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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도 고민되는 망 투자…공청회로 '망 무임승차'법 논의 물꼬 틀까
"망 투자 감당하면서 네트워크 지속 어렵다"
지난해에만 국내 통신사 네트워크에 8조 투자
국회 망이용료 법제화 시동걸고 있지만
공청회 야당이 주도…법안소위 열기까지 까마득
2022-09-19 15:54:51 2022-09-19 15:54:51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향후 망 투자를 감당해 나가면서 네트워크 사업을 지속할 것이냐, 굉장히 고민되는 상황이다. 6G 시대를 맞이 할텐데 더 고민되는 문제다." 황현식 LG유플러스(032640) 대표(CEO)가 지난 15일 간담회에서 '구글, 넷플릭스는 망이용대가를 안 내고 있어 지속가능한 네트워크 사업에 문제가 되는 것 같다'는 질문에 언급한 대답이다. 
 
넷플릭스, 구글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트래픽 차지 비중은 급증하고 있지만, 망 투자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SK텔레콤(017670) 계열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망이용료 법적 분쟁을 벌이는 직접적인 갈등의 당사자이지만, 같은 ISP 사업자인 LG유플러스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사안으로 여기고 있음을 황 대표의 말에서 어렵지 않게 짐작해볼 수 있다.
 
특히 영상, 게임을 비롯한 대용량 콘텐츠 전송 사례가 급증하면서 추후 CP들의 트래픽은 더 늘어날 수 있다. CP들은 트래픽을 늘려가면서 돈을 벌고 있지만, ISP는 트래픽이 급증하면 비용을 들여 통신망을 증설해야 한다. 기존 망의 유지보수를 하면서 6G 시대 준비를 위한 망 투자에도 나서야 한다. 지속적으로 네트워크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ISP의 비용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지난해에만 국내 통신4사는 지난해만 네트워크 설치에 8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때문에 통신사들은 "CP들이 야기하는 트래픽 급증에 대한 증설 부담을 CP와 ISP가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마련된 '지옥' 체험존의 넷플릭스 로고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회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CP들의 망 무임승차로 인한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망이용료에 대한 법제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현재 망 사용 계약 체결 근거를 마련하고, 부당한 이용료 부과와 지불 거부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해 여야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법안만 7건이다. 20일에는 망 이용료에 대한 공청회도 연다. 상임위원회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통신업계와 콘텐츠제공업계 관계자, 학계 전문가 등을 초청해 망 설치와 이용 부담에 대한 원칙 수립 등을 논의한다. ISP 측 패널로는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이, CP를 대변할 패널로는 박경신 고려대 교수가 나선다. 학계 및 전문가로는 최경진 가천대 교수와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등이 참석한다. 과방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망 트래픽이 급증하고 있고, 글로벌 빅테크들의 망 무임승차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방위 회의 자체가 후반기 국회 시작 이후 파행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날 공청회에도 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현 과방위원장의 사퇴, 여당의 정보방송통신법안소위(2소위) 위원장직 확보 등 위원회 운영 방식을 놓고 보이콧 차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 참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주재로 공청회가 진행될 여지가 크다. 또 CP 진영에선 망이용료 법제화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공청회가 예정대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법제화까지 속도가 더딜 수 있는 부분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공청회 이후 법안소위 등에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돼야 속도가 날 수 있는데 현재로서는 소위 개최 등을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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