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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업계, 매출 늘어도 웃을 수 없는 이유
원자재값 인상에 주택거래량 감소…당분간 부정적 흐름
2022-05-03 16:06:58 2022-05-03 16:06:58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원자재 가격 인상에 주택거래량까지 줄면서 가구업계에 먹구름이 잔뜩 드리운 모습이다.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추세로, 증권가의 컨센서스를 밑도는 어닝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한샘 사옥. (사진=한샘)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가구업계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이 늘어난 업체도 있지만 영업이익은 모두 고꾸라졌다. 가장 큰 요인은 원자재 가격 인상이다.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한 2020년만 해도 가구업계는 호황을 누리는 듯했으나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해부터는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다.
 
가구업계 맏형 격인 한샘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빠졌다. 특히 영업익이 60.2%나 빠져 위기감마저 느껴지고 있다. 한샘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5259억5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9%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100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한샘이 가장 주력하고 있는 홈리모델링 사업 부문의 매출도 13.7%나 빠졌다. 
 
한샘 측은 “절반 수준 이하로 떨어진 주택매매거래량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비롯한 매크로 환경의 악화로 전사 실적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김세련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전방 지표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역사적으로 감소한 상황이다보니 2분기 역시 한샘의 상황을 낙관할 수는 없다”며 “전략 방향성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거래량과 원가 안정 등 매크로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른 가구업체들의 사정도 좋지 않다. 퍼시스그룹의 생활가구 전문 브랜드 일룸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줄었다. 지난해 연결기준 일룸의 매출액은 6387억원, 영업이익은 40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8.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7% 감소했다.
 
가구업계 제조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파티클보드(PB)와 MDF(가공목재)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 컸다. 국제 유가 상승과 항공 운임비 상승으로 물류비마저 뛰면서 부진을 부추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지속되는 한 현재 원자재 가격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계속해서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면 가구업계 사정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건자재 업체인 LX하우시스는 올해 1분기 매출 8614억2800만원, 영업이익 69억35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11.7%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76.4%나 쪼그라들었다. PVC(폴리염화비닐)·MMA(메틸메타크릴레이트)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뛰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현대리바트와 신세계까사 역시 호실적은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가구업계에서는 가구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단가를 조정하고 있지만 한 자릿수대의 인상률로는 두 자릿수대의 원자재 가격 인상률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른 만큼 소비자 가격을 조정할 수 없으니 가구업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마땅한 묘책이 없어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지만 원자재 비용이 바뀌는 것은 아니어서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가구업계의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원자재 가격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내다봤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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