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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김종인에 가려진 윤석열…"이재명 대 김종인 대결"
등판 즉시 전선 규정 '서민 표밭 다지기'…"후보가 안 보인다"
2021-12-07 16:35:18 2021-12-07 21:46:58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어렵사리 '킹메이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영입했다. 우왕좌왕했던 메시지부터 간략히 정리되면서 타깃과 전선도 분명해졌다. 다만, 후보의 모습은 보이질 않고 있다. 이 모두 '김종인 효과'다. 
 
노장인 김 위원장의 민심을 읽는 눈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여의도 정치권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당도 이를 인정해 2012년 대선 패배 이후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하며 모셔갔다. 여야를 넘나들 정도로 그의 지략은 대선 판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사람을 배척하는 고집스런 면은 분명 부담이지만 대권을 노리는 이들로서는 김 위원장은 분명 매력적인 카드다.  
 
그의 지략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의 울산 담판을 막후에서 조정한 것으로 의심, 윤 후보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그는 등판하자 마자 '코로나 장기화로 피폐해진 민생 복구'를 첫 카드로 꺼내들었다. 자영업자를 비롯한 소상공인들의 생계 민심을 움직이는 표밭 다지기로 해석됐다. 정권심판에 대한 분노도 적절히 섞어냈다. 당장 당 안팎에선 '묘수'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2012년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끌어올린 경제민주화에 버금가는 이슈 선점으로, 반성과 쇄신 그리고 민생으로 맹추격하던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기세를 꺾는 되치기였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명칭은 '살리는 선대위'로 정했다. '살리는 선대위' 앞에 '희망을', '정의를', '국민을', '나라를' 등의 목적어를 붙였다. 윤 후보는 성대한 출범식 직후 7일 첫 선대위 회의에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모시고 선대위를 출범하게 돼 마음이 든든하고 기쁘다.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후보를 비롯해 선대위가 별다른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구설에 오를 실수를 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 의미도 담겼다. 이날 언론에 공개된 발언만 봐도 '대체 누가 회의를 주재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기자들 반응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앞서 지난 6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양극화 심화를 우려하며 특히 "2년에 걸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적으로 황폐해진 사람들을 어떻게 소생시킬 수 있느냐 하는 게 1호 공약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선대위 출범식에서는 "적절한 보상 없이 규제만 앞세운 코로나 방역 조치는 700만 자영업자들을 실의와 절망에 빠뜨렸다"고 비판 지점을 정확히 했다. 바닥 민심이 어떤지 정확히 맥을 짚고 처방을 내린 진단으로, 상대인 이재명 후보의 그간의 노력을 수포로 돌리려는 한 수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대선 승리를 기원하는 빨간색 목도리를 둘러준 뒤 포옹을 하고 있다.사진/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하지만 이런 김 위원장의 존재감은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김 위원장이 가세한 국민의힘 선대위에 대해 "짜임새와 무게감 등 솔직히 위기감을 느낀다"면서도 "아무리 봐도 '이재명 대 윤석열'이 아니라 '이재명 대 김종인'의 대결로만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 후보에 대해 "노룩(no look)이다. 윤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당내에서도 벌써부터 불안감이 흘러나온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부문별 총괄본부를 컨트롤할 사람으로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실장을 뒀다. 임 실장을 천거한 사람이 누군지는 다 알지 않느냐"며 "후보가 서열까지 정리해주면서 선대위는 철저히 김종인 체제로 흘러가게 됐다.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는 있는데 분명 후보가 가려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김 위원장의 든든한 아군으로 이준석 대표까지 있어 주연만 세 명인 꼴이 됐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학과 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의 지도력, 리더십이 김 위원장의 카리스마에 눌릴 수 있는 게 굉장한 마이너스"라며 "자칫 여야 후보 싸움에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사진/국회사진기자단(뉴시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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