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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 신호탄)②"공급에 장사없다"…집값 꺽인 대구
매매가격지수 80주만에 하락전환 후 2주 연속 약세
전국서 미분양 최다…매매수급동향지수도 17개 시·도 중 최저
뜨거웠던 '대대광' 어디갔나…“물량 쏟아진 대구, 약세 계속된다”
2021-12-01 06:00:00 2021-12-01 06:00:00
대구광역시 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대구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고 청약 열기도 식었다. 한때는 ‘대대광(대전·대구·광주)’으로 꼽힐 만큼 부동산 시장이 뜨거웠으나, 최근에는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이는 대구에 연달아 쏟아진 공급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량이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공급과잉 상태가 된 것이다.
 
30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4주차(22일 기준) 대구시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 주 대비 0.02% 하락했다. 
 
대구내 8개 자치구 모두 하락하거나 보합 양상을 띠었다. 수성구와 달성군은 3주차 대비 가격 변동이 없었고, 중구와 동구, 달서구는 0.04%씩 내렸다. 이외에 △서구 -0.03% △남구 -0.01% △북구 -0.01% 등도 하락했다. 
 
대구는 이달 1주차(1일 기준)만 해도 전 주보다 0.01% 오르며 상승세가 이어졌다. 그러나 2주차(8일 기준)에는 보합을 보였고 3주차(15일 기준)에는 0.02% 떨어지며 80주만에 하락전환했다. 이후 2주 연속으로 약세가 계속된 것이다. 
 
청약 시장에서도 흥행하지 못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대구 중구에서 공급되는 ‘더샵 동성로센트리엘’은 이달 383가구 모집에 나섰지만, 접수는 224건에 불과했다. 159가구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지난 9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동인’ 아파트도 미분양을 면치 못했다. 이 단지는 903가구를 모집했는데 청약 신청자는 539명이었다. 364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 8월 나온 ‘신기역 극동스타클래스’도 142가구를 모집했는데 26명만 청약접수했다. 브랜드 영향력과 무관하게 청약이 미달된 상황이다. 
 
모집가구수를 채운 단지도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며 열기가 뜨겁지 않았다. 대구 남구에서 공급된 ‘힐스테이트 앞산 센트럴’은 230가구 모집에 620명이 찾았는데 평균 경쟁률은 2.6대 1이었다. 
 
지난 10월 분양한 ‘수성레이크 우방아이유쉘’은 1대 1 수준이었고 ‘달서 SK 뷰(VIEW)’는 2.8대 1에 그쳤다. 대우건설이 내놓은 ‘교대역 푸르지오 트레힐즈’도 평균 4.5대 1로 청약을 마쳤다. 
 
방문객이 없어 한산한 한 견본주택 모습. 사진/뉴시스
 
청약 시장이 미지근해지면서, 대구는 전국에서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이 쌓였다. 국토교통부 집계 결과 지난 9월 기준 대구의 미분양은 2093가구다. 전국 17개 시·도 중 대구가 가장 많았다. 대구 다음으로 미분양이 많은 경남은 1794가구였고 이외에 △경북 1495가구 △강원 1301가구 △전남 1235가구 △충남 1205가구 등으로 나타났다. 
 
대구 외 나머지 지방광역시는 미분양 물량이 대구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부산은 962가구였고 △대전 471가구 △울산 467가구 △광주 36가구였다. 
 
대구의 부동산 열기가 꺾인 데에는 공급과잉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대구는 그간 신규 분양이 쏟아졌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대구에서는 올해 2만6308가구가 분양된다. 2019년에도 2만9103가구가 나왔고 지난해에도 3만1241가구가 공급됐는데 올해도 상당한 양의 물량이 나온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3년간 쏟아지는 물량만 해도 8만6652가구에 달한다.
 
다른 지방광역시와 비교하면 대구의 신규 공급이 압도적인 수준이다. 대전은 2019년부터 올해까지 2만5629가구가 나왔고 광주는 2만5852가구, 울산은 1만5611가구가 공급됐다. 부산에서 6만25가구가 분양됐지만, 대구보다는 2만6600여가구 가량 적다. 
 
공급이 누적되면서 대구는 매매수급동향지수도 조사지역 17개 시·도 중 가장 낮았다. 이달 4주차 기준 대구의 매매수급동향지수는 89.6을 기록했다. 80대까지 떨어진 곳은 대구가 유일했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대구는 물량이 많이 나와 수요가 분산되면서 청약 흥행이 어려워졌다”라며 “아예 동호수 지정이 가능한 잔여물량을 노리고 청약통장을 쓰지 않는 이들도 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구 부동산 시장의 약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공급이 꾸준히 쌓인 점과 더불어 각종 부동산 규제에 따른 매수심리 위축이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대구는 입주와 분양물량이 많은 상황”이라며 “과잉공급과 규제로 인한 매수세 둔화가 길어질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물량을 이길 수 있는 시장은 없다”라며 “대구 부동산 시장은 당분간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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