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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펌 ‘중재법TF’ 탐방)”‘휴먼에러’에서 사고 발생…과한 처벌 안돼”
‘광장 중대재해팀’ 설동근·배재덕 공동팀장 인터뷰
“기업 리스크 영역 넓어져…중재팀 확대개편해 대응”
“인증제 도입해 면책길 열고 사고예방 노력 유도해야”
2022-07-19 06:00:00 2022-07-19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법무법인 광장 산업안전·중대재해팀의 두드러지는 강점은 맨파워다. 굵직한 산업재해와 대형사고를 수사한 검찰 출신 구성원뿐 아니라, 산재사건을 1만건 넘게 처리한 노동 전문가도 팀에서 활동한다. 광장 산업안전·중대재해팀의 공동팀장을 맡고 있는 설동근 변호사와 배재덕 변호사를 만나, 중대재해법 대응 과정과 법률의 맹점을 살펴봤다.
 
중대재해법이 시행한지 반년 가량 지났지만, 여전히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배재덕 변호사=검찰 재직시 수사할 때나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느낀 건, 중대재해나 산업안전 사고는 대부분 휴먼에러, 사람의 사소한 실수에서 발생한다. 기업이 고의적으로 사고 예방 시스템 구축을 하지 않았다거나 근로자 안전 관리를 제대로 안했다 이런 얘기가 나오지만, 구체적인 사건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사소한 실수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이 안전 관련 규정이나 관리 시스템은 어느 정도 마련해뒀다. 이런 시스템으로 실수에 의한 사고까지 막을 수 있느냐는 논쟁이 있다. 근로자 개인의 실수로 발생한 사건을 두고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이냐, 이런 쟁점을 다룬 판례도 많다. 사고 발생의 모든 가능성을 완벽하게 다 예견해서 대응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점을 힘들어한다. 
 
중대재해법 조문이 모호해 기업이 책임져야 하는 범위가 너무 넓다는 비판 때문에 개정안도 나왔다. 
 
설동근 변호사=중대재해법의 내용이 너무 포괄적이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구체적인 안전관리 기준을 제시하는 등 내용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PSM(공정안전관리) 등급 제도가 있다. 산안법이 정하는 유해·위험물질을 제조하거나 저장하는 설비를 보유한 사업장은 중대산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공정안전보고서를 작성하고 제출해 심사를 받도록 한 제도다. 좋은 등급을 받는 경우에는 안전 상황 점검과 보고서 작성의 주기를 늘려주거나 하는 등 혜택을 부여한다. 그럼에도 근로자의 실수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이런 경우까지 기업의 대표이사를 처벌한다는 건 타당하지 않은 면이 있다. 
 
사소한 실수조차도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당연히 필요하지만, 중대재해법으로 그런 사고까지 처벌하는 건 과하지 않나 싶다. 그렇기에 회사 전체적인 관리체계 부실이 아니라 사고근로자의 과실에 의한 사고일 경우에는 개정안에 적시된 인증제 등을 도입해 사업자가 면책을 받을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로써 안전관리에 더 적극적인 투자를 하도록 하고 사고 예방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에는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사고 책임을 물려면 경영책임자의 의무 불이행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기업면책만 해주고 제대로된 처벌은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는데.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의한 중대재해 등 안전사고의 경우에는 고의범의 한해 처벌된다. 대법원 판례도 같은 입장이다. 과실범도 처벌하는 형법과 다른 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도 과실에 대한 구성요건이 없어, 고의범에 한해 처벌된다는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법적으로 타당한 해석이라고 본다. 과실에 의한 중대재해의 경우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는 입법론적으로 개선책이 논의돼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중대재해법 제정 이후 안전사고 문제에 관한 기업의 인식 변화를 체감하나. 
 
=구의역 지하철 사고를 비롯한 여러 산업재해 사건이 잇따르면서, 대기업과 공기업, 공공기관 등에서는 중대재해법 제정 이전에도 안전관리에 관한 의식이 높아졌고 관리도 철저해졌다. 사고 예방 노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게 됐다. 다만,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노력하려는 기업이 더 많아졌다. 그런 점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다만 법의 내용이 처벌 강화에 집중된 점은 아쉽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나 수단은 다소 부족하다.
 
=사건 하나하나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기업의 인식이 많이 변했다는 걸 느낀다. 전에는 공장장이나 현장소장 등만 처벌받았지 대표이사는 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는 경영책임자의 처벌 이슈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예산이나 인력 조정 등에 관해 투자와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광장은 전에도 환경안전팀을 운영했다. 산업안전·중대재해팀으로 바뀌면서 큰 차이가 있다면.
 
