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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맞춤 광고와 개인정보 보호
2021-12-21 06:00:00 2021-12-21 06:00:00
2002년 개봉한 톰 크루즈 주연의 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지하철을 타러 가는 주인공의 홍채를 인식해 지하철 벽면에 자동차, 맥주, 여행사 등의 맞춤 광고가 나온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2054년의 첨단기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장면에서 주인공이 시선을 옮길 때마다 전광판에서 주인공 이름을 부르고 제품 광고를 한다. 2021년 현재 맞춤 광고의 현실은 어떨까. 
 
마이너리티 리포트만큼은 아니지만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해 매장에서 맞춤 광고가 시범적으로 시도되고 온라인 광고는 대부분 맞춤 광고를 활용하고 있다. 검색 창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이 정보를 기초로 사용자에게 적합한 광고가 노출된다. 이런 맞춤 광고에 대해 사용자들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개인정보를 이용해 노출되는 맞춤 광고가 불편하고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반응도 있고, 검색을 통해 찾고 있는 물건이 광고에 떠서 곧바로 살 수 있어 편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맞춤 광고는 개별 소비자의 기호, 연령, 거래 내역, 소비 습관 등을 반영한 광고다. 맞춤 광고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배분하므로 자원 낭비를 막을 수 있고 무분별적인 광고 노출로 인한 광고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시장 가격이 오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맞춤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개인정보의 수집 및 활용이 필수적이다.
 
현재 국내에서 입법 추진 중인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에는 온라인 사업자가 맞춤 광고를 하는 경우 그 내용과 방법을 사전에 소비자에게 고지하고 맞춤 광고 수신 여부를 개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 전체가 아닌 개별 소비자 성향을 분석해 광고를 하게 될 경우 광고되는 제품을 다수의 소비자에 의해 선택될 제품으로 오인해 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법안은 유럽연합(EU)에서 진행 중인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참조하고 있다. 그러나 EU에서 강화하고 있는 맞춤 광고에 대한 규제는 글로벌 플랫폼들이 유럽의 미성년자를 비롯한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는 의도이며,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자상거래법 개정안과는 도입 취지가 다르다. 
 
2011년 MIT의 브린욜프슨 교수 연구팀은 전자상거래에서 롱테일(Long Tail) 현상의 원인을 규명한 연구를 발표했다. 롱테일 현상은 아마존 서점 판매 전체 매출 절반 이상이 틈새 상품인 비주류 단행본이나 희귀본 등 일반적인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 책들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오프라인 상거래에서 상위 20%의 상품들이 전체 매출의 80%를 설명하는 패턴과는 매우 다르다. 브린욜프슨 교수는 전자상거래에서 롱테일 패턴이 나타나는 이유로 선반이나 재고의 제한과 같은 물리적인 이유보다는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검색이나 추천 시스템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서 맞춤 광고는 소상공인, 영세한 중소 사업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고객을 만나고 이를 통해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일반 온라인 광고는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고 광고 수익성을 추적할 수 없어 매출과 직접 연결되는 효과적 광고를 할 수 없다. 반면 맞춤 광고 시스템은 틈새시장을 목표로 하는 제품을 만드는 중소 사업자들의 온라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첨단 정보기술을 도입해 이러한 틈새 제품을 검색할 수 있도록 돕거나 추천하며, 고객과 사업자들이 원활하게 의사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롱테일 경제를 이끌어낸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경제에서 맞춤 광고를 위한 개인정보의 활용과 보호는 대립적인 개념이 아니다. 개인정보 활용 및 보호에 대한 경제성 분석을 기초로 적절한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현재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의 맞춤 광고 규제로 인한 직접적 경제 효과가 가져오는 광고 매출 감소 효과는 총 1조~2조원에 달할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더욱이 맞춤 광고 규제로 인해 중소상공인들은 틈새시장 확보가 어려워져 대규모 사회적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적으로 맞춤 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크므로 섣부른 규제를 적용하는 것보다는 맞춤 광고에 대한 실태 조사를 통해 데이터를 확보·분석해 개인정보 활용 및 보호에 대한 경제성 분석 연구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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