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측이 2100억원 규모의 증여세 불복 소송에서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1-3부(재판장 이승한)는 12일 신 명예회장 측이 종로세무서를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검찰은 지난 2016년 '롯데 일가 경영 비리 의혹' 수사 중, 신 명예회장이 2003년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6.2%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딸 신유미 전 롯데호텔 고문에게 명의신탁한 정황을 포착했다. 명의신탁이란 소유관계를 공시하도록 돼 있는 재산을 실소유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명의로 해놓는 것을 뜻한다.
검찰 조사 결과 신 명예회장은 서씨가 대주주로 있는 경유물산에 해당 지분을 넘기면서 이에 관한 증여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종로세무서는 검찰에서 이러한 내용을 통보받고, ‘명의신탁 증여의제’에 따라 신 명예회장에게 증여세 약 2126억원을 부과했다.
‘명의신탁 증여의제’란 명의신탁을 이용한 조세회피 목적으로 주식 등 재산을 소유자(명의신탁자)와 명의자(명의수탁자)가 다르게 등기하는 경우, 실제 소유자가 명의자에게 증여했다고 보고 과세하는 제도다.
신 명예회장 측은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을 통해 증여세를 일단 납부하면서, 조세당국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003년도의 주식거래는 서씨와 자녀인 신 전 고문에게 증여하려고 한 것이지, 명의신탁을 하기 위해 명의만 바꾼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1심은 신 명예회장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설립경위나 지배관계, 사업내용 등을 볼 때, 경유물산은 롯데홀딩스 지분을 서씨와 신씨에게 증여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립된 것으로 보인다”며 “롯데홀딩스 지분을 경유물산에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종로세무서가 항소했다.
신 명예회장은 소송을 진행하던 중 지난 2020년 노환으로 별세했고, 소송은 자녀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회장, 신 전 고문 등이 이어받았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사진=롯데지주)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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