=기존의 환경안전팀은 환경과 안전업무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했다. 그러다 보니 노동이나 기업 형사, 보험, 민사소송 등 중대재해사고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법률문제를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중대재해법 시행 전에는 사고가 나도 법률문제가 광범위하게 늘어나지는 않았다. 약식기소로 벌금형만 선고받는 경우도 있다 보니, 기업도 큰 사고가 아니면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인식이 약했다. 그러나 현재는 경영책임자 처벌의 이슈가 있고 사고를 당한 근로자의 유족과 협의하는 문제, 공사현장의 경우 작업중지에 따른 공사비 증액 문제 등에서 기업의 고민이 깊어졌다. 이런 탓에 기업들도 중대재해 사고를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경영책임자가 누구냐를 따져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가령 차량 등 외국계기업의 제품을 이용하다가 하자가 있어 폭발과 같은 사고가 나면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할 텐데, 외국 본사뿐 아니라 국내에도 대표이사가 있는 때에는 누구를 경영책임자로 볼 것이냐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다양한 글로벌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 많이 들어와 있는 상황이니 이런 문제에 관한 자문 수요 역시 있을 수 있다. 우리로선 기존 환경안전팀에서 다뤘던 업무 범위보다 더 넓은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게 됐다. 이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 팀을 확대개편하게 됐다. 
 
사고 발생시 광장의 대응 과정은 어떤가.
 
=사고가 발생한 경우 회사의 업종, 사고 공정, 추정되는 사고원인, 관련된 이해당사자를 파악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사실관계 파악 후 관련 법규와 판례, 과거 우리가 처리한 사건 등을 조사해 사전에 철저하게 사건 분석을 한다. 이후 적정한 전문 변호사를 추가로 배정하고 고객과 원활한 의사소통 라인을 구축한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고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할지 등에 관해 의뢰 기업과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다. 유족 합의, 보험, 민사소송 등에도 대비해 추가로 전문변호사들과 협업을 진행한다. 수사시에는 입회, 강제수사 대응 등 사건전개에 따라 적절하게 변론을 수행한다.
 
=우리 로펌 내의 전문가 인력이 수시로 팀에 합류한다. 가령 선박에 관한 사고가 난다면 선박 운송에 관한 전문가가 필요하다. 다리가 무너졌다면 건축분야 전문가가, 토사가 무너지면 토목분야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 배터리에 불이 나고 폭발했다면 전기화학 분야에 정통한 인물이 요구된다. 우리 로펌 내에는 이러한 전문가 인력이 충분히 구축돼 있다. 산업안전·중대재해팀이 아니더라도, 사건 발생시 사건 특징에 맞는 전문가가 팀에서 함께 대응한다.
 
광장 산업안전·중대재해팀이 IT 업체와 개발한 안전보건 관리 전산 솔루션에 관해 설명해달라.
 
=SALUS(Safety Solutions For Us)라는 프로그램이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요구하는 기업의 안전보건관리 사항을 전산화해, 고객 기업이 편리하게 안전보건관리행정을 도모하고 누락이 없도록 해준다. 관리프로그램에 구성된 내용을 이행하면 중대재해법상의 안전보건관리의무를 이행하고 점검까지 모두 실행하게 되는 편리한 전산프로그램이다.
 
강조하고 싶은 광장만의 강점은
 
=실무 이해도가 높은 전문성도 강점이지만, 맨파워가 압도적이다. 고용노동부에서 30여년간 근무하고 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교육원 원장도 지낸 신인재 고문이 사건 대응에 큰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신 고문은 노동청 재직시 약 1만3000건에 달하는 산업재해 사건을 처리했고, 산업안전보건법 책도 저술했다. 걸어다니는 산업안전 사전이다. 뿐만 아니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청장을 역임한 시민석 ESG센터장도 전문적인 의견을 많이 주고 있어, 대응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공동팀장을 맡고 있는 배 변호사도, 검찰 현직에 있을 때 큼직큼직한 중대시민재해나 산업재해 사건을 많이 처리했다. 수사와 재판을 담당한 경험이 있어, 변호사로서도 우리가 어떤 식으로 변론을 해야 할지 맥을 잡아준다.
 
법무법인 광장의 산업안전·중대재해팀 공동팀장을 맡고 있는 설동근 변호사(왼쪽)와 배재덕 변호사. (사진=광장)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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