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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보이스’ 변요한 “‘죽일거야’…내 마음 담긴 애드리브”
“가해자는 있지만 가해자 얼굴은 없는 범죄, 경각심 관객도 느끼길”
“김무열 악역 연기, 배우 변요한으로서도 화가 날 정도 소름끼쳤다”
2021-09-27 01:50:00 2021-09-27 08:34:3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건 보이스피싱 예방 백신 같은 영화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면 분명히 이 범죄가 조금 더 보일 것이다. 다시는 이 범죄로 인해 피해를 보시는 분들이 없었으면 한다. 그가 출연 결정을 한 이유는 이게 전부였다. 물론 정말 이게 전부일 리는 아닐 것이다. 배우가 작품 선택하는 데 사적인 욕심도 분명 부려야 한다. 그가 앞서 언급한 부분은 온전히 공적 영역에만 한정돼 있다. 영화 보이스는 배우 입장에서 그래서 상당히 묘했을 것 같다. 배우적으로 꽤 욕심나는 세계관이 열려 있다. 현실에선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실제 범죄 세계가 상당히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김선 김곡 두 형제 감독이 몇 년에 걸친 치밀하게 준비한 과정이 고스란히 투영된 세계관이다. 때문에 보이스보이스피싱범죄의 처음부터 전개 과정 그리고 마지막 피해자들에게 어떻게 돈을 빼앗는지에 대한 것들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두고 보이스피싱 백신영화라고 부른다. 배우 변요한이 배우로서의 욕심도 있지만 반대로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보이스피싱범죄에 대한 숨겨진 이면을 고스란히 드러낸 이 영화 출연을 결정할 수 밖에 없던 이유가 이 때문이다.
 
배우 변요한. 사진/CJ ENM
 
완벽한 대리만족이다. 변요한은 현실에서 지금도 여전히 우리 모두를 괴롭히고 있는 보이스피싱범죄 피해자로 등장한다. 만약 그 피해가 우리라면 뻔했다. 경찰에 신고한다. 하지만 경찰은 노력하겠다’ ‘수사하겠다등의 뻔한 말로 위로를 건 낼 뿐이다. 경찰의 무능은 아니다. ‘보이스피싱범죄 자체가 추적이 불가능한 점조직 형태로 이뤄져 있고 본거지는 대부분 중국에 있기 때문이다. 변요한은 극중 이들 조직을 직접 찾아나서 응징한다.
 
보이스피싱은 가해자는 있지만 가해자의 얼굴은 없는 사건이에요. 그래서 전 개인적으로 더 위험하단 생각을 더 하게 됐죠. 그런 부분 때문에 저 스스로도 경각임을 많이 느꼈고요. 우선 촬영 전부터 시작 그리고 끝이 날 때까지 제가 유지한 마음을 한 가지에요. 많은 분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공유해야겠단 마음이었죠.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피해자 서준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 마음을 끌고 가는 것에 집중했어요.”
 
생각하기도 싫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 감정을 투영시키고 공감을 해야 했기에 그 과정에 대한 질문을 했다 만약 자신이 연기한 서준처럼 보이스피싱조직에 의해 모든 것을 잃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 배우 변요한은 어떤 결정과 선택을 할지 궁금했다. 물론 영화에선 직접적인 선택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그것일 뿐이다.
 
배우 변요한. 사진/CJ ENM
 
만약입니다(웃음) 정말 만약에 제가 그 범죄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면 저도 서준처럼 복수를 할 것 같아요. 물론 방법은 다르겠죠. 서준처럼 직접적으로 응징을 하고 몸으로 모든 것을 부딪치면서 하는 건 영화잖아요(웃음). 선량한 시민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동원할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에는 보이스피싱범죄가 꽤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저도 만약 상상하기 싫지만 그런 피해를 입게 되면 복수할 것 같아요.”
 
그런 복수 과정이 연기와 실제에서도 마음을 먹고 있었기 때문일까. 변요한은 데뷔 이후 그 어떤 영화에서도 선보인 적 없는 강력한 액션을 온 몸으로 소화했다. 스턴트 대역을 쓸만한 장면에서도 변요한은 직접 온 몸으로 소화하며 땀내나고 먼지 날리는 격렬한 액션을 모두 스스럼 없이 소화해 냈다. 범죄 스릴러 장르란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보이스는 변요한의 격렬한 액션도 눈에 띈다.
 
