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함영주 부회장에게 정반대 판결이 떨어지면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하나은행과 함 부회장 등의 징계 처분 취소 청구를 전부 기각하면서 "원고들이 투자자 보호의무를 도외시하고 기업이윤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은행의 공공성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와 신의를 저버린 것이므로, 임원진은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판결문을 보면 지난 8월 손 회장과 이번 재판은 법령 해석이 판이하게 다르다. 두 재판의 핵심은 '금융회사 지배구조 감독규정 11조의 별표2'의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기준' 여부다. 금융당국은 두 은행이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를 저버렸다는 이유에서 이에 대한 책임을 당시 하나·우리은행장이었던 함 부회장과 손 회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앞선 재판에서는 우리은행이 법정사항을 포함한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기에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는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하나은행 재판에서는 하나은행이 내부통제기준의 설정·운영기준까지는 갖추지 못했기에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이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내부통제기준은 마련했지만, 불완전판매 등 문제가 발생하기에 이는 내부통제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것과 같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이를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한 법률 시행령 제19조에 명시된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이란 점을 들었다.
이는 처음 금융감독원 징계 과정에서부터 은행들이 반발했던 부분이다. '실효성'이라는 표현 자체가 징계 적용과 책임을 포괄적으로 한다는 이유에서다. 감사원도 지난 2017년 금감원에 '포괄적인 규제로 제재하지 말라'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융권과 법조계에선 이번 함 부회장 판결도 손 회장의 판결와 비슷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던 것인데, 재판부는 이를 다시금 뒤엎었다.
법원이 함 부회장의 중징계 취소 소송을 기각하면서 당장 불이 떨어진 건 하나금융이다. 함 부회장은 현재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오른 상황으로 오는 25일 주총에서 최종 선임 여부를 주주들에게 묻기 때문이다. 연계된 중징계 관련 집행정지 재개가 1심 이후 30일인 탓에 당장에는 안건 진행에는 지장이 없으나 주주에게 잘못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더구나 금융지주 회장 선임절차는 독립적인 사외이사에 의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치는 등 여러 절차, 검토를 거쳐 장기간 이루어진다. 이 시기에 문제가 불거져 주총에 차질이 생긴다면 차기 회장을 다시 추리기 위해 오랜 경영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지금은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어서 조직이 불안해지면 주가 변동 등 주주가치가 크게 훼손될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 회장은 개인적인 전문성과 역량뿐만 아니라 내부직원 및 주주들의 동의가 뒷받침된 자리가 아니겠냐"면서 "주요 지주 회장 선임 때마다 여러 외풍에 시달리는 양상이 반복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손 회장과 함 부회장은 DLF 사태 관련 내부통제 부실로 지난 2020년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의 징계를 받았다. 문책경고는 3년간 금융사 재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하나은행 채용비리 관련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