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영상)"카드 먼저 가입하세요" 고금리 적금 꺾기 횡행
신용카드 발급·결제 실적 등 요구
최대 금리 적용 조건 '하늘의 별따기'
2022-06-08 06:00:00 2022-06-08 06:00:00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금리 인상기 예·적금으로 돈이 몰리면서 금융권의 고금리 적금 상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파격 고금리 적금 상품을 뜯어보면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롭거나 한도가 낮는 등 미끼 상품이 적지 않다. 특히 금리 조건을 맞추기 위해 금융소비자들이 다른 상품도 가입해야 하면서 '꺾기' 수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들이 대출을 조건으로 예적금 상품을 가입을 요구하는 것과 비슷한 불합리한 관행인 셈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정기예금 잔액은 679조7768억원으로 전월보다 19조1369억원(2.90%)이나 늘어났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24조8408억원(3.79%) 불어났다. 정기적금 역시 지난달 말 5대 은행 합산 기준 36조7597억원으로 전월보다 8006억원(2.23%) 증가했다. 지난해 말에 비해서는 1조6590억원(4.73%) 늘었다. 
 
기준금리가 15년 만에 두 달 연속 오르면서 은행권의 수신금리도 일제히 인상되자 예·적금 가입 고객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실제 지난달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0.25%p 인상한 직후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이자를 0.25~0.4%p씩 올렸다. 
 
기준금리 인상에 은행권의 파격 고금리 적금 상품도 쏟아졌다. 최고 연 10%에 달하는 파격적인 고금리 적금도 등장했는데, 정작 뜯어보면 신용카드 신규 가입을 요구하는 등 함정도 적지 않다.
 
우정사업본부는 신한카드와 손잡고 지난달 '우체국 신한 우정적금'을 출시했다. 최고금리가 연 8.95%에 달하는 고금리 상품으로, 출시 당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샀다. 하지만 조건을 들여다보면 기본금리는 1.9%에 불과하다. 나머지 7.05%의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신한카드를 신규 발급받아 3개월 내 20만원을 결제해야 한다. 
 
케이뱅크의 '핫딜적금X우리카드'도 최고 연 10% 고금리 적금 상품이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기본금리는 1.8%에 그치며 추가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서는 직전 6개월간 우리카드 이용 이력이 없는 고객이 대상 카드를 발급받아 월 20만원 이상 결재해야 등의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신한은행의 1년짜리 적금 '신한 안녕, 반가워 적금' 역시 최고 금리는 연 4.6% 수준인데, 월 최대로 부을 수 있는 금액은 50만원이다. 우대금리는 신한은행 첫 적금과 신한카드에 가입하고 신한은행에서 첫 급여이체를 한 경우에 제공된다. 
 
은행들은 이 같은 마케팅으로 고객 유치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령 적금이자 형태로 신규 신용카드 고객을 가입시키면 카드모집인을 통해 카드를 팔 때 보다 고정비가 적게 들어 수익성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다. 때문에 저비용·고수익 전략으로 고금리 특판 상품 등을 출시해 고객 모시기에 한창이다. 
 
소비자들은 고금리 적금이 사실상 미끼 상품이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린다. 일부는 만기가 짧거나 월 최대 납입 한도가 적어 실질적인 이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소비자들이 금리 조건을 맞추기 위해 다른 상품을 가입해야 하는 꺾기 수법이라는 지적도 있다. 은행·카드사들은 우대금리 조건 등을 사전에 안내하는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카드를 일정 금액 이상 사용해야 한다든지 등 부가적인 것을 필수로 해야 하는데, 영업 실적과 관련된 상품들이 굉장히 많다"며 "사실상 미끼 상품으로 볼 수 있어 소비자들이 단순히 적금 금리 숫자에 현혹되기 보다 가입 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예·적금 창구에서 고객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