사실 촬영 전에는 이런 액션이 아니었어요. 타격감이 느껴지고 합도 딱딱 맞는 일반적인 액션 영화의 움직임이었어요. 무술 감독님과도 그렇게 얘기를 나눴고 준비를 해나가던 시기였는데 감독님하고 촬영 전 얘기를 하다가 방향이 바뀌었죠(웃음). 멋이 없더라도 좀 더 투박하고 절실한 느낌으로 가자는 쪽이었어요. 그게 더 어렵더라고요. 체력 소모가 몇 배는 더 들었어요. 디테일한 부분으로는 제가 복싱을 오래 해서 발놀림이 좀 가벼워요. 그걸 투박하게 보이려고 무게를 줘야 해서 워커를 처음부터 끝까지 신었어요. 진짜 힘들더라고요(웃음).”
 
배우 변요한. 사진/CJ ENM
 
이런 모든 감정을 변요한은 극중에서 한 사람에게 쏟아내야 했다. 그의 상대역은 보이스피싱범죄 총책인 곽프로’. 그는 처음 극중 서준의 친구로 목소리만 등장했다. 하지만 서준의 모든 것을 앗아간 악마 같은 인물로 등장한다. ‘곽프로는 배우 김무열이 연기했다. 김무열은 이미 스크린 데뷔작 작전에서 비열하고 치사한 증권 브로커로 등장한 바 있다. 이후에도 여러 작품에서 악역을 도 맡으며 김무열표 악역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정말 주변에서 아셔야 할 게, 무열이 형이 사석에선 너무 심각하게 착하신 분이에요. 근데 악역만 하시면 저런 인물이 되세요(웃음). 극중 서준이 아닌 배우 변요한이 화가 날 정도로 연기를 정말 소름 끼치게 해주셨어요. 가끔씩은 제가 예상을 하지 못한 지점을 촬영 중에 건드려 주세요. 그러니깐 저도 연기를 하지만 서준으로서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었어요. 진짜 소름 끼치는 건 그런 거였죠.”
 
주고 받는 연기를 일반적으로 이라고 한다. 즉흥적으로 나온 연기는 애드리브라고 한다. 변요한은 특히나 보이스를 촬영하며 분노하고 화를 누그러트리는 장면에서도 그럴 수 없던 지점이 너무 많았다고 한다. 악마 같은 범죄의 피해가 지금도 계속 되고 있기에 도저히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그런 마음은 영화 속 거의 유일한 애드리브였던 이 장면에서 속 시원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배우 변요한. 사진/CJ ENM
 
중국으로 떠나는 장면이 있잖아요. 그때 서준의 마음이 어땠을까 상상을 해봤죠. 정말 짐작도 안되더라고요. 아마 죽을 각오로 갔을 것 같아요. 내가 죽던 그 놈들이 죽던. 둘 중 하나가 돼야 할 것 같았어요. 공항에서 깡칠’(이주영)이가 그 놈 만나면 어떻게 할 거냐라고 했을 때 제가 죽일 거야라고 했잖아요. 그게 애드리브였어요. 그 말을 안하고 중국에 가면 안될 거 같더라고요.”
 
드라마 미생의 유쾌한 캐릭터 한석율로 큰 인기를 끌면서 유명해졌다. 하지만 이후 작품부턴 의도적인지 아니면 한석율이미지를 벗기 위해서인지 무거운 작품 속 무거운 캐릭터만 도 맡아 해오고 있다. 아직도 그를 보면 웃어야 하고 웃겨줄 것 같고 즐거운 기운이 많이 감돈다. 하지만 작품 속 변요한은 솔직히 그런 모습이 거의 없다.
 
배우 변요한. 사진/CJ ENM
 
진짜 솔직한 마음으론 그런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말씀 못드려요(웃음). 그래서인지 독립영화나 연극 등에선 어두운 작품이나 캐릭터를 많이 해왔어요. ‘미생은 그래서 반대로 끝나고 나선 우려스러운 마음이 컸어요. 밖에서 절 보시면 한석율이라고 불러주시는 게 감사하면서도 걱정이 됐었어요. 그래서 미생의 한석율과는 전혀 다른 배역에 더 끌렸던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이젠 미생의 한석율이 또 그립기도 해요(웃음). 언젠간 보이스서준이 그리운 날도 오겠죠.”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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