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대기업들이 올 들어서만 주요 은행에서 약 3조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회사채 발행 여건이 악화한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 문을 두드리는 곳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2월 대기업대출 잔액은 85조7407억원으로 전월 84조3232억원 대비 1조4175억원 늘었다. 잔액 규모는 역대 최대치, 앞서 1월 한 달간 잔액은 1조9139억원 불어나는 등 올 들어서만 3조3314억원 올랐다.
통상 대기업들은 은행과 마이너스통장(한도계좌)과 같은 형태로 계약을 해두고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빌리곤 한다. 이 때문에 월 단위로 자금이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경우가 잦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3월에는 5대 은행의 잔액이 13조4568억원 뛰기도 했으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까지 올랐던 2020년 12월에는 8조4434억원이 인출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8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서는 은행을 찾는 대기업은 부쩍 늘었다. 그해 5월과 6월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대기업 대출 잔액은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 간 계속해 늘었으며, 11월에는 지난 1년 반 사이 최대치인 2조5724억원이 늘기도 했다. 12월 2조원 가까이 빠졌던 대출 잔액은 해가 바뀌면서 치솟고 있다.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면서 대기업의 회사채 발행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는 영향이 크다. 통상 채권금리는 은행금리보다 싸 자기 신용을 통해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대기업들은 이를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선다. 시장 변동성이 크거나 수요예측에 실패한 경우에는 더 높은 이자부담을 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
실제 회사채 금리가 작년 8월 기준금리 인상을 전후로 빠르게 뛰면서 조달부담을 키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1일 회사채 무보증 3년물 AA- 등급의 금리(민평기준)는 1.61%수준이었으나, 7월1일에는 1.83%까지 올랐다. 이후 올 2월 한때 2.95%선까지 오르는 등 3%에 달해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사이 시장 상황에 따라 채권 금리는 등락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이 컸다.
미국 긴축발 공포에 더해 지난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불확실성이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원자재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고 수출 대금을 빨리 처리해주길 바라는 수요가 커지면서 은행을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감안해서 대기업들이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일부 은행의 경우 전년도 사업계획에 따라 투자은행(IB) 거래 등을 실행한 부분들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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