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출 의존도 느는데…은행 연체율 착시 심각
대출 증가세 큰데 건전성·부실율 역행…은행들 "부실폭탄 내년 터질것"
2021-10-30 12:00:00 2021-10-30 12: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정부 규제에 가계대출이 막히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크게 늘렸다. 그러나 기업대출과 관련한 건전성 지표는 오히려 개선되는 등 코로나19 대출로 인한 착시현상에 은행들이 호실적에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9월말 기업대출 잔액은 621조7423억원으로 작년 12월말보다 8.01% 늘었다. 이 중 중기대출은 8.72% 증가했으며, 대기업은 3.50%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4.88% 느는 데 그쳤다.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말 대비 5~6% 맞춰달라고 은행에 주문하면서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더뎠다.
 
높은 기업대출 성장은 금융당국의 주문 영향도 크다. 당국은 은행별로 기업대출 비중을 51~57%선에서 맞추라고 주문했다. 새 자본 규정 도입에 따라 은행은 내년까지 기업대출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를 이유로 은행들이 기업에 대해서는 지원의 손길을 더 내밀기를 기대했다. 내년 3월까지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개인사업자대출의 가중치를 100%에서 85%로 낮추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깐깐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는 달리 계속해 유동성 확대를 독려해 왔다.
 
이 때문에 금융지주들도 최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주된 실적 상승에 원인을 기업대출 잔액 증가 영향이라고 치켜세웠다. 우리금융은 3분기 이자이익 증가 배경과 관련해 "중소기업 중심의 대출에 힘을 쏟은 결과"라고 했으며, 신한은행도 "중소기업 중심 금융지원 확대"를 이자이익 증가율 상승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도 관련 연체율은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3분기 실적발표에서 공개한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3분기 연체율 0.19%로 1분기 0.23% 대비 0.04%p 떨어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3분기 숙박 및 음식점업의 카드 승인액은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업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도 5.6% 감소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일부 승인액이 늘어난 곳도 있지만, 승인액이 늘어난 업종은 작년 기저효과가 반영된 영향이 많았다.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양호하다. 3분기 기준 NPL비율은 국민은행이 0.23%, 신한은행 0.32%, 하나은행 0.27%, 우리은행 0.21%으로 전분기보다 개선되는 추세다.
 
이같은 상황은 정부가 지난 9월 코로나 대출을 연장하면서 부실율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은행들은 연착륙을 위해 이자상환 유예 조처만이라도 연장 조치에서 제외해달라 요청했지만, 당국은 이자상환 유예 규모가 2000억원에 불과하다며 은행들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했다. 은행들이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대하면서도 불안감을 감출 수 없는 이유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이자액이 2000억이기에 원금으로 본다면 수조원에 해당한다"면서 "원금도 아닌 이자도 못 갚아 유예를 신청한 것이라면 사실상 부도상태로 봐야하는데, 이런 폭탄을 받아들이지 않고 내년 3월까지 묵혀두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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