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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눈치보나…KISA, ISMS 인증 올스톱
과기부·KISA, 책임 떠넘기기 급급
일반 IT·유통 기업은 받는데…역차별 논란
2021-12-07 06:00:00 2021-12-07 06: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지난 9월 시행된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이른바 '특금법' 시행 이후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이 전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증  담당 기관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금융위원회로 책임을 떠넘기기 급급했고, 금융위는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다"라고 맞서고 있어 사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KISA는 지난 9월 말 이후 신규 ISMS 인증 절차를 모두 중단했다. 신청 접수는 물론 심사 일정이 확정됐던 것도 기약없이 지연되고 있다. 가상자산 사업자로 등록하려면 ISMS 인증을 필수로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가 중단되면서 신규 사업자 진출이 원천봉쇄된 셈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당초 11월 중 심사를 받기로 돼 있었는데 왜 일정대로 진행이 되지 않는지 설명조차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KISA 측은 특금법을 이유로 내세웠다. 특금법 시행 이후로는 일반 기업에 대해서만 ISMS 인증과 기존 ISMS 획득 사업자의 인증 갱신 정도만 진행할 뿐 가상자산과 관련된 신규 업체에 대해서는 모든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ISMS 인증을 획득한 업체는 캐시워크, 지앤지커머스, 스탁컴퍼티, 이랜드 쥬얼리사업부 등 일반 IT·유통 기업들 뿐이다. 가상자산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지난 9월17일 열린 임시 인증위원회에서 3개 업체에 인증을 부여한 후 한 곳도 추가되지 않았다. 과기부 등에 따르면 특금법 시행에 앞서 ISMS 인증을 획득한 곳은 총 43개사다.
 
KISA의 상급 기관이자 ISMS 인증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협의할 부분이 있어 향후 방침을 정하지 못했다"고만 안내했다. FIU가 앞으로의 추가 일정을 밝혀줘야 심사를 재개할 수 있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FIU 측의 입장은 달랐다.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를 접수받아 이를 심사하는 것은 FIU의 업무가 맞지만 선행 조건인 ISMS 자체는 전적으로 과기정통부 소관이라는 의견이다. 
 
과기정통부의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 등에 관한 고시'를 보더라도 ISMS 인증 과정에서 과기정통부와 KISA 이외의 외부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금법 개정안 시행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의 ISMS 인증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서초구 소재 빗썸 고객센터의 비트코인 시세 현황판 모습. 사진/뉴시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과기부가 내부적으로 자의적인 지침을 만들어 몸사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은 정권 눈치보기가 아니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종의 직무유기라는 판단이다. 내년 초 대선이 있는 만큼 그 전까지는 별다른 조치가 없을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사업자들의 답답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더 나아가 일각에서는 성장 초기 단계인 가상자산 사업에서 이미 인증을 획득한 소수 업체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의 눈치를 보느라 본연의 업무를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신규 사업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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