나눴다. 짧은 시간 탓에 성과 자체가 나올 수 없었다. 실익 없이 자존심만 구겼다는 혹평도 쏟아졌다. 여기에 외교적 막말 논란까지 터졌다. 야권은 "빈손·비굴·막말 외교 사고"라고 맹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초대돼 바이든 대통령과 48초가량 짧은 환담을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행사로 당초 예정에 없던 참석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내 정치일정 등을 이유로 뉴욕 체류 기간을 단축하면서 기대를 모은 한미 정상회담은 사실상 불발됐다. 
 
윤 대통령은 행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주변에 서 있다가 손을 맞잡고 대화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미국 행정부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측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히 협력하자"고 요청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측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한미 간 계속해서 진지한 협의를 이어나가자"고 답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하지만 백악관 설명은 달랐다. 미 백악관은 "양 정상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한에 의해 제기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면서 IRA 수정과 한미 통화 스와프 얘기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윤 대통령은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박진 외교부 장관 등 우리 측 일행에게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해당 발언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당 회의에서 "빈손 외교, 비굴 외교에 이어 윤 대통령의 막말 사고로 대한민국의 국격까지 크게 실추됐다"며 "회의장을 나오면서 비속어로 미국 의회를 폄훼한 발언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겨 대형 외교사고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과 회의장에서 48초간 서서 나눈 짧은 대화가 설마 정상회담의 전부일 거라 믿고 싶지 않다"며 "그게 전부라면 전기차 보조금 차별, 반도체·바이오 압력 등 중요한 경제 현안을 하나도 풀어내지 못한 것이라 참으로 걱정"이라고 혹평했다. 같은 당 강병원 의원은 "외교성과는 전무하고 남은 것이라곤 '이 XX'뿐"이라며 "존재 자체가 리스크인 대통령, 정말이지 처음"이라고 한탄했다.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이날 한 라디오에서 "사람들이 스탠딩 파티나 아니면 리셉션 하는 데서 옆에 서서 그냥 몇 마디 하신 것 같다"며 "이거는 사실 약식회담도 아니다. 그냥 지나치다가 만난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컨퍼런스 빌딩에서 한일 정상 약식회담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막판까지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던 한일 정상회담은 '약식회담'으로 대체됐다. 모양새도 좋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참석한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의 친구들' 행사장이 있는 건물로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만남이 이뤄졌다. 정상 간 회동임에도 불구하고 양국 국기 및 테이블조차 제대로 마련이 안 된 상태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뉴욕 현지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가 있는 곳에 찾아가서 만난 형식인가'라는 질문에 "(유엔총회 기간에)굉장히 많은 정상이 여러 행사를 하고 있어 장소가 마땅치 않다"며 "반드시 기시다 총리가 있는 장소에 윤 대통령이 방문했다 이렇게 볼 수는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양 정상이 만나는 장소나 방식이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 만큼, 우리 측이 체면을 구겼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함으로 해석됐다.
 
한일 정상이 어렵사리 2년9개월여 만에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강제 징용자 배상 등 민감한 과거사 현안은 언급조차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은 '약식회담'으로 지칭했으나, 일본 주요 언론들은 이보다 격이 한참 떨어지는 '간담' 수준으로 표기했다. 
 
앞서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유엔총회에서 한미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형식에 대해서는 "빡빡한 일정 때문에 3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얼굴을 마주 보고 진행하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일 정상회담 관련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서로 이번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고 흔쾌히 합의됐다"고 말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후퇴한 만남이었다. 
 
당시 일본은 정상회담 여부조차 확인을 꺼렸다. 통상적으로 정상회담의 경우 양국이 동시에 발표하는 외교 관례를 깨고 한국이 먼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한 불쾌감도 흘러나왔다. 20%대까지 추락한 기시다 총리의 낮은 지지율 등 일본의 국내 정치사정마저 변수로 작용하면서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신경전이 이어졌다.
 
반면 한국은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한일 회담에 매달린 꼴이 됐다. 양국 정상이 일단 만났다는 사실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나, 회담을 성사시키려는 정부의 조급함만 노출돼 일본에 외교적 주도권만 내주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영국 방문 첫 날인 18일(현지시각)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조문 일정이 불발된 데 이어 이번에도 일정 차질이 빚어졌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 초청으로 예정에 없던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하면서 당초 공지됐던 한미 스타트업 서밋과 K-브랜드 엑스포 등 한국 경제인 관련 행사에 불참했다. 윤 대통령의 급작스런 방문 취소 통보에 중소기업인 등 관련 인사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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