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업계 이익을 대변해온 보험연구원이 이번에는 보험약관상 소비자와 보험사 간 분쟁이 있을 때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작성자 불이익 원칙’ 축소를 위한 공론화에 나선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보험금을 타기 더욱 어려워진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연구원과 보험법학회는 오는 12일 '보험약관 해석기준 : 작성자 불이익 원칙 중심'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한다.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적용하는 데 합리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작성자 불이익 원칙은 약관의 해석을 두고 분쟁이 일어났을 때 소비자의 이익을 우선한다는 내용이다. 정보의 비대칭으로 보험계약자인 소비자가 보험사보다 상품 이해도가 떨어지는 만큼 약관 해석에서 소비자의 입장을 우선하겠다는 취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독일, 영국, 프랑스 등에서 이 원칙을 인정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작성자 불이익 원칙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적용 범위를 설정하고,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보험연구원은 연구보고서를 발간, "작성자 불이익 원칙'은 어디까지나 보충적 해석 원칙인 만큼, 적용을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개별 가입자의 이익보다 보험가입자 전체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작성자 불이익 원칙의 적용 범위가 축소될 경우, 앞으로 보험 소비자의 권익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고객들이 보험사를 상대로 한 미지급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가 고객들의 약관 해석을 우선한 판결을 할 때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주요 근거로 들고 있다. 최근 흥국생명·DGB생명·KDB생명을 상대로 가입자들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돌려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1심 재판부가 가입자의 손을 들어준 것이 대표적이다. 즉시연금은 가입 시 보험료 전액을 한 번에 내고, 보험사가 이를 운용해 매달 고객에게 이자를 연금 형식으로 제공하는 구조다. 연금보험금 산정방식에 대한 해석을 두고 보험사와 소비자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린 바 있다. 대법원이 지난 2018년 ‘자살’을 일반사망이 아닌 ‘재해사망’으로 판단한 것도 작성자 불이익 원칙이 적용된 예다. 재해사망 보험금은 일반사망 보험금보다 높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는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만드는 특징 때문에 약관 분쟁에 대한 조정 과정에서 작성자 불이익 원칙이 적용되는 것은 마땅하다”며 작성자 불이익 원칙의 적용 범위가 제한돼선 안 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 교수는 보고서 속 ‘작성자 불이익 원칙의 오남용’과 같은 표현에 대해서도 “작성자 불이익 원칙은 모든 소송에 적용되는 대원칙으로 ‘오남용’이라는 표현은 성립하지 않으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원칙인 만큼 오히려 더 빈번히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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