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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엄마' 이수정 위원장이 느끼는 불공정
2021-12-02 06:00:00 2021-12-02 06:00:00
“군대 3년을 갔다 왔습니다. 군대 3년이 군 검사를 한 겁니다. 그때 제가 느낀 게 뭐냐면, 똑같이 로스쿨을 나왔는데 왜 여자 직업법무관은 대위로 뽑아주고 왜 우리 아들은 중위 밖에 못 다는지, 저는 그게 정말 너무 차별이고. 3년을 군대에서 사실 아무 짓도 못했거든요. 젊은 남성들의 박탈감이 그래서 나오는 거구나, 그때 아주 절실히 깨닫기는 했었죠.”
 
국민의힘 대선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YTN 인터뷰 중 한 대목이다. 아들이 군법무관으로 근무하면서 ‘중위’밖에 못 달았는데 여자 장기 직업법무관은 대위로 임관해서 불공정과 차별을 느꼈다는 얘기인데, 사실 대위로 임관하느냐 중위밖에 못 다느냐의 차이는 ‘직업으로서 장기법무관’을 선택했느냐 아니냐의 문제이지 ‘남자’냐 ‘여자’냐의 문제가 아니기에, 이교수의 위 발언은 번지수를 한 참 잘못 찾은 푸념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이 교수의 윤석열 후보 선대위 합류를 반대하면서  “영입한다면 확실히 반대한다. 만약 그런 영입이 있다면 지금까지 우리 당이 선거를 위해 준비했던 과정과 방향이 반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 교수가 2030 남성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로 꼽히며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만큼 ‘이대남’(20대 남성) 표 결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었다.
 
그런 논란을 의식해서일까,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이후 이 교수는 단기 군법무관으로 근무했던 본인 아들은 중위밖에 달지 못했는데 여성 장기 법무관은 대위를 달아줬다는 것에 큰 불공정과 차별을 절실히 느꼈고 젊은 남성들의 박탈감이 그래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왜곡된 박탈감'이고, 문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데서 오는 촌극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식이라면, 다른 엄마들도 “왜 우리 아들은 군대 보내고 저 집 딸은 보내지 않느냐, 왜 똑같은 군인인데 중위는 월급을 더 주고 일병인 우리 아들은 더 적게 주냐”고 따져 물어야 한다. 
 
요점은 소위 ‘젠더 갈등’을 자양분 삼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인사의 상황 파악과 본질 인식에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2030 남성들의 박탈감과 불공정에 대한 분노를 지엽적인 수준으로 왜곡하고 쟁점화 시키면서 교묘하게 본질을 흐린다는 점이다. 
 
이 교수의 학문적 업적이나 사회적 활동은 상당히 의미가 크고, 훌륭한 것이었다. 우리나라에 아직 ‘범죄심리학’이라는 전문 영역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을 때 대학원 차원에서 새롭게‘과’를 만들고 현재까지 가열차게 노력해왔다. 각종 언론 활동이나 출판 활동 등을 통해 일반인에게 범죄심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된 심리 프로파일링이 무엇인지 등을 알려주고 새로운 시각을 갖도록 해주었으며 범죄라는 현상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하도록 많이 도와주었다. 또한 인권과 여성 등 약자를 위한 목소리를 계속해서 내주며 방향을 설정해주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 윤 후보 캠프 선대위원장으로 가면서 이 교수가 보여준 행동이나 명분은 상당히 시시하고, 상당히 솔직하지 못하다. ‘탄원서’를 제출하고 ‘반성문’을 제출하는 변론을 하면 되는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변호사 시절 왜 ‘심신미약’을 주장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그 점 때문에 본인이 윤석열 후보의 선대위에 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참으로 황당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피고인을 위한 탄원서를 제출하고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은 본질적인 변론이 아니다. 변호사라면 응당 형법상 존재하는 감형 사유인 ‘피고인의 심신미약’을 주장해야 하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면 해당 피고인을 변호하면 안되는 것이다. 심신미약을 주장했다고 해서 ‘문제’가 된다고 말 할 것이 아니라, 실제 범죄 행위 당시 그런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이를 인정해주고 감형시켜 주는 ‘판사의 판단 오류’를 지적해야 하는 것이다(이 후보의 변론에서 판사는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편과 아들이 변호사라는데,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냥 내뱉는 말처럼 들린다. 
 
게다가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2030 세대가 현재 느끼는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큰 틀에서 접근하기 보다는 소위 ‘이대녀’의 지지를 받는다는 명분으로 선대위에 합류한 사람이 이제는 ‘이대남’의 지지를 얻어 보겠다고 잘못된 사실관계를 들어 ‘여성’을 공격하는 모양새를 취한다는 점에 있다. 그 모순과 비논리가 상당히 서글프고 실망스럽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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