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주요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1년 사이 20%가량 급등했다. 전세가격이 올라 시장에서는 올해도 잔액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으나, 정부는 공적 보증 축소 등 규제를 준비하고 있어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4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12월말 기준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129조69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9조1087억원 대비 18.8%(20조5882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가계대출 잔액은 38조8990억원 불어났다. 이 중 전세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2.9%에 달한다.
다만 최근 3년간 추이와 비교하면 올 들어서 증가세가 꺾인 양상이다. 앞서 이들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019년 17조2553억원(27.3%), 2020년 28조6555억원(35.6%) 불어난 바 있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 억제를 위해 금융당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 규제를 본격화한 영향이 크다. 은행들도 전세보증금 상승분만큼만 대출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실수요 위주의 대출 취급에 나섰다. 이 때문에 상반기 월 평균 1조8626억원씩 불어나던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하반기 평균 1조5688억원으로 감소했다. 7월 1조9663억원, 8월 1조7017억원, 9월 1조4923억원, 10월 1조5746억원, 11월 1조4945억원으로 점진적으로 감소했고, 12월 들어서는 1조1835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문제는 올해다. 몇 년간 전세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의 큰 축을 차지한 만큼 정부가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 적용 여부를 계속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지난해 당국은 시장 반발에 한 발짝 물러났다. 4분기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했으며, 올해부터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차주에 적용되는 DSR 40% 규제에도 전세대출은 제외했다.
하지만 지난달 '2022 금융정책 추진 방향'을 통해 SGI서울보증보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공사 등 공적 보증에 의존하는 전세대출 관행을 축소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당장 1분기는 개선 방안을 내지 않을 것이라고는 하지만, 공적 보증 비율이 줄면 대출 한도가 축소되거나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올해도 전세자금 규모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셋값을 비롯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9.1% 올랐다. 여기다 새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 2년에 따른 영향도 관측된다. 작년 8월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이미 행사한 전세 세입자는 꼼짝없이 오른 보증금을 맞춰줘야 한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임대차법 시행 전인 2020년 7월 4억6458만원에서 지난달 6억3223만까지 올랐다.
박합수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큰 만큼 가격에 연동해 전세대출 금액도 늘어난 여지가 크다"며 "무주택자인 실수요자 주력 대출인 만큼 시장안정을 위해선 합리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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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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