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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워진 치매 정복①)세계 첫 치료제 '논란'…되레 기회
미국 바이오젠·일본 에자이, '아두헬름' 자진 취하
국내 업체 디앤디파마텍·아리바이오 개발 순항
2022-05-31 07:00:00 2022-06-01 13:11:55
아리바이오가 알츠하이머 치료제 'AR1001' 미국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진=아리바이오)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최근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의 개발사가 유럽 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하면서 치매 정복의 적신호가 켜졌다. 다만 아두헬름 경쟁 약물로 개발 중인 품목이 있어 업계 내부에선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31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치매인구는 5000만명으로 2050년이 되면 1억5200만명으로 3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 역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10명당 1명꼴로 치매를 앓고 있으며  2020년 기준 치매환자수 100만명이다. 2024년 100만 명, 2039년 200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정부는 치매관련 비용으로 2020년에 17조, 2030년에 33조, 2050년에 103조 등으로 추산하는 등 치료와 관리 비용 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치매는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과 보호자들에게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무서운 질환 중 하나다. 치매는 뇌 신경계의 퇴행성 질환이다. 그 발생 원인에 따라 몇 가지 종류로 나뉘어진다. 흔히 볼 수 있는 치매는 혈관성 치매다. 이는 주로 뇌혈관 질환에 의해 뇌 조직이 손상을 입어 발생하게 된다.
 
치매의 70% 정도는 알츠하이머형 치매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흔한 치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치료제가 없어 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증상과 가장 유사하다. 기억력과 언어 능력이 현격히 저하되고, 시공간을 파악하는 능력 역시 떨어진다. 초기 증상은 마치 건망증처럼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을 못한다. 
 
지난 2020년 11월10일 이창준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연구단장이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브리핑을 통해 중증 반응성 별세포에서 과량 생성되는 과산화수소에 의한 산화스트레스가 치매 발병 원인임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은 작년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시험 4상을 조건으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는 전 세계 첫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승인된 품목이다. 
 
아두헬름이 미국에서 세계 첫 알츠하이머 치료제라는 타이틀을 얻은 것과 달리 유럽에선 허가가 무산됐다. 임상 3상에서의 효능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아 개발사가 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했기 때문이다.
 
앞서 바이오젠은 2019년 진행한 첫 임상 3상에서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 능력 감소 효능이 확실치 않다며 개발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FDA 승인은 이듬해 임상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효능이 22%에 달했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업계에선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질환 특성상 아두헬름이 미국 허가를 얻긴 했지만 여러 지점에서 보완이 이어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아두헬름은 사회적 요구가 워낙 큰 질환이기에 FDA에서도 리스크를 감내하고 조건부 허가를 줬다"며 "결국 (효능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아) 시장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양사가 스스로 유럽 철회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추후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있어 작용 메커니즘의 명확한 규명과 치료 전후 병리학적 표적의 변화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평가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두헬름의 타깃 설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등장한다.
 
아두헬름의 핵심은 알츠하이머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이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단백질의 일종으로 알츠하이머 여부를 가리는 요소 중 하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두헬름은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기전"이라며 "FDA는 환자를 통해 효과를 증명하는 방식의 조건부 허가를 내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학자들의 생각은 (베타 아밀로이드가 축적돼 알츠하이머가 발생한다는) 가설이 맞지 않는다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며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해도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인지 기능 등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아두헬름의 한계점이 하나씩 드러나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대부분 아두헬름과 다른 기전을 채택했으며, 미국에서 임상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업체 디앤디파마텍이 개발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미세아교세포 표적의 'NLY01'이다. 미세아교세포는 뇌에서 면역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원세포의 일종으로 병원체에 대한 포식작용과 면역반응을 수행한다.
 
NLY01은 신경염증 과정을 억제함으로써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뇌 질환을 동시 치료하는 작용기전을 가진 물질이다. 디앤디파마텍은 FDA로부터 NLY01 임상 2b상을 승인받은 상태다.
 
디앤디파마텍 관계자는 "NLY01은 신경염증 과정을 억제함으로써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을 동시 치료할 수 있는 작용기전을 가진 물질"이라며 "현재 FDA로부터 알츠하이머 임상 2b상을 승인받았다"라고 전했다.
 
아리바이오는 지난해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의 미국 임상 2상을 마치고 3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회사 측은 단일 표적인 아두헬름과 달리 메타 아밀로이드 가설을 포함한 다중 표적인 점을 강조했다. 아리바이오에 따르면 AR1001은 △신경 세포 회복 및 촉진하는 기전 △메모리 부분에 관여하는 가소성 확대하는 기전 △오토파지 활성화 기전 등을 보유하고 있다.
 
아리바이오 관계자는 "알츠하이머는 발병 요인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단일 타깃 치료제의 실패가 많았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라며 "아리바이오는 인지 기능과 관련된 표적을 다양화하는 다중 타깃으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두헬름의 좌절이 역으로 다른 치매 치료제 개발 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두헬름이 나옴으로써 치매치료제에 대한 기준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두헬름이 임상에서 효능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에 타 기업들이 효능을 임상에서 입증한다면 FDA 승인을 통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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