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1일1망언' 본질은 "철학·역사관 부재"
전문가들 "시대정신 고민한 적 없어…검찰 습관 그대로 나타나"
"전두환 옹호는 의도적 발언" 시각도 제기
입력 : 2021-10-20 17:02:12 수정 : 2021-10-21 09:05:13
[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국민의힘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후보의 상식을 한참 벗어난 발언들이 연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검사 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거침없는 화법으로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았지만, 야권 대선 선두주자로서 잦은 말실수는 그의 철학관과 역사관의 부재, 편협한 인식 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1일 1망언'이라는 비판에 이어 '벌망'(입만 벌리면 망언을 내뱉는다)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킨 윤 후보가 대선 출마(6월29일)를 선언한 이후부터 했던 실언들을 타임라인별로 정리해 봤다.
 
2021. 07.19 언론 인터뷰에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
"정말 먹으면 사람이 병 걸리고 죽는 거면 몰라도, 그렇지 않은 부정식품이라면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2021.07.20. 대구 동산병원 방문한 자리에서
"코로나19가 대구에서 시작됐기에 잡혔다. 다른 지역이었으면 질서 있는 처치가 안 되고 민란부터 일어났을 것."
 
2021.08.02. 초선 모임 강연
"얼마 전에 무슨 글을 보니까 '페미니즘이라는 게 너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 남녀 간 건전한 교제 같은 것도 정서적으로 막는 역할도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2021.08.04. 언론 인터뷰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지 않았으며 방사능 누출도 기본적으로 없었다."
 
2021.09.05.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6차 토론회 
"위장 당원들이 엄청 가입을 했다."
 
2021.09.08. 국회 소통관에서
"앞으로 정치 공작을 하려면 국민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 가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
 
2021.09.13. 경북 안동에서 대학생들과의 간담회
"사람이 이렇게 뭐 손발로 노동을 하는, 그렇게 해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건(손발 노동) 인도도 안 한다. 아프리카나 하는 것."
 
2021.09.23. 국민의힘 대선 경선 2차 TV토론회
"집이 없어서 주택청약통장을 만들어 보지 못했다."
 
2021.09.29. 유튜브 채널 '석열이형TV'에서
"주택청약 통장을 모르면 거의 치매 환자."
 
2021.10.13. 제주도당 캠프 제주선대위 임명식에서
"정권을 가져오느냐 못 가져오느냐는 둘째 문제이고,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것이 낫다."
 
2021.10.19.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그야말로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분들도 꽤 그런 얘기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 실수가 아닌 철학적·역사적 빈곤이 빚은 설화라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0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정치는 법으로 규정되지 않는 것들을 풀기 위해 상상력과 인문 지식, 리더십이 복합적으로 필요하다"면서 "윤 후보는 법률가도 아니고 전직 검찰총장으로 평생 한 번도 시대정신이나 철학, 노동 문제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박 평론가는 "윤 후보가 현실에 대한 고민을 안 한 걸 탓하는 게 아니라, 해본 경험 자체가 없었단 게 문제"라면서 "'집이 없어서 주택 청약을 못했다'는 말처럼 윤 후보는 부유한 집에 태어나서 주택청약이 왜 필요한 건지, 집을 사야겠다, 서민들이 청약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등을 고민해 본 적이 없고 이런게 수준과 자질 문제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후보는)심지어는 개념도 없는 사람"이라면서 "광주시민들이 왜 돌멩이를 들고 몸을 던져 민주화에 헌신했는지 고민해 본 적이 없으니까 '전두환이 정치를 잘했다'는 말이 진심으로 나온 것"이라고 윤 후보의 역사관 부재를 탓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경선 후보가 18일 오후 부산 수영구 부산MBC에서 열린 부산·울산·경남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리허설을 하고 있다.사진/ (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높은 지지율에 취해 대선이라는 검증무대에 서둘러 오르다 보니 편협한 사고가 그 진상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왔다. 검찰이라는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조직에서만 있었던 탓에 다양한 현상을 다면적으로 바라보고 이를 하나의 사고로 묶어가는 논리적 연쇄성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윤 후보는 "앞으로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라"면서 지극히 편협한 언론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창남 전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장은 "사회현상을 다면·복합적으로 사고해야 하는데 너무 단순화 시켜서 보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대상황이라든지 자기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자각, 자신의 위치를 알고 깊이 사고해야 하는데, 검찰에 있던 습관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하다"면서 "과거 검찰총장을 할 때 지시하고 명령하던 게 은연 중에 나오는 듯한데 홍준표 후보를 만나서 어깨를 툭 친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국민들이 볼 때 윤 후보가 준비가 덜 됐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데 이것이 계속 이어지다보면 슬금슬금 데미지가 쌓이게 된다"면서 "정권교체를 위해 윤 후보에게 기대한 측면이 있는데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를 새기고, 자꾸 말실수를 하고, 청약예금을 안 만드는 게 아파트가 없어서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전두환씨 옹호 발언의 경우 당심을 의식한 지극히 전략적이고 의도적인 발언이라는 시각도 제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 후보의 국정 비전도 모르겠고, 정책 관련해 질문을 하면 답도 제대로 못해 '국정 현안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최근 지지율이 답보 상태나 소폭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후보가 노력해서 개선될 부분이 아니라고 판단한 참모진들이 보수진영에서 흔히 말하는 '그래도 전두환이 일은 잘했지'라는 정서를 건들이도록 한 것"이라면서 "윤 후보가 국정 현안에 대해 잘 모르더라도 전두환처럼 하면 된다는 논리로 연결되도록 한 상당히 의도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윤 후보의 의도가 무엇이든, 잇단 설화는 윤 후보의 자질을 의심케하고 향후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김 전 원장은 "지도자가 되려면 사물을 복합적으로 봐야하는데, 윤 후보는 사고를 너무 단순화시켜서 단편적인 측면에 몰입한다는 게 문제점"이라면서 "대통령이 주요 결정을 할 때 어느 한 측면만 보고 일을 하면 큰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평론가는 "그릇된 역사관과 철학의 부재를 드러낸 윤 후보가 그럼에도 현재 야권의 선두주자인 상황은 대한민국 정치의 진영대결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촌평했다.
 
19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소재한 경남도당에서 열린 '경남 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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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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