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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의 문' 들어선 윤 대통령 "오월 정신, 국민통합 주춧돌"(종합 2보)
후보시절 전두환 미화 발언으로 광주서 문전박대…초안에 없던 내용 직접 추가
2022-05-18 15:51:50 2022-05-18 15:51:50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 운동 42주기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소속의원 109명 전원의 동참을 권유하는 등 기념식에 각별히 공을 들였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방선거 회의 참석자 등 특별한 사정을 제외하고 전원이 광주로 집결하며 화답했다. 
 
윤 대통령이 18일 기념사에서 강조한 건 '오월 정신'과 '통합'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2주기 기념식 기념사를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통합의 주춧돌"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오월이 품은 정의와 진실의 힘이 시대를 넘어 영원히 빛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라며 "이를 책임 있게 계승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후손과 나라의 번영을 위한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 후 첫 국가기념일이자 첫 지역 방문이다.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회를 밝힌 뒤 "저와 새 정부는 민주 영령들이 지켜낸 가치를 승화시켜 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오월 정신을 확고히 지켜나갈 것이다. 광주의 미래를 여러분과 함께 멋지게 열어갈 것을 약속한다"며 "올해 초 여러분께 손편지를 통해 전했던 그 마음 변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설 연휴를 앞두고 호남 지역 230만가구에 손편지를 보낸 바 있다.
 
또 "오월 정신이 담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가 세계 속으로 널리 퍼져나가게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광주와 호남이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위에 담대한 경제적 성취를 꽃피워야 한다"며 "AI와 첨단 기술기반의 산업 고도화를 이루고 힘차게 도약해야 한다"고 호남 민심에 적극 구애했다.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예우하며 유가족을 위로하는 데 초점을 맞춘 기념사였다. 
 
초안을 받아든 윤 대통령은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등 7번을 다시 썼을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고 한다. 기념사 마지막에 담긴 "그런 의미에서 자유와 정의, 그리고 진실을 사랑하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입니다"는 부분은 초안에 없던 내용으로, 윤 대통령이 직접 추가했다. 기념사에는 '오월'(9번)이라는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 '자유민주주의', '인권'은 8번 나왔다. 취임사에 없어 논란이 됐던 '통합'이라는 표현도 2차례 썼다. 윤 대통령은 '오월을 드립니다'는 문구가 적힌 흰 마스크를 착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에 앞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사진=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5·18 기념식에 참석하기 전 추모탑에 헌화·분향한 뒤 방명록에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라고 적었다. 윤 대통령의 5·18 민주묘지 참배는 지난해 3월 정치에 입문한 후 네 번째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2월 "5월 정신 이어받아 자유민주주의 지키겠습니다"라고 적은 바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민주와 인권의 오월 정신 반듯이 세우겠습니다"라고 썼고, 지난해 7월에는 "자유민주주의의 정신을 피로써 지킨 5·18 정신을 이어받아 국민과 함께 통합과 번영을 이뤄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전두환 미화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전두환씨에 대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후 사죄의 뜻으로 두 차례 5·18국립묘지를 찾았으나 오월어머니회 등 5·18관련단체와 시민들의 항의집회로 중간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국민의힘 후보로 확정된 후 닷새 만에 민주묘지를 찾았으나 헌화와 분향은 하지 못한 채 사과문만 낭독하고 발길을 돌렸다. 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 2월에도 공식 헌화 장소인 추념탑까지는 이르지 못햇다.
 
대통령으로 다시 찾은 이날에는 5·18 민주묘지 '민주의 문'을 지날 수 있었다. 보수진영 대통령으로 처음이었다. 앞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호상의 이유로 차량을 통해 기념식장에 바로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국민통합 및 호남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려고 애썼다. 대선후보 당시 "5·18 정신은 자유민주주의 정신"이라며 헌법 수록을 약속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라고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참석자들과 함께 제창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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